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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전태일<2>] 여성청소노동자 “어떤 날은 소변기에 대변 테러…움켜쥐고 닦아내자니 눈물만”

2025-11-03 18:22

노동자 1명이 기숙사 1개관 도맡아

건물 밖 화단까지 청소구역에 포함

엘리베이터 없는 건물이 절반 가량

대형 쓰레기봉투 나르다가 진 빠져

 

간이 조리실 난장판 뒷처리도 고역

썩은 국물 뒤집어쓰면서 분리수거

 

용역 계약직으로 월 200만원 남짓

고생한 만큼 벌었으면 하는 바람뿐


한 여성청소노동자가 바닥에 쭈그리고 않아 남자 소변기를 닦고 있다.<익명을 요구한 여성청소노동자 제공>

한 여성청소노동자가 바닥에 쭈그리고 않아 남자 소변기를 닦고 있다.<익명을 요구한 여성청소노동자 제공>

한 대학의 기숙사 계단에 쌓여있는 쓰레기. 한 여성 노동자는 " style="width:700px;height:933px;">

한 대학의 기숙사 계단에 쌓여있는 쓰레기. 한 여성 노동자는 "이 정도 양은 세발의 피다. 주말이 끝난 월요일엔 몇 배가 더 나온다. 일요일에 출근해 미리 청소를 하는 여사님들도 여럿"이라고 귀띔했다. <익명을 요구한 여성청소노동자 제공>

한 대학 기숙사에 버려져 있는 택배 쓰레기.<익명을 요구한 여성청소노동자 제공>

한 대학 기숙사에 버려져 있는 택배 쓰레기.<익명을 요구한 여성청소노동자 제공>

한 트럭에 쌓여 있는 대학 기숙사 쓰레기.<익명을 요구한 여성청소노동자 제공>

한 트럭에 쌓여 있는 대학 기숙사 쓰레기.<익명을 요구한 여성청소노동자 제공>

한 여성청소노동자가 대학 기숙사 내 화장실 바닥을 밀대로 청소하고 있다.<익명을 요구한 여성청소노동자 제공>

한 여성청소노동자가 대학 기숙사 내 화장실 바닥을 밀대로 청소하고 있다.<익명을 요구한 여성청소노동자 제공>

기숙사 내 화장실 양변기에 손을 넣어 오염물을 지우는 한 여성청소노동자.<익명을 요구한 여성청소노동자 제공>

기숙사 내 화장실 양변기에 손을 넣어 오염물을 지우는 한 여성청소노동자.<익명을 요구한 여성청소노동자 제공>

'여성' '청소' '노동자'. 우리 사회의 약자성을 대변하는 단어들이다. 결코 없어서는 안돼는 절대적인 것들이지만 이 단어들이 결합되는 순간, 또다시 인정받지 못하는 존재로 전락한다. 이들의 삶은 철저히 가려져있다. 일터에선 '보이지 않는 일'을 한다.


최근 경산시 진량읍에 있는 한 카페에서 여성청소노동자 4명을 만났다. 인근 대학 기숙사 청소를 하는 이들은 50~60대 여성들로 인터뷰에는 흔쾌히 응했지만, 학교로 직접 가겠다고 하자 "행정실 직원들 눈에 띄면 불편하다"며 퇴근 후 학교 밖에서 만나자고 했다.


◆ 1명당 방 140~150개 청소…엘리베이터 없는 건물도


근무경력 6개월차 신입부터 10년차에 이르는 이들의 근무 시간은 오전 7시30분부터 시작된다. 업무는 오후 4시30분 끝이 난다. 1명이 5층짜리 기숙사 1개 관을 맡는다. 기숙사 18개 관에서 생활하는 학생은 4천200명이 넘는다. 관별 학생 수용인원은 평균 220~240명 정도. 많은 관엔 280명이 생활한다. 18개 관에 할당된 청소 노동자는 17명. 코로나 때 2명을 줄인 후 증원이 되지 않았다.


대학 기숙사 청소 업무량이 뭐 그리 많을까 싶지만, 예상을 뒤엎는다. 여성 노동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관별 변기 수만 28개다. 여기에 세면대(40개), 샤워실(40개), 간이조리실, 탈의실, 휴게실, 독서실은 물론, 복도, 계단, 건물 앞 화단까지가 이들의 청소 구역이다.


10년 넘게 일해왔다는 한 60대 여성은 "낙엽 쓸다 어깨가 다 나갔다. 너무 힘들어서 낙엽을 날려주는 송풍기를 샀는데, 무거워서 옮길 때마다 용을 쓴다"고 토로했다.


방학 때 학생들이 집으로 돌아가면 기숙사 모든 호실을 입주청소하듯 갈아엎는다. 노동자 1명이 자신이 맡은 건물에 있는 방 140~150호를 모두 청소해야 하는데, 방마다 비치된 매트리스 2개를 밖으로 끌어내는 일만 해도 진이 빠진다. 최근 추석 명절 땐 청소노동자 17명 중 5명이 4일간 청소를 하기 위해 기숙사에 나왔다. 명절 연휴를 다 쉬면 복귀 첫날 업무를 감당할 수 없어서다. 그마저도 4일 근무 중 이틀만 유급 처리됐다.


기숙사 건물 중 절반엔 엘리베이터가 없다. 신축한 8개 관에만 엘리베이터가 있다. 이때문에 노동자들은 1년마다 청소 구역을 바꾼다. 바꿀 때, 한쪽은 울고, 다른 한쪽은 웃는단다.


