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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동화사 신임 주지 선광 스님“총림 복원 현실적으로 어려워…수행의 본질 되찾는 것이 진정한 위상 회복”

2025-12-07 17:53

경내에 만연한 특정 개인의 우상화 흔적 지우는 데 주력
인위적 치적 드러낸 시설물·조형물 과감히 정리
특정 개인이 기만했던 과거의 고리 이제는 끊어내야
동화사가 바로서고 이는 곧 조계종이 바로 서는 것
보여주기식 불사 멈추고 내실 다질겠다

대한불교조계종 제9교구 본사 동화사 신임 주지 선광 스님이 향후 동화사의 안정화 및 대구경북 불교의 중흥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윤호 기자 yoonhohi@yeongnam.com

대한불교조계종 제9교구 본사 동화사 신임 주지 선광 스님이 향후 동화사의 안정화 및 대구경북 불교의 중흥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윤호 기자 yoonhohi@yeongnam.com

대한불교조계종 제9교구 본사 동화사가 지난달 14일 산중총회를 열고 새 주지로 선광 스님을 선출(영남일보 2025년 11월17일자 1면 보도)했다. 이번 산중총회는 동화사의 총림 지정 해제, 전임 주지 사퇴 등 일련의 사태 속에 치러져 불교계 안팎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영남일보는 지난 3일 동화사를 찾아 신임 주지이자 교구장인 선광 스님으로부터 제9교구의 향후 운영 방향을 들어봤다. 이날 동화사는 동안거 결제를 앞두고 분주했지만, 취재진에게 차를 권하는 선광 스님의 손길과 눈빛에는 여유와 단호함이 묻어났다. 그는 "산중총회 당시 확인한 압도적 지지는 변화를 향한 절박한 명령이었다"는 말로 인터뷰의 문을 열었다.


▶유효표 262표 중 119표를 얻어 당선됐다. 표 차이가 많이 났는데 예상했나.


"솔직히 의외였다. 유력한 경쟁자였던 법광 스님은 절친한 도반이기에 표 차가 크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달랐다. 이는 제9교구 구성원들이 나 개인에게 거는 기대라기보다, '변화'에 대한 열망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라고 본다. 과거 진제 대종사께서 방장으로 계실 때는 후학 지도가 엄격히 이뤄지며 선풍(禪風)이 살아있었으나, 이후 총림의 기능이 급격히 상실됐다. 공적인 수행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할 본사가 사설 사찰보다 못한 독선적 방식으로 운영된다는 비판이 팽배했다. 대중들은 특정인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사유화된 운영에 깊은 피로감을 느꼈고, 이에 대한 환멸과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는 절박함이 표심으로 결집된 것이다. 나를 지지한 표는 동화사를 다시 공적인 수행 도량으로 되돌려 놓으라는 명령이라 생각한다."


당선 직후 '동화사 정상화'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정상화란 거창한 구호가 아니다. 지극히 상식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동안 동화사는 상식 밖의 일들이 너무나 비일비재했다. 가장 시급한 것은 승가(僧伽) 본연의 모습인 수행공동체의 위상을 회복하는 일이다. 무엇보다 경내에 만연한 특정 개인의 우상화 흔적을 지우는 데 주력할 것이다. 사찰은 부처님의 가르침이 머무는 곳이지, 특정 승려를 숭배하거나 개인의 위세를 과시하는 곳이 아니다. 삼보정재(사찰의 재산)를 이용해 수행과 무관하게 인위적으로 치적을 드러내려 했던 시설물이나 조형물들은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 물론 역사적 가치가 있는 문화유산은 철저히 보존하겠지만, 개인 우상화를 위해 덧칠해진 인위적인 흔적들을 걷어내는 것이야말로 정상화의 첫걸음이자 동화사의 정체성을 되찾는 길이다.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놓는 과정에서 어떤 타협도 없을 것이다."


