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외친 "균형"…핵심인 '일자리'와 '교육'이 안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닷새 전 취임 100일 회견에 이어 어제 또 국가균형발전을 강조했다. 이번엔 강도가 더 세졌다. "지속성장과 발전을 위해"라는 균형발전의 목적을 분명히 하면서, 그 절박함에 대해 "선택이 아닌 운명"이란 표현까지 썼다. '운명'이란 존망이 걸린 피할 수 없는 길을 뜻한다. 국정의 책임자가 국가균형발전을 되풀이해 강조하고 그 필요성을 '운명'처럼 받아들이는 건 희망적인 메시지다.
20년간 국가균형발전에 엄청난 재정이 투입되고 수많은 정책이 쏟아졌다. 결과는 어떠했나. 수도권 1극(極) 체제는 더 강화됐고, 불균형은 훨씬 커졌다. 왜일까. 불균형의 본질, 그 핵심을 건드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외친 "균형", 이번엔 다를까. 불균형을 유발한 원인을 제거하는 게 첩경이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수많은 조사가 이미 답을 줬다. '일자리'와 '교육'이다. 양질의 일자리가 있는 곳에 사람이 모이고 돈이 돌고 소비와 생산이 활성화된다. 좋은 대학과 명문 학교가 즐비해 양질의 교육을 받을 기회를 지역이 제공하면 비싼 돈 들여 굳이 서울 갈 이유 없다. 선진국처럼 거대 기업, 최고의 명문대, 학교를 골고루 분산하는 게 균형발전의 지름길이다.
중요한 고려사항이 있다. 지역대학을 명문대로 육성하던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만한 우량기업의 육성 또는 창업을 지원하는 건 필요하지만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효율적이지 않다. 실패할 확률도 높다. 이재명 정부의 5극3특 전략도 비슷한 우려를 낳는다. 어떻게 할까. 기존의 기업, 대학, 학교를 이전하도록 '강제'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강제'가 가능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좋은 일자리와 교육시설을 다 수도권에 놔두고 지방을 살리겠다는 건 여하한 정책을 동원하더라도 밑빠진 독에 물 붓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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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 신공항 건설, 국가사업으로 전환해야
지지부진한 대구경북(TK) 신공항 사업을 국가재정 투입사업으로의 전환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현행 '기부 대(對) 양여' 방식으론 도저히 사업 추진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주호영(대구 수성구갑) 국회부의장이 그저께 "TK 신공항 사업을 중앙정부가 직접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신공항 특별법' 개정 추진을 시사한 점도 같은 맥락이다.
기부 대 양여 방식은 대구시가 K2 군공항 부지를 개발해 신공항 건설 사업비를 충당하는 구조인데, 문제는 이 땅을 매입할 사업자도 없을 뿐 아니라, 설령 있다 해도 사업비 충당에는 턱없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사실이다. 더구나 신공항 규모는 기존보다 2.3배 확대된 데다, 최신 설비 도입에 따른 군공항 이전 비용도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 부의장의 자료에 따르면, 민간자금(PF) 조달금리(7.8%)를 적용하면, 신공항 총사업비는 이자(14조8천억원)를 포함해 32조원 규모로 늘어날 수 있다. 천문학적인 자금이 소요되는 군공항 이전사업을 지방정부에 전적으로 재정 부담을 지우는 것은 '국가의 갑질'과 다름없는 처사다.
이날 주 부의장이 해결책으로 제시한 '군공항 이전사업의 국가사무화'는 지극히 타당하다. TK 국회의원들도 군공항 이전사업 재원을 국가 재정으로 부담하고, 시행자를 국방부 장관으로 명문화하는 내용을 담은 특별법 개정에 팔을 걷어붙어야 한다. 정부가 현행 TK 신공항 사업방식을 고수한다면 수십년간 군공항 소음피해를 감내하는 지역민에게 또 다른 희생을 강요하는 것과 다름없다.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대우'가 이재명 대통령과 여당의 기조인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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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에 전국 첫 탄소 중립 산단 조성, 미래 산단 모델되길
경북 구미시가 산업통상자원부의 '탄소 중립 산단 대표모델 구축사업'에 선정됐다. 이 사업은 에너지 다소비 산업단지를 대상으로 신재생에너지 설비 확대, 입주기업의 에너지 소비 고효율화 지원 등을 통해 산단의 탄소 배출을 줄여 글로벌 탄소 규제 대응력을 높이는 프로젝트다. 부산과 경합해 구미가 첫 사업지로 선정됐다. 구미는 총 1천302억원을 확보해 탄소 중립 선도지역으로 도약할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올해 하반기부터 추진되는 이 사업은 SK이노베이션 E&S,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산업단지공단 경북본부,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구미전자정보연구원 5개 기관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2029년 말까지 진행한다.
이재명 정부는 에너지 안보와 탄소 중립을 통해 성장을 이끌 구상을 하고 있다. 정부가 내년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산단 조성과 차세대 전력망 구축에 올해 예산보다 50% 늘려 총 4조원 넘게 투입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탄소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구미국가산단에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인프라가 구축되면 글로벌 경쟁력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한때 대한민국 전자산업을 이끌었던 구미의 현재 위상은 과거에 비할 바가 아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생산기지를 해외나 수도권으로 이전함에 따라 경제 침체에 인구 감소를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내부혁신과 기업 유치로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구미 경제를 온전히 살리기에는 역부족이다. 구미국가산단은 구미뿐만 아니라 경북 경제를 떠받치는 핵심축이다. 이번 사업의 성공으로 구미국가산단이 새로운 미래 산단의 모델로 탈바꿈하길 바란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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