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구경북 13개 대학 지원했으나, 한 곳도 지정 못돼
지역 교육계 “교육부, 대학 역량 평가보다 지역적 배분 치중”
매년 10개 모델 선정됐으나 올해 7개로 줄어든 점도 불만
교육부의 글로컬대학 사업 <이미지=생성형 AI>
최근 교육부의 '글로컬대학30' 사업(3차년도) 최종 선정 결과가 발표됐지만 대구경북(TK) 지역 대학들은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지역 양대 사학인 영남대·계명대가 글로컬 대학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것이 뼈아프다. 대구경북 대학가는 전반적으로 유례없는 허탈감에 빠졌다. 올해 3차년도 사업에서 대구경북권 대학 13곳이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단 한 곳도 본 지정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전원 탈락했기 때문이다. 동아대·경성대 등 부산 양대 사학은 선택받은 것과 큰 대조를 이룬다. 무엇보다 명확치 않은 선정기준에 대한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영남대의 '불참'과 계명대의 '독자 노선'... 엇갈린 전략의 끝
지역 최대 사학인 영남대의 행보는 이번 결과에 대한 회의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영남대는 1차 선정 당시 영남이공대와 연합하고, 지난해에는 국립 금오공대와 손을 잡는 등 매번 파격적인 실험을 단행했으나 연거푸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거듭된 실패 끝에 영남대는 올해 글로컬대학 지원 자체를 아예 포기하는 결정을 내렸다. 잦은 기준 변경과 예측 불가능한 심사 결과에 대한 피로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계명대 역시 전략을 수차례 수정했다. 계명문화대와 두 차례 연합 모델로 나섰던 과거와 달리, 올해는 독자적인 생존안을 담은 단독 모델로 승부수를 던졌다. 하지만 지난 5월 1차 예비지정 통과라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결국 최종 본 지정의 벽을 넘지 못했다.
▲부산권 사학의 약진과 극명한 대비
이번 3차년도 선정 결과는 인근 영남권 내에서도 지역별로 희비가 극명하게 갈렸다. 부산 지역에선 동아대와 경성대 등 대형 사학들이 연합 모델로 최종 선정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축제 분위기를 맞이했다. 특히 부산은 앞선 1·2차년도에서 선정된 부산대·부산교육대(통합), 국립부경대·국립한국해양대(연합), 동의과학대·부산과학기술대(연합)에 이어 이번 사립대 연합 모델까지 가세하며 탄탄한 지원 기반을 구축하게 됐다.
반면 대구·경북은 올해 예비지정을 통과했던 계명대와 금오공대마저 최종 관문에서 미끄러졌다. 부산 지역 사학들이 연합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한 것과 대조적으로, TK 지역은 13개 대학이 각개전투식으로 나섰으나 결과적으로 '전멸'이라는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7개 모델로 축소된 문턱… "기준이 도대체 무언가"
교육부가 발표한 올해 신규 글로컬대학은 총 9개교(7개 모델)에 그쳤다. 사업 초기 1·2차년도에 매년 10개 모델을 선정했던 것과 비교하면 최종 선발 규모가 눈에 띄게 줄었다. 당초 '글로컬대학30'이라는 명칭에 맞춰 3년간 30개 모델을 지정하겠다던 정부의 공언과 달리, 올해는 그 기준조차 엄격해지며 문턱이 높아진 셈이다.
현장의 불만은 단순히 '탈락' 그 자체보다 '모호한 심사 기준'에 집중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대구의 한 사립대학 기획처 직원은 "작년엔 같은 재단끼리 뭉치면 떨어진다는 말이 돌아 전략을 수정했는데, 정작 타 지역에선 동일 법인 모델들이 선정됐다"며 "평가 지표의 일관성을 도무지 신뢰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이번에 선정된 호남권의 조선대·조선간호대, 원광대·원광보건대 등은 동일 법인 내 대학 간 연합 모델임에도 최종 선택을 받았다.
▲"지역 안배의 희생양인가"… 역차별 논란
대구경북권 대학가 내부에선 이번 결과가 사실상 '지역 안배'에 따른 배제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미 1·2차 사업을 통해 경북대, 대구보건대(대구), 국립경국대, 대구한의대, 포항공대, 한동대(경북) 등 지역 6곳 대학이 지정되어 있다는 점이 올해 평가에서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선정 발표 전부터 지역 대학가에는 "이미 TK 지역은 꽉 찼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대구지역 대학 행정 담당자들은 "정부가 대학의 혁신 역량과 제안서의 구체성을 평가하기보다 지역별 균형을 맞추는 정무적 판단에 치중했다"고 입을 모은다. 계명대와 금오공대가 예비지정을 통과하며 기대감을 높였으나 결국 미끄러진 배경에도 이러한 기조가 깔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0개교 지정을 목표로 달려온 글로컬대학 사업이 종착역을 향해가면서, 대구경북 지역 사학들은 이제 '생존'이라는 절박한 과제 앞에 남겨졌다. 정부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인 대형 사학들이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와 구조조정의 파고를 어떻게 넘을 수 있을지, 지역 사회의 시선은 불안하기만 하다.
김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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