하루 배출되는 쓰레기량이 어느 정도인지 묻자, 한 여성청소노동자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이내 긴 한숨을 내쉬었다.


"아휴, 말도 마라. 조리실에 음식물쓰레기가 많은 날은 대용량 쓰레기 봉투 40~50개를 쓴다. 그걸 우리가 직접 들 수가 없잖아. 5층에서 배가 터질 것 같은 쓰레기봉지를 공처럼 굴려서 1층까지 끌고 나가야 해. 너무 너무 힘들어요. 진짜…. 굴리다가 봉투가 찢어지면 썩은 음식물이 쏟아져나오는데 그걸 걸레로 닦다 보면 울고 싶다니깐."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 봉투를 교내 쓰레기 소각장까지 낑낑대며 옮겼다. 이제 건물 앞까지만 내놓으면 되니까 이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안도했다.


◆외국인 유학생 늘면서 더 힘들어진 청소


기숙사 복도에는 배달음식 쓰레기, 각 나라에서 부쳐진 택배 비닐 및 상자 쓰레기가 쌓여있는데 이를 분리수거하는 일도 이들의 몫이됐다. 특히 수도권 집중 심화에 따른 지방소멸과 학생수 감소에 따라 지방 대학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유치 초기, 중국, 일부 동남아 국가로 한정됐던 유학생 국적이 최근엔 전세계로 확대되는 추세다. 대구·경북지역 대학 중 외국인 유학생이 가장 많은 대학은 A대학으로 무려 3천44명에 이른다. 나머지 대학들도 1천명 중·후반대 외국인 유학생들이 학교를 다니고 있다. 이들이 근무하는 학교에도 1천660명의 외국인 유학생이 등록돼 있다. 이러한 현상이 업무 환경도 송두리째 바꿔버렸다.


외국인 유학생이 급증하면서 대학 청소 노동자들끼리 만나면 '남자 소변기 대변 테러'때문에 힘들다는 하소연이 이어진다. 한 여성은 "남자 소변기에서 대변을 처음 본 날, 너무 황당했다. 이것도 문화 차이라 봐야 하나. 사람이 한 짓인가 싶었다. 중국 유학생들이 많은 기숙사에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한다. 물걸레로 일일이 닦아낼 때마다 고역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양변기 위에 올라타 변기 커버를 붙잡고 볼일을 보는 학생들도 있다. 이 역시 치우는 일은 청소노동자 몫이다. 학교에서 입학 전 에티켓 교육도 해줬으면 좋겠는데, 학생 유치가 어려워지니까 이런 걸 제재하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씁쓸해 했다.


밀키트, 라면 등 간편음식을 데우는 데 쓰이던 간이 조리실이 중국 요리집으로 바뀐 것도 최근에 벌어진 일이다. 중국 학생들이 음식을 반죽해 튀김요리를 해먹는데, 남은 음식을 그대로 쓰레기통에 넣는다. 부패된 국물을 뒤집어쓰면서 분리수거를 감당해야 하는 건 여성 청소 노동자들이다.


노동자들은 유학생들과 언어가 통하지 않으니 양팔로 X자를 만들어 "안돼!"라고 경고하곤 한다. 이에 일부 유학생들은 웃으며 "몰라!"하며 지나가 버린다. 그 노동자는 "내 말 뜻을 알아들은 것 같았다. 그런데 모른 척 무시하는 것 같아 불쾌했다"고 했다.


◆ 200만원 남짓한 급여…"고행한 만큼 가져가고 싶다"


휴게 공간은 그나마 나아졌다. 잠깐 간식을 먹거나 누워서 쉴 수 있는 공간이 관마다 마련돼 있다. 하지만 씻을 공간이 없다. 한겨울에도 반팔 차림에 화장실 변기를 청소솔로 박박 문지르다 보면 온몸에 오물이 튀기 일쑤지만, 전용 샤워실이 없다. 한 노동자는 "몸에 냄새가 너무 심한 날은 남학생 화장실에 커튼을 쳐놓고 허겁지겁 몸을 씼었다"면서 "화가 난 학생들이 빨리 나오라고 씩씩대며 소리를 치거나 학교에 민원을 넣는 경우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최근 인근 대학에선 책상에 붙어있는 스티커를 신나로 지우던 노동자가 토하고 쓰러져 한바탕 소동이 있기도 했다. 병원 진료를 받고 약을 처방받은 후 일단락됐다.


한 50대 여성 노동자는 "락스에 물을 희석해 화장실 청소를 하는데, 머리가 아프고 속이 울렁댄다. 보호 장구라곤 장화, 고무장갑 정도 뿐 안전장비가 전혀 없다. 과거엔 변기 청소할 때 염산성분이 들어간 세제를 썼었다. 청소하는 아줌마들, 위장 장애는 기본으로 달고 산다. 허리, 손목, 어깨 안 아픈데 없고, 무거운 걸 자주 드니까 어그적어그적 걷는다"고 푸념했다.


이렇게 일하고 용역업체에서 받는 계약직 미화원의 급여는 얼마나 될까. 한 노동자가 내민 급여 명세서에는 200만 원 남짓한 액수가 찍혀 있었다. 과연, 정당한 대가일까. 식대 7만원과 직책수당 13만원은 10년 넘게 인상되지 않고 있다.


자신들의 노동과 그 대가에 대한 앞으로의 바람에 대해 질문했다. "쉬는 날 쉬고, 고생한만큼만 갖고(가져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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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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