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넘어 대구 의료산업 새 패러다임 제시
필수보건의료·위기대응 거버넌스 신설…시민 안전 지킨다
의료관광·산업·교육 재가동…지역경제 활력 기대
AI 진단·바이오 신약·스마트 의료 플랫폼 본격 추진

AI 바이오·메디시티대구협의회 초대 회장을 맡은 민복기 대구시의사회장이 협의회 재출범 의미와 향후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영남일보 DB>

AI 바이오·메디시티대구협의회 초대 회장을 맡은 민복기 대구시의사회장이 협의회 재출범 의미와 향후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영남일보 DB>

AI 바이오·메디시티대구협의회 초대 회장을 맡은 민복기 대구시의사회장이 협의회 재출범 의미와 향후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영남일보 DB>
대구는 '메디시티'라는 이름으로 의료를 전략산업으로 키워온 도시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은 외국인 환자 유치와 필수의료 기반을 흔들며 새로운 과제를 남겼다. 이러한 상황에 출범한 AI 바이오·메디시티대구협의회는 단순한 부활이 아니다. 인공지능과 바이오 기술을 품은 새로운 도약의 출발점이며, 지역 의료계와 행정, 산업계, 시민사회가 함께 짊어져야 할 시대적 책무이기도 하다. 협의회의 초대 회장으로 선출된 민복기 대구시의사회장은 이번 재출범이 지닌 의미와 앞으로의 비전을 분명히 했다.
▶메디시티대구협의회가 2년 만에 'AI 바이오·메디시티대구협의회'라는 새 이름으로 다시 출범하게 된 배경은.
"단순한 과거 회귀가 아니라 시대 변화에 맞춘 재탄생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의료의 중요성을 다시 각인시켰고, 동시에 인공지능·빅데이터·바이오 기술이 의료 패러다임을 빠르게 바꿔놓았다. 이제 의료는 더 이상 의사와 환자만의 관계에 머무르지 않는다. 첨단 과학기술과 산업, 글로벌 네트워크와 긴밀히 연결되어야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대구는 이미 전국 최초로 '메디시티 대구'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도시 차원에서 의료를 전략산업으로 육성한 경험이 있다. 그러나 팬데믹과 사회적 변화 속에서 새로운 도약이 필요했고, 의료·바이오·AI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이러한 공감대 속에서 5개 의약 단체, 대학, 기업, 관계기관, 대구시가 머리를 맞대어 협의회의 확대 재출범을 추진하게 됐다."
▶2023년 협의회 해산 이후 지역 의료계의 공백이 컸다고 들었다. 어떤 사업이나 시민 혜택이 중단되었나.
"해산 당시 지역 의료계는 말할 수 없는 아쉬움을 느꼈다. 대표적으로 의료관광산업 활성화 사업이 중단되면서 국제 네트워크와 공동 마케팅이 이어지지 못했다. 글로벌 의료 교류사업도 끊기면서 해외 의료기관과의 협력이 느슨해졌다. 시민들 입장에서도 건강증진 프로그램, 의료 교육·캠페인, 무료검진 같은 활동이 줄어든 것을 체감했을 것이다. 특히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한 무료 검진과 건강강좌는 시민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협의회 해산과 함께 속도를 내지 못했다. 산업계 역시 의료산업 기업과 병원, 해외 네트워크를 연결해주던 창구가 사라지면서 그 공백을 크게 느꼈다."
▶새 협의회 명칭에 'AI'와 '바이오'가 포함된 이유는.
"단순히 유행을 따르는 것이 아니다. 지금 의료 패러다임은 이미 데이터 기반 정밀의학, 바이오헬스 중심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협의회는 지역 대학·연구소·기업이 함께 협력해 AI 진단·예측 시스템을 실제 진료 현장에 적용할 것이다. 영상의학 분야에서 AI를 통한 조기 진단, 만성질환 재입원 예측 알고리즘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또한 바이오 분야에서는 신약 개발과 의료기기 혁신을 지역 산업과 연계해 첨단의료복합단지와 함께 연구개발과 임상이 동시에 이뤄지는 생태계를 만든다. 기존 협의회가 의료서비스와 시민 건강증진을 중심에 두었다면, 새 협의회는 의료·산업·기술이 융합하는 플랫폼으로 확장되는 것이다."
▶신설되는 '지역 필수보건의료위원회'와 '위기대응 거버넌스위원회'의 역할은.
"지역 필수보건의료위원회는 응급, 분만, 소아진료, 심뇌혈관질환 등 시민 생활과 직결된 필수의료 인프라를 지키기 위해 출범한다. 대도시 대구라고 해도 분만실이 줄고 소아청소년과가 위기를 겪는 현실이다.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안심하고 필요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역 의료계와 지자체, 상급병원, 대학병원이 함께 힘을 모을 것이다. 위원장은 전영훈 경북대병원 진료부원장이 맡는다.
위기대응 거버넌스위원회는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지진·화재 같은 대형 재난 상황에 대비하는 컨트롤타워다. 코로나19 당시 우리는 보건의료계와 행정, 산업계, 시민단체, 군·경·소방 간 협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직접 경험했다. 앞으로는 이 경험을 제도화해 위기 상황에서 더 신속하고 효율적인 대응이 가능하도록 하겠다. 시민단체도 위원으로 참여해 의견을 반영하고, 코로나19 당시 큰 역할을 했던 이경수 영남대 경영전략부총장이 위원장을 맡는다."
▶코로나19 이후 위축된 의료관광산업 진흥에도 협의회가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그렇다. 대구는 그동안 건강검진, 피부·성형, 안과, 한의, 치과, 중증질환 치료와 수술을 기반으로, 또 첨단의료복합단지의 연구 역량을 더해 대한민국 의료관광을 선도해왔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외국인 환자 유치가 급격히 줄었다. 새 협의회는 AI 기반 원격상담 플랫폼, 맞춤형 검진 서비스, 다국어 안내 시스템, 의료 연계 숙박(메디텔) 등을 통합 운영해 국제 경쟁력을 높일 것이다. 의료관광을 단순한 진료 차원이 아니라, 지역 산업·문화·관광 자원과 결합한 융합형 상품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목표다."
▶협의회가 시민과 환자의 목소리를 어떻게 반영할 계획인가.
"협의회가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시민과 환자의 의견이 반영돼야 한다. 이번에도 시민단체 건의로 지역 필수보건의료위원회와 위기대응 거버넌스위원회를 신설했다. 간호사회의 제안으로는 대구경북 시·도민 건강을 위한 다양한 의료봉사도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는 시민참여위원회, 자문단, 정기 공청회 등을 통해 시민의 목소리를 꾸준히 반영할 것이다. 협의회가 행정과 의료계 중심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의료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춰 정책과 사업을 펼쳐가도록 할 것이다."
▶대구시민들에게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은.
"이번 재출범은 단순한 조직의 부활이 아니다. 대구의 의료와 미래 첨단산업, 시민 건강을 위한 새로운 도약이다. 의료는 단순한 치료의 영역을 넘어 지역의 미래 산업이자 시민의 삶의 질을 좌우하는 핵심 분야다. 당장은 국립치의학연구원 유치와 같은 현안에 집중하고, 장기적으로는 필수의료를 지키며 AI·바이오 혁신, 의료관광, 산업, 교육을 부흥시켜 대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과의 동행이다. 협의회의 여정을 따뜻하게 지켜봐 주시고, 때로는 날카로운 비판과 애정 어린 격려로 함께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대구경북 시·도민이 체감하는 진정한 '메디시티 대구'를 반드시 만들어가겠다."

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