30세 미만 인력 19.8%…50세 이상 20.1%
2차전지서 더 뚜렷…대구 엘앤에프 13.6%p 격차
“신입 채용 감소·퇴직 지연 영향”
기업 20대 직원 비중이 50대 이상보다 적어지는 '세대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래픽=생성형 AI>
대구 성서산업단지 인근의 한 식당가. 점심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직장인들 사이로 앳된 얼굴의 20대는 찾아보기 어렵다. 식당 인근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최모 씨(24)는 "점심때 단체로 오는 직장인 대부분이 40~50대"라며 "가끔 보이는 젊은 층은 인근 대학생이거나 공단 내 단기 아르바이트생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기업 내 20대 직원 비중이 50대 이상보다 적어지는 '세대 역전' 현상이 대구에서도 현실화되고 있다. 경기침체로 신규 채용이 줄어들었지만 퇴직 연령은 높아진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이러한 흐름은 통계수치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매출 기준 전국 500대 기업의 최근 3년간(2022~2024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30세 미만 인력 비중은 19.8%로 전년보다 1.2%포인트(p) 줄었다. 같은 기간 50세 이상 인력 비중은 20.1%로 0.6%p 늘어 처음으로 '세대 역전'이 나타났다. 기업 내 '허리'와 '머리'는 무거워지는데 '발' 역할을 할 신입 인력은 급감하는 역피라미드 구조가 현실화됐다.
◆ 2차전지·IT 등 미래 업종서 '세대 역전' 가속
특히 대구의 미래 먹거리인 2차전지와 IT 업종의 고령화가 심각하다. 전기차 수요 둔화(캐즘) 여파로 신규 채용 동력을 잃은 2차전지 업종은 지난 3년간 20대 비중이 9.7%p 급감했다. 대구 대표 기업인 엘앤에프는 30세 미만 비중이 13.2%p 빠지는 동안 50세 이상은 오히려 늘어나며 두 집단 간 격차가 13.6%p까지 벌어졌다.
현장에서는 "배터리를 만드는 첨단 산업인데 정작 일하는 사람들은 백발이 성성한 고참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정보기술(IT)과 전기전자 분야도 사정은 비슷하다. 신규 진입 장벽이 높아지며 젊은 인력 비중은 5.4%p 줄었고, 고참급 인력은 3.1%p 증가했다. 조사 대상 22개 업종 중 절반이 넘는 12개 분야에서 청년층 이탈과 장년층 잔류가 교차하는 '세대 역전'이 관측됐다.
◆ "지원할 곳 없다" vs "나갈 곳 없다"
구직 시장의 불균형은 현장의 비명으로 이어진다. 대구에서 취업을 준비 중인 이호중 씨(27)는 "정규직 신입 공고 자체가 드물다"며 "기업들이 인턴이나 계약직 위주로만 뽑다 보니 제대로 된 경력을 쌓을 기회조차 없다"고 말했다.
기업 내부에서는 퇴직 지연으로 인한 정체가 뚜렷하다. 중견기업 20년 차 서민준 씨(54)는 "예전 같으면 은퇴를 고민할 나이인데, 사무실을 둘러보면 후배보다 동년배가 훨씬 많다"며 "조직 내 세대교체가 멈춘 느낌"이라고 전했다.
세대교체 지연은 기업의 혁신 동력 저하는 물론, 청년 고용 기회 축소로 이어져 지역 고용 안정성에도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실제 산업계 전반의 정년 연장 기조와 경기 침체에 따른 채용 보수화가 맞물리며 이러한 현상은 가속화되고 있다.
이승엽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