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계절근로자 확대하면서 청년대농 중심 영농체제확산
고령 농민·영세농 도태로 귀결...숙련 불법체류자 선호 추세도

6일 성주군청 문화강좌실에서 농업인과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성주 농업 대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성주군 제공>
만성적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농촌에 만병통치약처럼 인식돼 온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가 고령 농민의 조기 은퇴와 영세농의 도태 등 부작용을 부르는 것은 물론, 농산품의 품질까지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일부 지역에선 숙련된 외국인 근로자들이 편법으로 농지를 임차하거나 직접 농사를 짓는 사례도 포착돼 "농촌이 외국인에게 잠식당하고 있다"는 농민의 불안과 불만이 커지고 있다.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농번기 경북 농촌의 인력난 해소에 핵심 자원으로 자리 잡은지 오래다. 정부 허가를 받아 일정 기간 체류하며 농가에 투입돼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지난 6일 경북 성주군청에서 열린 농업 대토론회에서는 이 같은 외국인 계절근로자의 효용성이 확인된 후부터 '청년 대농(大農)' 중심의 대규모 영농체제가 확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이로 인해 고령의 농민은 농업현장을 떠나고, 소규모 농가는 가격·물량 경쟁에서 밀려나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는 문제점도 제기됐다.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외국인 인력 도입이 단기적인 생산성 향상에는 도움이 되지만, 품질과 유통 신뢰 기반이 무너지면 오히려 장기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 경북 성주 참외농의 경우 대농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품질보다 생산량 확대에 중점을 두는 것으로 파악됐다.
10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외국인 계절근로자의 효율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도 제기되고 있었다. 이들의 기본 체류기간은 6개월이며, 연장 시 최대 9개월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이 가운데 2~3개월은 적응과 숙련 교육에 소요되기 때문에 실제 투입 가능한 작업 기간은 짧다. 성주군 대가면 참외농가 A씨는 "이제 겨우 손에 익을 무렵이면 출국할 시기가 된다"며 효율성의 한계를 토로했다.
이런 점 때문에 일부 농가에선 숙련된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속칭 불법체류자)'를 선호하는 분위기도 있다. 이들은 계절근로자보다 고임금이지만 즉시 작업 투입이 가능하고 손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더 높은 일당을 제시하는 다른 농가로 예고 없이 이탈하는 사례가 잦아 인력 불안정과 인건비 상승을 유발하고 있다.
이처럼 비숙련 합법 근로자에 대한 불만이 불법 숙련 근로자 선호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농가 부담과 인력시장 왜곡이란 악순환을 만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사전 숙련교육 강화, 지자체 주도의 숙련인력 데이터베이스 구축, 공공 인력중개시스템 마련, 불법 체류자에 대한 실효적 단속 병행 등 입체적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석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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