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측 전날 국민의힘 일방적 취소 통보 난감
국민의힘 측 여야 간사 합의 하에 미룬 것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한복을 입은 의원들이 경주 APEC 성공을 외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지원을 위한 국회 특별위원회 회의가 야당인 국민의힘의 불참으로 반쪽짜리로 치러졌다. 위원장이 참석하지 않아 사실상 비공식 회의로 열린 것이다. APEC 지원이 시급한 상황에서 TK(대구경북)에 기반을 둔 야당이 회의를 외면한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회 APEC 특위 전체회의가 이날 오후 국회 본청에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범여권 의원들만 참석한 채 열렸다.
민주당 측 정일영 간사는 "(국민의힘의) 무책임한 취소 통보에도 불구하고, 국회·정부·지자체·경제계가 함께 회의를 이어간 것은 APEC 정상회의가 두 달도 남지 않았고 국민과의 약속, APEC 성공 개최라는 대의 때문"이라며 "정치적 이해득실을 떠나 오직 국익만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회의에선 △주요 프로그램 △정상회의 의제 △핵심 인프라 조성 등 2025 경주 APEC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한 전반적인 준비 현황이 논의됐다.
특히 만찬장 준비의 시급성이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만찬장은 정상 간 비공식 외교가 이뤄지는 핵심 무대인데도 화장실, 조리실 등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고 공사 진척도 더딘 상황이어서 '플랜B'를 가동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또 △케데헌 열풍 등 문화산업을 위한 예산 인프라 부족 △전통문화 고증·굿즈·스토리텔링 강화 △기업인 교류 만찬장 시설 확충 △외국인 참가자 서비스와 교통·숙박 편의 제고 방안 등이 논의됐다.
TK 출신의 민주당 임미애(비례대표) 의원은 "지원단이 국제행사를 치른 경험이 부족해 우려된다"며 새만금잼버리 감사보고서의 시사점을 반영할 것을 요청했다.
문제는 이같은 반쪽짜리 회의에 서로 책임 떠넘기기만 하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 측은 국민의힘 소속 김기현 위원장·이만희(영천-청도) 간사가 "당내 사정"이라며 일방적인 취소 통보를 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영남일보와의 통화에서 "갑자기 취소한 이유가 무엇인지 아직도 파악이 안 돼 우리로선 황당할 따름"이라고 전했다.
특히 민주당 관계자는 "전 정부 외교부 장관은 한 번도 참석 안했다"며 "전과 다르게 이번엔 조현 외교부 장관까지 참석했는데 (국민의힘의 회의를 취소한 건) 아쉽다"고 토로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만희 간사와 민주당 간사의 합의 하에 연기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APEC 실무자들이 대통령실과 국회 등 여러 기관들에 불러 다니며 시간 낭비를 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영남일보와의 통화에서 "행정부에서도 부르고 대통령실에서도 부르니 실무자들이 힘들어했다. 그 얘기를 듣고 김기현 위원장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 취소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29일 경북 경주시 동궁과 월지를 찾아 APEC 참가자 관광 프로그램 준비 현황을 보고 받은 뒤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또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여야 간사 간 합의 하에 미룬 것인데, 민주당 측이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고 있다"며 "민주당 간사가 합의를 안 해줬으면 애초에 연기 자체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향후 APEC 특위 전체회의는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릴 예정이다. APEC 지원 국회 결의안도 이달 중 국회 본회의에서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장태훈

정재훈
서울정치팀장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