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51117027324241

영남일보TV

  • 새벽 공기 뚫고 시험장으로… 2026 수능 그날의 따뜻한 현장
  • 이건희 기증 석조물 257점 공개, ‘모두의 정원’ 개방

[대구 소극장을 살리자-2] 관객은 왜 소극장을 외면하는가

2025-11-17 16:26
9일 대명동 골목실험극장 내부 객석 모습. 10여 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곳에는 총 30석이 마련돼 있으며, 필요에 따라 100석까지 설치 가능하다. <사진=정수민기자>

9일 대명동 골목실험극장 내부 객석 모습. 10여 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곳에는 총 30석이 마련돼 있으며, 필요에 따라 100석까지 설치 가능하다. <사진=정수민기자>

'연극은 사람이 있어야 가능한 예술이다.' 대구예총 50년사에서는 연극을 이렇게 정의한다. 관객이 없는 공연은 그 의미를 잃는다. 한때 '제2의 대학로'로 불리며 활기 넘치던 대명공연거리의 소극장들은 공연의 완성도 하락과 열악한 제작 환경, 관객과의 눈높이 격차가 맞물리면서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대구 연극의 '뿌리'인 이 거리의 소극장에 왜 관객의 발길이 뜸해졌을까. 위기의 소극장을 둘러싼 관객과 극장, 두 주체의 엇갈린 시선을 들여다봤다.


2010년 3월 대명동 일대가 대명동문화거리로 탄생했으며, 현재 14개 소극장이 거리를 지키고 있다. 사진은 대명공연거리 모습. <사진=정수민기자>

2010년 3월 대명동 일대가 대명동문화거리로 탄생했으며, 현재 14개 소극장이 거리를 지키고 있다. 사진은 대명공연거리 모습. <사진=정수민기자>

대명공연거리 모습. <사진=정수민기자>

대명공연거리 모습. <사진=정수민기자>

◆대명동에서 시작된 대구 연극의 전성기


대구 연극은 소극장과 함께 성장해왔다. '대구예총 50년사-대구연극협회'에 따르면, 1980년대는 지역 연극계의 황금기로, 수많은 극단이 창단되던 시기였다. 극단이 1인 대표 체제로 확립하게 된 것은 1990년대로, 대구문화예술회관이 개관하고 연극인들의 창작 기회를 마련한 목련연극제가 창설된 시기다. 또한 당시 지역 연극인들의 오랜 숙원인 시립극단이 창단되고, 대학에 연극 관련 학과들이 생겨나는 등 대구 연극계가 도약 성장기에 들어서게 됐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전국연극제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며 비수도권 1위 연극 도시의 기반을 다져왔다.


2009년에는 대명동 중심으로 연극소극장들이 개관하자, 소극장 운영장들이 모인 대구소극장협회가 '소극장 있다 페스티벌'을 처음 개최했다. 그렇게 2010년 3월 대명동 일대가 대명동문화거리로 탄생했다. 그 뒷배경엔 지역 예술인들의 자생적인 움직임이 있었다.


당시 계명대가 성서로 이전하면서 유동 인구가 감소하고, 상권이 침체돼 공실은 많아지고 거리는 침체됐다. 하지만 그 공간에 예술인 민간 단체와 극장들이 하나둘 들어서게 되면서 활기를 찾았다. 연극 전용 소극장 5곳과 악기점, 연습실 등 문화 관련 사무실 및 작업실이 포진해 있었다. 또한 우전 소극장을 중심으로 한울림 소극장, 예술극장 액터스토리, 예전 아트홀, 빈티지 소극장 등이 주도하며 소극장 문화는 확장됐다.


현재 20여 개의 소극장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문화예산이 삭감되면서 연극이 올라오는 빈도는 눈에 띄게 줄었고, 지난해 8년 만에 어렵게 재개됐던 '대구소극장페스티벌'은 올해는 끝내 개최되지 못했다. 지역 소극장 업계 곳곳에서는 "극장의 명맥 유지조차 위태롭다"는 절박한 호소가 쏟아지고 있다.


9일 대명공연예술센터 앞에 설치된 게시판 모습. 진행 예정인 공연의 홍보 포스터가 붙어 있다. <사진=정수민기자>

9일 대명공연예술센터 앞에 설치된 게시판 모습. 진행 예정인 공연의 홍보 포스터가 붙어 있다. <사진=정수민기자>

대명공연거리 모습. 오래된 간판이 거리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사진=정수민기자>

대명공연거리 모습. 오래된 간판이 거리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사진=정수민기자>

극장 "제대로 된 인프라 없어 한계점"

소극장 찾아도 먹거리·즐길거리 전무

인지도 낮은 거리…실망한 관객 돌아서

◆ 극장 "공간 있어도 공연 만들 여력 없어"


"공간만 늘었지, 공연을 만들 여력이 없는 상황입니다."


대명공연거리의 출발점이었던 우전 소극장과 극단 처용 대표인 성석배 대구시립극단 예술감독은 현 상황을 이렇게 진단했다. 배우·기획자 등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 지역에서 할 수 있는 한계점에 다다랐다는 것이 핵심이다.


관객이 소극장을 외면하는 이유 중 하나로 '공연의 완성도'를 꼽았다. "삭감된 예산으로는 완성도 높은 작품을 올릴 수 없어 결국 행사 위주의 단발성 공연만 남발하게 된다"며 "수준이 떨어지는 작품을 본 관객들은 실망하게 된다. 한 번 떠난 관객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고 전했다.


배우 인프라의 부족과 함께 생활예술의 단절도 지적했다. 그는 "3~4년 전만 해도 직장인 동호회나 일반인극단의 활동도 활발했다. 그런 분들이 곧 관객층으로 이어지는데, 지금은 그런 흐름조차 없다"고 토로했다.


