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를 잇는 ‘가족 아너 소사이어티’
“사랑과 관심을 주고받는 사회 되길”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 나선 임진호 미진분식 대표가 사랑의 열매 모형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받은 만큼 돌려주며 사는 삶, 그게 제가 바라는 삶입니다."
임석기(60) 미진분식 대표는 수십년째 나눔의 가치를 실천하고 있는 가업 승계 기업가다. 대를 이어 매일 가게 문을 연지도 어느 덧 48년째. 짬짬이 시간을 내 형편이 어려워 공부를 못하는 학생, 의료비가 절실한 소아환자, 홀로 사는 노인들을 위한 봉사활동에 매진한다. 그에게 나눔은 특별한 게 아니라 몸에 베인 습관이자 삶의 방식이었다.
임 대표는 19살 때부터 모친이 운영하던 분식집에서 일을 했다. 곁에서 지켜봤던 모친의 선행은 훗날 그에게 많은 영향을 줬다. 그는 "당시 우리집이 꽤 큰 편이었는데, 어머니는 집 앞을 지나는 이들을 절대 그냥 보내지 않았다. 작은 음식이라도 나누던 기억이 난다"며 "그런 환경 속에서 자라다 보니 손에 남는 게 있으면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습관이 자연스레 몸에 밴 것 같다"고 했다.
그의 나눔 철학은 '대구시민들이 없었다면 현재 우리 가족도 없었다'이다. 외환위기·코로나19 팬데믹 등 수 차례 위기 속에서도 지역민들의 성원으로 가업을 지켜낼 수 있어서다.
그는 "시민들에게 사랑을 받은 만큼 돌려줘야 겠다는 다짐을 곧장 행동으로 옮겼다. 생계가 안정될 때 쯤, 주말이면 가족들과 지역 내 복지관, 쪽방촌, 아동복지시설을 찾아 반찬을 나눴고, 청소도 했다"며 "정확한 시기는 기억나지 않지만, 보람을 느끼자고 시작한 건 아니었다. 아무리 바쁘고 힘들어도 '30일 중 하루는 반드시 남을 위해 살자'며 가족 모두가 일심동체가 됐기에 가능했던 일 같다"고 전했다.
임 대표는 2018년 대구 사랑의열매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124호)이 됐다. 배우자인 이정미씨도 2022년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205호)에 가입했다. 올해는 장남 임진호씨가 부모와 같은 길을 갔다.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261호)이 된 것. 대를 잇는 '가족 아너 소사이어티'가 탄생한 셈이다.
그는 "조금 더 체계적이고 명확하게 나눔활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찰나 '대구 사랑의열매'를 알게 돼 합류하게 됐다"며 "아들이 적금을 깨서 1억원 기부를 결정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부모로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뿌듯함을 느꼈다. 가업뿐 아니라 삶의 신조까지 이어졌다는 사실이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고 했다.
장학금을 지원받았던 한 학생으로부터 받은 편지를 아직도 그는 잊지 못한다고 했다. 편지글에는 "우연히 지나가다 가게에 들러 식사하게 됐는데, 쑥스러워 인사를 못했다. 배운 대로 나누며 살겠다"고 적혀 있었단다. 임 대표는 "작은 나눔이 돌고 돌아 사회 전체에 희망의 싹을 틔울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며 "지역사회 곳곳에서 나눔을 위한 관심들이 쉴새없이 오가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구경모(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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