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세습·군부독재 장기화로 현지 치안·행정 붕괴
“연이은 실종 소식에 캄보디아인들도 불안하긴 마찬가지”
“불안한 현지 상황, 가족 걱정에 하루도 편할 날 없어”
13일 오후 2시쯤 대구 달서구 한 식당에서 만난 캄보디아 국정 30대 남성 썸낭(가명)씨. 구경모기자
2023년 한국 땅을 처음 밟은 뒤 현재 대구의 한 제조업체에서 일하는 캄보디아 국적 30대 남성 썸낭(가명)씨. 그는 최근 캄보디아 내 한국인 납치·감금 사건 소식을 잇따라 접한 뒤, 참담한 금치 못했다고 했다. 외국인 노동자로서 한국 사회가 행여 캄보디아인을 너무 부정적으로 보지 않을까 해서다. 혼란스런 현지 분위기 속에서 고향에 있는 가족들의 안전까지 너무 걱정된다고 했다.
13일 달서구의 한 식당에서 영남일보 취재진을 만난 썸낭씨는 자국의 불안한 치안상황과 행정 공백 문제를 먼저 언급했다. 지난해부터 정권 세습으로 인한 군부 중심 통치가 강화되면서 캄보디아의 행정 공백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것. 그는 "캄보디아는 사실상 군부가 모든 권력을 쥐고 있다. 행정 공백으로 경찰도 범죄조직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다. 돈이 있으면 죄를 덮을 수 있다는 생각이 만연된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나라가 워낙 불안하다보니 현지인들은 '법보다 힘'이라는 생각이 자리 잡았다. 중국 범죄조직이 활개 치는 것도 결국 이런 사회 분위기 때문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현지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활개치자, 한국에 체류 중인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대구경북지역 공장과 교회, 외국인센터 등에서 최근 납치 사건 이야기가 자주 오르내린다. SNS 단체방에선 각자의 안부를 묻는 게 일상이 됐다. 일부는 고향 상황이 진정될 때까지 송금을 미루거나 귀국을 고민하고 있다"며 최근 뒤숭숭한 분위기를 했다.
이번 사건에 대한 개인 심정도 털어놨다. 그는 "외국인 노동자에게 일할 기회를 준 한국 사회에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건으로 불안을 느꼈을 한국인들에게 죄송하다. 하지만 대다수 캄보디아 사람들은 가족을 위해 성실하게 일하는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걸 알아 줬으면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인 실종자들도 빠른 시일 내 가족들과 다시 만나길 기도하겠다"고 덧붙였다.
구경모(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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