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광양·당진 상의, 정부에 공동건의
관세폭탄 이어 탄소할당 급감 위기
연 6천억 부담…산업기반 흔들려
법안·정책 엇박자, 대응전략 시급
“산업·환경 조화한 실효대책 필요”
포항철강산업단지 전경. 포항철강관리공단 제공
미국과 유럽의 통상 규제 강화에 국내 탄소비용 증가가 겹치면서 철강업계가 전례 없는 이중 압박에 놓였다. 철강산업이 지역 경제의 핵심 기반인 포항·광양·당진 상공회의소는 28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에 공동 건의문을 제출하고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녹색철강기술 전환 특별법', 이른바 K-스틸법의 조속한 처리(영남일보 10월 28일자 1면 보도)와 제도 보완을 요청했다.
이들 상의가 문제로 지목한 첫 번째 요인은 통상 환경이다. 미국은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철강 제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해 왔고 최근에는 일부 품목을 중심으로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유럽연합 역시 세이프가드 조치를 통해 무관세 수입 물량을 제한하고 있어 한국산 철강의 주요 수출 시장이 동시에 좁아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철강 수출 물량은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수출 단가 하락까지 겹치면서 채산성 압박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탄소비용 문제도 있다. 환경부가 확정한 제4기 배출권거래제(2026~2030년) 기본 계획에 따르면 산업계의 무상 할당 비율은 점진적으로 조정되고 발전 부문의 유상 할당 비율은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철강은 대표적인 다배출 업종으로 분류된다. 업계는 이 제도 변화가 현실화될 경우 연간 5천억~6천억 원 수준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추산한다. 배출권 가격이 상승할 경우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생산 지표도 녹록지 않다. 2024년 국내 조강 생산량은 최근 10년 사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일부 제강 설비는 가동을 멈추거나 감산 체제로 전환됐다. 포스코 1제강공장과 현대제철 포항2공장의 운영 축소는 협력업체 매출과 지역 고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철강산업은 조선·자동차·건설 등 전방 산업의 소재를 공급하는 기초 산업이기 때문에 생산 차질은 연쇄적인 파급 효과를 낳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업계는 해법으로 K-스틸법을 제시했다. 여야 의원 100여 명이 공동 발의한 이 법안은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기본계획 수립, 수소환원제철 등 저탄소 기술 개발 지원, 철강특구 지정과 인프라 구축, 세제·금융 지원 근거 마련 등을 골자로 한다. 탄소중립 전환을 전제로 하되 기술 전환 비용을 국가가 일정 부분 분담하도록 법적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법안은 아직 국회 상임위 단계에 머물러 있다. 정부는 탄소 감축 목표 이행을 위해 배출권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업계는 속도 조절과 산업 경쟁력 보완책을 요구한다.
포항·광양·당진 상의는 공동 건의문에서 "철강산업은 지역 제조업 고용과 세수의 중심축"이라며 제도 설계 과정에서 산업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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