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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책 속에 길이 있다

2025-10-27 06:00
이찬희 법무법인 율촌 고문·전 대한변호사협회장

이찬희 법무법인 율촌 고문·전 대한변호사협회장

티 안 나게 진짜 대단한 사람의 유형이 있다고 한다. 후배가 페이스북에 그 유형을 올렸는데 깊이 공감된다. 운전하면서 욕하지 않거나 체형을 꾸준히 유지하는 사람은 절제할 줄 알기에 실수가 없는 예상할 수 있는 범주다. 예상 밖이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유형은 한 달에 1권 이상 독서하는 사람이다. 베이컨의 말처럼 독서는 사람을 완전하게 만드나보다.


독서의 계절이라는 가을이 무르익어 간다. 가을은 자연적으로 선선해지는 날씨가 집중력을 높이며 책 읽기 좋은 환경이 된다. 심리적으로도 수확의 풍요로움과 떨어지는 낙엽의 공존을 바라보며 살아온 인생에 대한 사색과 살아갈 날에 대한 길을 책에서 찾게 된다. 가을을 맞이하여 저자의 친필 덕담과 서명이 적혀있는 두 권의 책을 선물 받았다.


한 권은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 출신인 김성우 변호사의 '아직은 가족, 끝까지 가족'이다. 가사사건의 경우 소년재판이나 이혼처럼 현재형인 경우도 있지만, 상속이나 증여와 같이 인생의 후반전을 대비하여 미리 준비하는 분야도 있다. 저자는 전문가답게 오랜 실무와 연구를 바탕으로 수필 형식을 빌려 어려운 법리를 사안별로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서술하였다.


변호사에게 가사사건은 의사의 감기 치료와 같다고 폄훼된 적도 있지만, 완전히 옛날이야기이다. 이혼, 상속, 유언, 성년후견 등 가사사건은 이제 다른 분야와 비교하여 결코 수월하지 않은 영역이 되었다. 가사사건의 수행에는 기계적인 법리와 사실을 넘어 진심과 애정이 필요함을 강조하면서 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저자의 내공이 책을 읽으며 절로 느껴졌다.


다른 한 권은 언론계, 행정부, 금융기관을 거쳐 로펌에서 평판위기 자문 업무를 담당하는 김왕기 고문의 '비욘드 리스크'이다. 김 변호사의 저서가 노후와 사후를 대비하는 길을 보여 준다면, 김 고문의 저서는 기업이 위기를 어떻게 대비하여야 하고, 위기에 마주쳤을 때 어떻게 관리하여 기회로 전환시킬 것인가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아직 위기 발생 후 수습에 비중을 두고 있지만, 저자는 평소 위기관리시스템 구축이 기업유지나 비용감소에 훨씬 효과적임을 수많은 경험을 바탕으로 설명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격년으로 발표하는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2023년 성인이 전자책, 오디오북을 포함하여 일반도서를 한 권이라도 읽은 비율은 43%이고, 연간 독서량은 3.9권이다. 2021년 대비 각각 4.5%와 0.6권이 감소하였다. 그나마 학생의 독서율이 모든 매체에 걸쳐 고르게 증가하고, 20대 청년층의 독서율이 대폭 증가한 것은 다행이다.


1년 평균, 성인 기준으로 미국 12.6권, 중국 8권이고 프랑스는 약 17권 정도의 책을 읽는 것에 비해 한국 성인의 독서량은 매우 부족하다. 가장 큰 이유는 시간이 없어서라는데 핑계일 수 있다. 필자는 위에서 소개한 '아직은 가족, 끝까지 가족'은 이번 한가위 연휴 때 일본 히로시마 가족여행 중에, '비욘드 리스크'는 대만 가오슝 아태스카우트 총회 출장 중에 읽었다. 낯선 외국의 호텔이나 카페에 앉아 독서하는 낭만은 경험하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매력적이다.


티 안 나게 독서해야 진짜 대단한 사람일텐데, 이렇게 공개적으로 한 달에 책 2권을 읽은 티를 팍팍 냈으니 스스로 대단하지 못함을 자백한 듯하다. 그래도 오곡의 수확만큼 값진 지식의 창고를 채우기 위해 몇 권의 책과 함께 길어진 가을밤을 음미해 볼 계획이다. 그러다 우연히 인생의 길을 찾으면 그 길을 걷는 행복을 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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