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의 계엄옹호 세력 통합 시 20%의 중도보수 유출…확장 아닌 축소 우려
“반탄파 당권 잡으면 당 미래 어두워…탄핵 찬성 70%, 탄핵 반대 30%인데 30%로는 집권 못해”
이재명 정부 지난 두 달간 인사·경제정책에서 문제점 드러내…한미 관세 협상은 대실패

국민의힘 당대표에 도전하는 안철수 의원이 6일 오후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 수 있는 후보가 대표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국민의힘 8·22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안철수 의원이 예비경선 마지막 날인 6일 대구를 찾아 표심 확보에 열을 올렸다. 보통 하루 일정으로 대구에 들르는 타 후보들과는 달리 안 후보는 지난 5일부터 '대구 72시간 민심투어'로 시민들의 마음을 속속들이 살피고 있다.
영남일보는 6일 오후 4시 대구 동구 신천동 본사에서 안 의원과 만나 국민의힘의 개혁 방향과 비전 등을 들었다.
▶오는 8일까지 '대구 72시간 민심투어'를 진행한다는데.
"대구시민들은 우리 국회의원들보다 훨씬 넓은 시야를 갖고 계시고, 오랫동안 국민의힘을 지지해 오면서 우리 당이 어떻게 바뀌어야만 하는지를 잘 파악하고 계신다. 시민들이 원하는 전국정당, 집권세력이 되기 위한 개혁안을 말씀드리고, 그 과정에서 더 좋은 아이디어도 얻고 있다."
▶'철수형은 듣고싶어서'라는 주제로 현장에서 소통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시민들로부터 어떤 이야기를 듣고 어떤 해결 방안을 제시했나.
"적은 외부에 있고, 정권을 빼앗겼는데도 당 내부에서 서로 싸우고 있는 것을 가장 걱정하셨다. 어떻게든 힘을 합칠 방도를 찾아야 한다고 지적해주신 분들도 많다. 제가 생각하는 건강한 정당은 '생각의 범위'가 존재하는 정당이다. 5%가량의 계엄을 옹호하는 사람들까지 통합하면 내부 갈등하느라 힘이 빠지고, 중도보수층 20%가 빠져나가 확장이 아니라 오히려 쪼그라든다. 보수의 중요한 가치가 법치주의인데, 마음에 들지 않아도 판결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 생각에서 벗어난 사람들이 따로 당을 만들어서 우리의 오른쪽에 있는 것도 결코 비정상적이거나 나쁜 건 아니다. 그들이 있음으로 우리가 중도로 더 뻗어 나갈 수 있다."
▶당의 인적 쇄신을 위해 일부는 어쩔 수 없이 당을 떠나야 한다는 의미인가.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인적쇄신에서 가장 먼저 할 일은 '대선백서'를 만드는 일이다. 당 외부의 어느 계파에도 속하지 않은 전 국민이 인정하는 전문가들에게 맡겨야 한다. 백서를 근거로 사과할 사람은 사과하고, 윤리위원회에서 판단받을 분들은 판단받으면 되는 것이지 인적인 청산을 얘기하는 건 아니다. 이와 동시에 많은 인재군을 발굴·영입해야 한다. 모든 선거의 시작이 지방선거다. 지방의원들이 조직을 갖고 국회의원을 만들고, 국회의원들이 정권을 창출할 수 있게 하기에 내년 지선이 정말 중요하다. 당대표는 내년 지선 승리를 지휘할 사람이어야 한다. 대선에서 패배한 김문수 후보가 당대표가 돼 지선을 치르게 되면 '이재명 대 김문수' 구도가 재현돼 앞으로 있을 총선과 대선에 대한 희망까지도 사라질 수 있다. 선거 3연패로 30대 당대표를 탄생시켜 대선과 지선을 이긴 것처럼 이번에도 전략적 선택으로 개혁적 당대표를 뽑는게 필요하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반탄파가 당권을 잡게 될 경우, 당의 미래를 어떻게 예측하고 있나.