대명공연거리에 설치된 공연장 지도 모습. 거리에 있는 소극장 및 관련 시설 등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정수민기자>

대명공연거리에 설치된 공연장 지도 모습. 거리에 있는 소극장 및 관련 시설 등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정수민기자>

계명대학교 대명캠퍼스 앞 거리에 설치된 공연장 이정표. 총 14개의 소극장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사진=정수민기자>

계명대학교 대명캠퍼스 앞 거리에 설치된 공연장 이정표. 총 14개의 소극장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사진=정수민기자>

◆ "공연 있는 주말엔 상가 문 닫아…발걸음 '뚝'"


극단 초이스시어터 대표이자 소극장 아트벙커를 운영 중인 안희철 한국극작가협회 이사장은 재정적 어려움부터 토로했다. 안 이사장은 "민간 극장이라도 순수 기초 예술을 하는 입장에서 개개인의 열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코로나19 이후 OTT 등 비대면 콘텐츠가 활성화되면서 관객들의 관심은 더욱 줄어들고, 여기에 문화 예산까지 깎이니 소극장들은 사양길로 접어드는 수순을 밟고 있다. 안 이사장은 "대부분 극장들은 임대료, 극장 유지 관리비 등을 생각하면 매달 극장 문을 여는 것조차 힘들 것"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지역적 특성 문제도 지적했다. 대학가 특성상 주말에는 대부분 식당이 문을 닫는다는 점이다. 안 이사장은 "관객들이 공연을 보러 오면 먹을거리나 다른 즐길거리가 있어야 하는데, 상가들이 활성화되지 않아 발걸음이 끊어지는 것 같다"며 "이런 부분들을 잘 고려해서 대명공연거리를 활성화시킨다면, 주변 상권도 함께 살아날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9일 대명동 골목실험극장 내부 모습. 객석과 무대와의 거리가 가까워, 소극장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사진=정수민기자>

9일 대명동 골목실험극장 내부 모습. 객석과 무대와의 거리가 가까워, 소극장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사진=정수민기자>

◆ "관객과 접점 취약해…플랫폼 등 시스템 마련 시급"


10여 년째 소극장을 운영 중인 최영주 골목실험극장 대표는 "모든 걸 떠나 관객들과의 접점이 가장 취약하다"고 운을 뗐다. 대명공연거리의 낮은 인지도는 물론, 작품 홍보마저 원활하지 않다는 것. 그는 "올해 작품 편수와 지원사업 규모가 줄어든 부분도 있지만, 올라가는 작품도 극단 자체의 SNS를 통해 찾아보지 않는 이상 관객들이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관객 뿐만 아니라 현장에서의 소통도 원활하지 못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대명공연예술센터 운영단체가 바뀌면서 센터와 극단 간의 소통도 대부분 단절됐다"며 "또한 극단 간 네트워크나 협력 구조가 사라지면서 직접적으로 연계하는 사업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함께 힘을 합쳐도 모자랄 상황에 각자의 무대만 올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통합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센터 혹은 공연거리를 중심으로, 작품을 비롯한 창작단체·창작자 등 모든 정보를 한 공간에서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관객의 눈높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작품도 있지만, 좋은 작품들을 비롯한 유능한 배우, 창작진들도 분명히 있다"며 "이미 잘 조성된 거리에 관객과의 연결고리가 생긴다면 다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거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년째 대구 소극장 단골 관객인 임종현(50)씨는 최근에는 매번 같은 연극이 반복되니 한 번 방문했던 관객들은 다시 찾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 뱅크>

20년째 대구 소극장 단골 관객인 임종현(50)씨는 "최근에는 매번 같은 연극이 반복되니 한 번 방문했던 관객들은 다시 찾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 뱅크>

관객층 "교통 편한 시내 공연장은 자주 찾지만

같은 작품 반복되는 대명공연거리 안 찾게 돼"

극단마다 특색 살린 다채로운 창작 작품 원해

◆ 관객석 "매번 같은 연극…'그들 만의 리그'"


"극장 관계자들이 '네가 뭘 아냐, 연극을 해봤냐'고 농담하시곤 합니다. 그럼 전 이렇게 말합니다. '요즘 관객들의 수준이 얼마나 높은지 아시냐'고."


반면 20년째 대구 소극장 공연의 '단골 관객'인 임종현(50)씨는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임씨와 대구 소극장의 인연은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에서도 대학로 연극을 즐겨보던 그는 대구에 정착한 뒤 대명공연거리를 자주 찾았다.


대명공연거리엔 상업공연보다 정극과 같은 '제대로 된 연극'이 많았다. 그는 "그런 무대를 많이 접하다 보니 나도 무대에 서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일반인 극단까지 만들게 됐다"고 회상했다. 현재 일반인 극단을 운영하고 있는 임씨지만, 최근엔 음악 공연을 더 자주 본다.


이유는 '연극 작품이 매번 같아서'다. 대명공연거리가 점점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간다는 지적이다. "시내 공연장은 번화가라 교통도 편하고, 즐길거리도 많을 뿐더러 대중적인 공연을 하기 때문에 관객들이 꽤 있는 편"이라며 "비슷한 작품이 반복되니 한번 방문했던 관객조차 다시 발걸음하지 않게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코로나 이후로는 관객들의 발길이 더 끊기면서 주변 상권도 침체된 것이 체감된다"면서 "극단마다 특색도 있고 극장도 많다.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창작 무대를 만들어가면 좋겠다"고 촉구했다.



기자 이미지

정수민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부동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