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로만 보던 한국 전통문화 실제로 보니 흥미롭다”… 굿즈는 조기 매진
한복·갓 차림 봉사자들 환대행사, 외국인 관광객 발길 이어져
“‘문화 소비국’에서 ‘문화 발신국’으로의 지위를 굳혔다”
30일 오전 10시쯤 찾은 경주역사네 '2025 APEC' 팝업스토어. 구경모기자
30일 오전 9시, 경주역 대합실 앞. 'APEC 2025 KOREA' 기념 굿즈 팝업스토어는 각국의 수행단과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진열대 위에 놓인 조선왕실 와인 스토퍼에는 이미 '품절' 표시가 붙어 있었고, 신라문양이 새겨진 머그컵과 금박 엽서 세트도 수량이 얼마 남지 않았다. 서울에서 내려온 관광객 이강혁(28)씨는 전통무늬 부채를 고르며 "APEC 회의 덕분에 이런 굿즈를 살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며 웃었다.
이 팝업스토어는 한국관광공사와 문화체육관광부가 공동 주관한 'APEC 2025 경주 특별전'의 일환으로 지난 25일부터 오는 11월 2일까지 일주일간 운영된다.
30일 오전 10시쯤 찾은 경주역사 내부 '2025 APEC' 팝업스토어에서 판매중인 조선왕실 문양 와인 마개. 구경모기자
매장 안에는 카드지갑, 캔버스백, 머그컵, 금박 컬러링 키트, 부채, 엽서 등 다양한 기념품이 놓여 있었다. 직원에 따르면 오픈 2일 만인 지난 27일 주요 품목이 모두 매진됐다. 특히 패션 브랜드 'Matin Kim'이 제작한 카드지갑과 에코백은 가장 인기 제품이다. 하늘색 가죽 재질에 'APEC 2025 KOREA' 로고가 각인된 카드지갑은 온라인몰에서도 품절 상태로 표시돼 있었다. 매장 한쪽에서는 외신기자와 수행단들이 줄을 서서 상품을 구경하고 있었다. 말레이시아에서 왔다는 사라(여·32)씨는 "디자인이 세련돼서 젊은층 반응이 좋다"며 "고국에 있는 친구들까지 하나 구해달라고 할 정도다. 막상 와보니 품절이라 허탈하다"고 아쉬워 했다.
30일 오전 10시쯤 찾은 경주역사 내부 '2025 APEC' 팝업스토어에서 판매중인 신라문양이 새겨진 굿즈들. 구경모기자
이번 굿즈의 핵심 콘셉트는 '외교의 얼굴'이다. 불국사 기와무늬를 본뜬 컵받침, 신라문양을 담은 한지 엽서, 석굴암을 형상화한 미니 조명 등 전통 소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상품들이 눈길을 끌었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세계인이 한국의 미감을 일상에서 경험하도록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매장 벽면에는 디지털 굿즈도 함께 전시돼 있었다. 스마트폰 배경화면과 워치 페이스 등 21종의 '디지털 기념품'이 공개됐고, '보자기', '문화유산', 'UN 순방' 등 세 가지 테마로 구성돼 공식 앱을 통해 누구나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도록 했다.
30일 오전 10시쯤 경주역 앞 광장에서 갓과 한복을 차려입은 봉사자들이 각국 수행단원들과 외국이 관광객들을 상대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같은 시각 경주역사 앞 광장에는 각국의 수행돤과 관광객을 맞이하는 환대 행사가 한창이었다. 갓과 한복 차림의 봉사자들이 입구에서 손을 흔들며 "엘컴 코리아!"를 외쳤다. 방문객들에게는 APEC 로고와 함께 경주·대구·서울 등이 세겨진 에코백과 한국 화장품 샘플 키트를 나눠줬다. 호주에서 온 관광객 마리(29)씨는 "한국 전통옷을 실제로 보니 정말 흥미롭다. 미디어를 통해서만 갓과 한복을 접하곤 했는데, 실제 보니 구입하고 싶다"고 말했다.
외국인들의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은 20년 전 '2005 부산 APEC'과는 사뭇 다르다. 당시만 해도 김치를 만찬 메뉴에 포함할지를 두고 고심하던 한국은 당시 국제무대에서 '문화 변방'이었다. 그러나 현재, 케이팝과 영화 '데몬 헌터스' 등 한류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주목받으면서 '문화 소비국'에서 '문화 발신국'으로의 지위를 굳히고 있다.
구경모(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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