"굉장히 어두워질 것으로 본다. 전략적 선택이 필요하다는 것도 반탄파보다는 찬탄파 쪽에 힘을 실어주셔야 한다는 의미다. 이유를 막론하고 헌법재판소의 만장일치 판결을 받아들이는 게 우리의 원래 가치다. 헌재 판결 전에는 시위할 수 있다. 그러나 판결 후에는 부정해선 안 된다. 그런 의미에서 반탄파는 우리 핵심 가치와 맞지 않다. 미래로 나아가는 데 방해가 된다. 국민의 60~70%가 탄핵을 찬성하고 헌재 판단이 옳다고 한다. 나머지 30%를 가지고 우리가 어떻게 다시 집권할 수 있겠나."
▶당대표 비전 발표에서 독특하게 백·청·흑·적색 PPT를 선보였다.
"흰 화면은 우리 당에는 비전이 없다는 것이고, 파란 화면은 세상이 민주당으로 물들었다는 것이다. 까만 화면은 우리 당의 미래가 어둡다는 의미고, 빨간 화면은 원래 우리 당의 모습을 되찾자는 뜻이다. 제가 말씀드리는 혁신이란 것은 없던 것을 새롭게 만들자는 게 아니다. 우리가 원래 갖고 있고, 민주당은 가지지 못한 '유능함' '헌신' '품격'을 다시 찾자는 의미다. 우리는 민주당보다 훨씬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고, 헌신은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뜻한다. 또, 막말하지 않고 타의 모범이 되는 게 원래 우리의 품격이다. 계엄과 탄핵, 대선 패배로 우리가 잃은 이 3가지를 되찾는 게 혁신이다."
▶대주주 기준 확대와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을 '개미핥기'에 비유해 비판했다. 한미 관세 협상 등 여러 국내외 이슈가 있었던 지난 두 달간의 이재명 정부를 평가한다면.
"3달 정도는 허니문 기간이라고 생각하고 비판보다는 기회를 드리는 게 맞다 생각했는데, 너무 심각해 비판을 당겨 할 수밖에 없었다. 첫 번째가 극우 인사, 낙마한 인사 등 인사 문제다. 두 번째가 엉터리 경제정책이다. 이번 관세협상은 실패했다고 본다. 노무현 대통령 때부터 20년간 지속한 한미 FTA가 없었던 것처럼 15%로 결정된 것은 잘못됐다. 또, 경제 규모에 비례해 대미 투자가 결정돼야 하는데, 경제규모가 일본의 약 40% 정도인 우리나라가 일본과 비슷한 수준으로 맞춘 것은 과도하고 2천만 달러 정도로 맞췄어야 했다. 농축산물 협상에서도 우리는 막았다는데 미국은 열었다고 한다. 곧 있을 한미정상회담에서 진실이 밝혀질 것이다. 우리가 막지 못한 것으로 나오게 되면 엄청난 혼란이 오고 세계에서 가장 협상을 못한 나라에 속하게 될 것이다."
▶주식 차명거래 의혹으로 이춘석 의원이 제명되고 추미애 의원이 후임 법제사법위원장에 내정됐다.
"이 정도 되면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에 돌려주는 게 맞다. 과거 우리가 과반이고 민주당이 80석일 때 우리는 야당이 법사위원장을 하는 게 맞다고 해 민주당에 내줬다. 숫자로 밀어붙일 수 있음에도 소수 야당의 의견을 들어주고 합의해서 법안을 통과하는 게 국회의 오랜 전통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절대 다수가 된 상황에서 그런 전통을 무시하고 다수결주의를 한다. 숫자로만 하는 게 민주주의가 아니다. 다수결주의로 가게 되면 독재로 간다. 나치가 만들어진 것도 민주적 투표였지만 제대로 운용하지 못해 극단으로 간 것이다. 민주당이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무엇이고 민주주의답게 만드는 과정이 얼마나 민감하고 어려운 것인지를 다시 깨달아 민주주의가 제대로 우리나라에서 발전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게 되길 바란다."

권혁준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