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경 사회에디터
1년 전 선포된 '뜬금포 비상계엄'은 국회에서 150분만에 해제 결의안이 통과됐다. '6시간 천하'로 끝났지만 그 여진은 가히메머드급이다. 누군가 "자칫 힘들게 쟁취한 민주주의가 퇴행할뻔 했는데 지금은 안정을 되찾았냐"라고 물으면 선뜻 답하긴 힘들 정도다. 조기대선 후 표면적으론 안전모드지만 내막을 보면 지뢰밭 천지다. 미디어들은 부끄러운줄도 모른 채 대놓고 편파보도를 한다. 자기 판단이 맞다며 이른바 '솔루션 저널리즘'의 숭배자처럼 행세한다. 세대간 이념 갈라치기는 고착화된지 오래다. 전임 대통령 계엄 헛발질에 큰힘 안들이고 정권을 꿰찬 더불어 민주당은 여전히 야당같다. 밀어붙이기만 한다. 도통 여유가 없어 보인다. 무언가에 항상 쫓기는 듯한 정치를 한다.
'포스트 계엄'후 대한민국은 수사·심판 정국에 갇혔다. 사실상 한쪽은 정치보복을, 또 다른 쪽은 버티기 모드다. 정부와 여당은 검찰총장 출신 전직 대통령 흔적 지우기에 나섰다. '검찰'이란 용어 자체에 치를 떨어온 여당측은 검찰청을 폐지키로 했다. 수사-기소(공소유지)를 분리하면서 사실상 검사가 수사를 못하게 했다. 계엄선포를 '내란 프레임'으로 가둬, 특검까지 출범시켰다. 답(무조건 기소)를 정해놓고 시작한 탓에 특검은 편향성 시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법치국가의 최종 보루인 '판사 리스크'까지 등장했다. 사법부 개혁이란 미명하에 말이다. 나라가 더 시끄러울 수 밖에 없다. 현 대법원장 체제를 못 믿겠다며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카드까지 꺼냈다. 공직사회엔 내란 공범을 색출한다며 '헌법존중TF'를 가동했다. 엄포용인지, 실천용인지 알 순 없다. 기세가 꺽이긴 해도 의원수 107명인 거대 야당 '국민의힘'에 대한 정당해산청구시도도 아직 유효하다.
시민들은 곡소리가 난다. 고환율·고물가·고금리는 더 심화되고 있다. 소비여력은 떨어지고, 자영업자는 눈물을 머금고 가게 문을 연다. 여당 원내대표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민생회복과 내란척결이라는 투트랙 전략을 펴겠다고 했다. 이미 무게중심이 내란척결 쪽에 많이 기울어져 있는 데 가능할까.
이런 상황에서 내년 6월3일 지방선거가 치러진다. 이 어수선한 정국은 그때까지 이어질 태세다. 무엇보다 대구시장 선거에 관심이 모아진다. 당면 과제가 만만치 않다. 내년 공자기금(융자) 확보 실패로 추진동력을 잃은 TK공항 사업을 재설계해야 한다. 새 리더십은 옛 방안도 검토할 정도로 배포가 커야 한다. 새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기조 속에서 TK공항 사업 관철이 곧 지역에서 복지이자 일자리 확보라는 점도 잊어선 안된다. 국힘 소속 후보자의 경우 행여 국회에선 쪽수에 밀려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텃밭에서 조용하게 대장 노릇이나 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수 있다. 결연한 의지로 극복해야 한다. 계엄과 관련해선 사족을 달지말고,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과하면 된다. 대의를 위해서다. 여당 후보는 코드가 맞는 현 정부와 실시간 긴밀한 협의가 가능한 거물급이 와야한다. 이왕이면 새 시장은 행정적 경험이 풍부한 정치인 출신이 안성맞춤이다. 창조적 사고와 강단, 소통력을 겸비해야 해서다. 대구의 시화(市花)는 봄철에 한파를 뚫고 피어나는 '목련'이다. 꽃말은 고귀함과 우아함, 사랑의 기쁨이다. 대구시민이 이 엄혹한 시기를 극복한 후 고귀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빨리 마련됐으면 한다.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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