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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금 한국인 “탈출 시도하자 총알이 발 옆으로”…현지 참상 생생히 전해

2025-10-14 18:40

“면접 보러 갔다가 여권 빼앗기고 감금”
불법 온라인 사기 강요·폭행 위협에 시달려

캄보디아 범죄조직에 납치·감금됐다가 구출된 피해자가 직접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영상.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캄보디아 범죄조직에 납치·감금됐다가 구출된 피해자가 직접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영상.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취업 면접을 위해 캄보디아에 간 한국인이 현지 범죄조직에 붙잡혀 불법노동을 강요당한 사실이 온라인에 생생하게 공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이 한국인 피해자가 직접 남긴 글과 영상(5초 분량)은 현지의 열악한 실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해당 게시물은 현재 삭제됐지만 영남일보 취재진이 확인 결과, 실제 사건으로 드러났다.


이 피해자는 자신을 "한국에서 일을 하다 베트남측 회사로부터 기술직 제안을 받고 출국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베트남 호찌민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현지인으로부터 "면접 장소가 캄보디아 프놈펜에 있다"는 안내를 받고 차량에 올랐다. 그러나 입국 직후 여권과 휴대전화가 압수됐다. 이후 프놈펜 외곽에 있는 이른바 '웬치'로 불리는 '범죄단지 건물'에 감금돼 온라인 도박·코인 판매 등 각종 불법 사기 업무를 강요당했다. 그는 "협조하지 않으면 폭행을 당하거나 다른 조직에 팔려간다"고 언급했다.


실제 그가 공개한 영상에는 상의를 벗은 남성 여러 명이 좁은 방 안에서 휴대폰을 조작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벽에는 옷가지가 걸려 있었고, 창문엔 쇠창살이 설치돼 있었다. 그는 "캄보디아 경찰은 신고자가 텔레그램으로 현장을 직접 보여줘야만 출동한다"며 "다른 사람이 대신 신고하면 움직이지 않는다"고 적었다. 구조돼도 대부분 피해자는 이민국 수용시설로 옮겨져 한달 이상 구금 생활을 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지난 8월 '한인구조단'(현지에서 납치 피해 한국인을 돕는 단체)에 귀국 방법을 문의한 문자도 공개했다. "현재 프놈펜 이민청 수용시설에 머물고 있고, 이 곳엔 한국인뿐 아니라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각국 피해자 30여명이 같이 있다"고 했다.


또 "구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자력으로 탈출하는 것이 가장 좋다. 자신은 탈출을 시도하다가 범죄단지 내 경비원의 총알이 발 옆으로 날아왔다"며 아찔했던 경험담을 공개했다. 이어 "최근 캄보디아뿐 아니라 미얀마 내전 지역까지 중국인들이 범죄단지를 세우고 있다"며 "동남아 여행 시 국경 지역은 무조건 피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단순 범죄 수준을 넘어 무장조직화되고 있다는 현지 체험담을 직접 전한 것이다.


영남일보 취재결과, 울산의 한 경찰서는 14일 오전 피해자의 신원과 안전을 확인했다. 이후 기자는 게시물을 게재한 피해자와 직접 연락이 닿았다. 피해자는 "대사관 측에서 현지 언론 노출이 신변에 위험할 수 있다며 게시물 삭제를 거듭 요청했다"고 전했다.


현지 교민들은 한국인이 범죄조직의 주요 타깃이 되는 이유로 '송금 속도'와 '금융 접근성'을 꼽았다. 한 선교사는 "한국인은 스마트폰 하나로 수십 분내로 거액을 송금할 수 있어 범죄조직이 표적이 되기 쉽다"며 "유럽권처럼 이체에 시간이 걸리는 국가보다 한국이 범죄에 더 적합한 구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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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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