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일간 고공농성 마친 박정혜씨, 200일째 고공농성 고진수 세종호텔지부장 걱정
“아직 투쟁 끝난게 아니다”, 노사 교섭과 정부 개입을 통한 문제해결 촉구

박정혜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수석부지회장이 지난달 29일 오후 고공농성 600일만에 땅으로 내려오고 있다.<박용기 기자>

김영훈 고용노동부장관이 600일째 불탄 회사 옥상에서 농성 중인 박정혜 부지회장을 데려오기 위해 크레인을 타고 올라가고 있다. <박용기 기자>

김영훈(왼쪽)고용노동부장관과 박정혜 부지회장<박용기 기자>

박정혜 부지회장이 병원으로 떠나기 전 잘 다녀오겠다며 손을 흔들고 있다.<박용기 기자>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해고 노동자들이 정부, 종교, 노조, 시민단체에 노사교섭 개최 및 먹튀방지법 추진을 요청하고 있다.<박용기 기자>
"저는 내려왔지만, 아직 고진수 지부장님이 계십니다. 빨리 문제해결이 되어서 고 지부장님도 내려오셨으면 좋겠습니다."
지난달 29일 오후, 무려 600일 만에 땅을 밟은(영남일보 7월28일자 1면, 8월28·29일자 1면) 금속노조 구미지부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박정혜 수석부지회장은 병원으로 이송되는 구급차 안에서도 아직 땅으로 내려오지 못한 고 지부장 걱정이 앞섰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하지 못한 이야기가 없느냐는 영남일보의 문자에 박 부지회장은 고 지부장에 대한 이야기를 제대로 못했다며 이같이 답했다. 고진수 관광레저산업노조 세종호텔지부장은 세종호텔 앞 10m 높이의 구조물에 올라 정리해고 철회를 촉구하며 고공농성 중이다.
앞서 박 부지회장은 땅에 내려온 직후 기자회견에서 "땅을 밟았다는 게 실감이 난다"면서도 "아직 투쟁이 끝난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잘못은 니토덴코가 했는데 왜 노동자가 고통을 받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정부와 국회에서도 문제해결에 나서달라"고 했다. 600일 동안 함께 투쟁한 동지들과 여러 단체·시민연대에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날 박 부지회장은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과도 만났다. 김 지도위원은 2012년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사태에 맞서 타워크레인에 올라 309일간 고공농성을 했다.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포옹했다. 곧이어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동시에 눈물을 터트렸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고통을 잘 알기 때문이다.
이날 한국옵티칼하이테크에서는 박 부지회장의 고공농성 해제 기자회견과 함께 전날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약속한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노사교섭 개최 및 먹튀 방지법 약속 선언식도 함께 열렸다. 정 대표와 민주당은 노조가 참여하는 TF 구성 및 공청회나 국정조사를 통한 한국니토옵티칼 대표 출석 및 노사협의 테이블 마련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와 한국니토옵티칼은 모두 일본 니토덴코사의 자회사로 박 부지회장 등 남은 7명의 해고노동자들은 한국니토옵티칼로의 고용 승계를 요구하고 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재명 대통령께서 장관이 할 수 있는 모든 권한을 아끼지 말고 문제를 해결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며 "빠른 시간 내에 노사교섭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한편 액정표시장치(LCD) 편광필름을 생산한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2022년 10월 공장 화재 발생 후 공장 복구 대신 노동자들을 희망퇴직 및 정리해고했다.

박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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