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특산물부터 세계의 음식까지 다양한 식단 제공
맛·영양 균형 위한 영양교사와 조리사 노력 돋보여
경구 중·고교가 학생들에게 든든한 한끼 점심으로 제공하는 홍게한마리짬뽕, 순살찜닭, 꽃송이두부샐러드, 찹쌀밥, 하트단무지, 배추김치, 요플레. <경구 중·고교 제공>
4일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자 경북 구미시 봉곡로에 위치한 경구고등학교 식생활관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섰다. 조리실 입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고소한 버터 향과 오븐 열기가 식당 내부를 채웠다. 배식대 위에 놓인 쟁반에는 치즈를 얹어 구워낸 랍스터 수백 마리가 놓여 있었다.
◆ '급식판 위의 동해안'… 지역 정책이 만든 풍경
이날 배식구에서 랍스터 한 마리를 통째로 받아든 한 학생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급식 메뉴를 미리 확인하고 아침부터 기대했기 때문이다. 이날 식단은 지난달 8일 개학을 기념해 준비된 특식이다. 단순히 화려한 비주얼에 그치지 않고, 지역 특산물인 홍게를 활용한 '홍게 한 마리 짬뽕'과 '붉은대게 치즈 그라탱' 등이 연이어 식단에 올랐다.
이러한 구성이 가능한 것은 경북도의 '붉은대게 무상지원 프로그램' 덕분이다. 학교 측은 지자체 정책을 식단 운영에 반영했다. 지원 받은 식재료만큼 절감된 예산은 스테이크나 LA갈비 크림 리소토 같은 고단가 메뉴로 식단의 질을 높이는 데 재투입된다. 이는 고물가 속에서도 한 끼 5천100원이라는 단가를 유지하며 비교적 양질의 식단을 제공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배경이 되고 있다고 학교 측은 전했다.
경구 중·고교가 스페인·멕시코 음식의 날에 든든한 한끼 급식으로 제공하는 경구스화이타, 오징어버터먹물파스타, 미니아히요마늘볶음밥, 꽃어묵국, 배추김치, 수박. <경구 중·고교 제공>
◆ 수제 조리와 나트륨 저감의 '보이지 않는 공정'
조리실 내부에서는 영양교사와 조리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시중 완제품을 데워 내는 대신 '경구 왕돈가스'처럼 고기를 직접 두드려 튀겨내는 수제 방식을 고수한다. 이 학교 영양교사는 "인건비와 정성이 더 들어가는 대신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고 단가를 낮추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양 설계 역시 데이터에 기반한다. 모든 식단은 나트륨 함량을 줄이고 단백질 비중을 높인 '저염 고단백' 구조를 띤다. 식재료 본연의 색감을 살린 '컬러푸드' 배치는 학생들의 잔반을 줄이는 효과로 이어진다고 학교 측은 전했다.
◆ 식탁에서 배우는 '세계의 맛'
식당 한편에 게시된 식단표에는 나시고랭(인도네시아), 아란치니(이탈리아), 쏨땀(태국) 등 낯선 이름들이 빼곡하다. '세계 음식의 날'과 '지역 음식의 날'을 통해 학생들은 매주 다른 문화권의 식문화를 접한다.
식단에는 지중해식 오이 토마토 샐러드와 탄탄면이 나란히 오르기도 한다. 최종운 경구고 교장은 "급식은 단순한 한 끼가 아니라 학생들의 꿈과 성장을 응원하는 교육의 장"이라고 말했다.
백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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