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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어게인(Again) 대구

2025-11-12 17:35
권근상 전 행정안전부 국장

권근상 전 행정안전부 국장

대구는 늘 대한민국 정치사의 중심에 서 있었다. 삼국시대 신라의 요충지로 자리 잡은 이래 조선시대에는 경상감영의 본거지로 수백 년간 행정과 문화를 이끌어 왔다. 일제강점기에는 열화같은 국채보상운동으로 민족적 자각을 일깨웠고, 1960년 2·28민주화운동은 민주주의 불꽃을 피워 올렸다. 박정희 대통령의 애국적 리더십과 새마을운동 등으로 근대화의 초석을 닦아 산업화 시대를 열었다. 그리고 삼성상회를 일군 이병철 회장의 기업가 정신이 이 땅에서 움텄다. 이처럼 대구는 도약을 이끄는 자랑스러운 역사의 전진기지였다.


그러나 오늘의 대구는 어제의 대구가 아닌 듯, 모든 분야가 활력을 잃어 가고 있다. 시민들은 한결같이 살기가 어렵고 힘들다고 말한다. 산업 현장에서는 성장의 엔진이 꺼져가고 있다는 비명이 들려오고 있다. 정치적으로도 이 나라 보수정치의 일번지로 그 맥을 이어온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구심점을 잃은 정치는 시민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남기고 있다.


기득권에 안주하는 정치인들에 대한 원성과 실망감은 깊어만 가고 있다. 행정 역시 시정을 책임진 시장의 공백으로 보이지 않는 난제들만 쌓이고,미래를 위한 변화와 소통은 보이질 않는다.


경제와 사회 현실은 더더욱 어렵고 심각하다. 청년실업의 고삐는 좀처럼 잡히지 않는다.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떠나는 젊은 세대는 나날이 늘어나 인구 유출은 도무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저출산·초고령화는 지역 소멸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한때 교육의 메카로 불리던 도시의 위용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지역인재들은 일터를 찾지 못해 방황하고 있다.


'지금 대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우리 대구시민은 지금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이 절박한 현실 앞에서 그저 몸부림만 치고 있을 뿐이다. 대전환만이 다시 대구를 일으켜 세울 수 있다. 250만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혁신적 변화만이 다시 대구를 살릴 수 있다. 바꾸지 않으면 바뀌지 않는다.


청년 정책은 단순히 일자리 수를 늘리기보다는 스타트업과 첨단산업의 생태계를 일구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그래야 청년들이 떠나지 않고 꿈을 펼칠 수 있다.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산업 구조 전환이 절실하다. 섬유·기계 중심의 전통 산업을 넘어AI, 디지털, 바이오, 그린 에너지 등 신산업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훌륭한 인재의 발굴과 양성은 성장과 발전의 동력이다. 창의적인 융합 교육, 글로벌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적극 도입하는 등 경쟁력있는 교육의 지평을 넓혀야 한다.


문화가 살아 숨쉬는 도시의 브랜드를 새롭게 창조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대구의 정체성을 되찾는 길이다. 민족사의 굽이굽이마다 전환기적 과제를 앞장서 극복해 온 대구와 대구 시민의 저력과 자산을 결집할 때이다.


이 모든 시대적 과제는 우리에게 새롭고 혁신적인 리더십을 요구하고 있다. 화려하고 거창한 정치 이력만으로는 우리의 미래를 말할 수 없다. 젊고 유능한 정치 지도자가 나서야 한다. 소신과 용기, 그리고 미래를 내다보는 담대한 비전을 가진 새로운 세대의 등장이다. 대구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희망이 거기에 있다. 대한민국을 이끄는 심장으로 다시 우뚝 설 그날을 위해 희망의 불씨를 지펴야 한다.


경상감영공원의 돌담길은 어제나 오늘이나 '역사에서 온 메일'을 소리 높여 들려주고 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묻고 또 묻는다. 대구여, 다시 도전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권근상<전 행정안전부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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