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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세상] 유통 대전환의 파고, 자영업의 길을 묻다

2025-10-24 06:00
임규채 경북연구원 사업지원본부장

임규채 경북연구원 사업지원본부장

한때 대형마트의 대표였던 홈플러스가 이제는 위기의 상징이 되었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로 불리던 '유통 빅3'의 한 축이었지만, 지금은 매출이 10년 전의 절반으로 줄고 점포 수도 급감했다. 소비자는 발길을 끊고, 투자자의 관심도 멀어졌다. 조직 내부마저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그 이유를 단순히 온라인 쇼핑의 성장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오프라인 유통의 구조 변화와 소비 트렌드의 전환, 그리고 경영 전략의 실패가 겹쳐진 결과이다.


홈플러스의 몰락은 지금 한국 유통산업이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첫째, 대형마트의 시대가 끝났다. 1990~2000년대 대형마트는 '규모의 경제'를 무기로 급성장했지만, 이제는 편리함의 경제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쿠팡, 마켓컬리, 네이버쇼핑 등은 재고와 물류, 배송을 실시간으로 연결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반면 대형마트는 여전히 넓은 매장과 대량구매 중심의 구조에 묶여있다. 홈플러스도 디지털 전환이 늦었고 부동산 매각에만 집중한 재무 전략으로 소비자의 신뢰를 잃었다.


둘째, 소비의 중심이 '가격'에서 '경험'으로 이동했다. 이제 소비자는 단순히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라 즐거움과 감성을 함께 찾고 있다. 쇼핑과 여가를 결합한 스타필드나 더현대서울 같은 복합공간이 인기를 끄는 반면, 진열대만 가득한 전통형 마트는 매력을 잃었다. 홈플러스는 이러한 변화에 뒤처져 점포의 체험 공간화와 지역 연계 서비스에서 차별화를 이루지 못했다.


셋째, 유통의 중심축은 완전히 플랫폼으로 이동했다. 과거에는 제조업체가 대형마트에 납품해 소비자와 만났지만, 이제는 네이버·카카오·쿠팡 같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직접 판매하는 시대다. 유통의 경쟁력은 더 이상 매장의 크기나 진열 상품 수에 있지 않다. 데이터를 얼마나 정교하게 분석하고, 물류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하며, 지역 소비자와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는지가 핵심이 되었다. 하지만 변화하는 유통 환경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홈플러스는 내부 효율화에만 집중했다. 이는 소비자와의 소통을 단절시켜 브랜드 존재감을 잃어버리는 원인이 되었다.


또 하나의 중요한 요인은 인구구조의 변화이다. 생산가능인구가 줄고 1~2인 가구가 빠르게 늘면서 대형마트를 찾는 가족 단위 소비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대신 근거리에서 필요한 만큼만 사는 소비가 늘고, 간편식과 온라인 쇼핑이 일상화되었다. 고령화로 이동성이 떨어지면서 마트까지 가는 장보기는 점점 줄고 있다.


앞으로의 유통시장은 '초연결·초개인화·초지역화'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빠르게 재편될 것이다. 초연결은 데이터 기반 물류와 결제 시스템이 하나로 묶이는 것을 뜻하고, 초개인화는 인공지능(AI)이 소비자의 취향을 예측해 맞춤형 상품과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로 발전할 것이다. 초지역화는 로컬 브랜드와 지역 커뮤니티가 결합해 새로운 소비 문화를 만들어가는 흐름이다. 이런 변화 속에서 자영업자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단순히 물건을 파는 데 그치지 않고 고객과 지역이 공감할 수 있는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도 단기 보조금에서 벗어나, 데이터·물류·콘텐츠를 공유하는 디지털 생태계 조성으로 방향을 바꿔야 한다. 상권의 경쟁력은 이제 점포수가 아니라 소비자가 응답하는 연결의 질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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