영남일보와의 인터뷰를 마친 동화사 신임 주지 선광스님이 경내에서 취재진과 마주한 채 활짝 웃고 있다. 이윤호 기자 yoonhohi@yeongnam.com

영남일보와의 인터뷰를 마친 동화사 신임 주지 선광스님이 경내에서 취재진과 마주한 채 활짝 웃고 있다. 이윤호 기자 yoonhohi@yeongnam.com

지난 3월 팔공총림 지정이 해제됐다. 일각에서는 교구의 위상 추락을 우려하는데, 다시 복원할 계획이 있나.


"동화사 재적승으로서 나 또한 총림에 대한 자부심이 컸지만, 당시의 파행적 운영을 멈추게 하기 위해서는 총림 해제가 유일한 방법이었다. 복원 문제에 대해 냉정히 말하자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현행 종법상 총림이 되려면 선원, 강원(승가대학), 율원 중 2개 이상의 교육기관을 갖추고 일정 수 이상의 수행자가 상주해야 한다. 하지만 출가자 감소라는 '인구 절벽'으로 인해 강원의 학인 수를 채우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는 동화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불교 전체가 직면한 구조적인 현실이다. 억지로 요건을 맞춰 간판만 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


총림이 아니라면, 앞으로 동화사의 위상은 어떻게 세울 것인가.


"위상은 거대하고 화려한 건물을 짓는 양적 팽창에서 오지 않는다. 하드웨어적인 불사보다는 소프트웨어, 즉 수행자다운 품위와 청정함, 그리고 신도들의 깊은 신심이 어우러질 때 사찰의 품격은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보여주기식의 불필요한 토목 불사는 지양하고, 수행 공간으로서의 기능을 회복하는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겠다. 스님들은 치열하게 정진하고, 재가불자들은 바른 신행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 즉 기본으로 돌아가 수행공동체로서의 면모를 갖추면 사부대중의 발길은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이다. 수행의 향기가 퍼져나가는 도량을 만드는 것, 그것이 진정한 위상 회복이다."


산중총회 전 동화사 정상화가 조계종 개혁의 완성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어떤 의미인가.


"특정 개인이 종단의 승려와 신도들을 기만했던 과거의 고리를 이제는 끊어내야 한다. 동화사에서의 이번 선거 혁명은 단순히 한 교구의 변화를 넘어, 종단 전체에 '정의와 원칙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동화사가 바로 서는 것이 곧 조계종이 바로 서는 것이며, 개혁 정신을 완수하는 길이다."


선거 과정에서 뜻이 갈렸던 구성원들과의 화합 방안은 있는가.


"수행자 집단도 사람이 사는 곳이다 보니 의견 차이가 있을 수 있고 갈등도 생긴다. 하지만 선거는 끝났다. 이제는 승자와 패자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동화사라는 울타리 안에서 함께 가야 한다. 사찰운영위원회 등 공식적인 제도적 장치를 적극 활용해 반대편에 섰던 분들의 의견도 경청하고 수렴하겠다. 과거처럼 소수가 밀실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공사(大衆公事)의 정신을 살려 투명하게 논의하겠다. 배제와 독단이 아닌, 전체를 아우르며 소통하는 것이 주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목소리를 용광로처럼 녹여내 화합의 동화사를 만들겠다."


과거 앞산 안일사 주지 시절 추진력을 보여준 일화가 회자된다.


"안일사 주지로 부임했을 당시, 오랫동안 짓지 못하고 방치했던 법당을 재정난 속에서도 1년 만에 완공했다. 나는 목표가 정해지면 조삼모사하거나 좌고우면하지 않는다. 그것이 대중을 위한 일이고 옳은 길이라 판단되면 어떠한 어려움이 있어도 밀고 나간다. 동화사 운영도 마찬가지다. 대중과 합의를 통해 목표가 설정되면 곁눈질하지 않고 곧바로 실행에 옮길 것이다. 지금 동화사에 필요한 것은 말만 앞세우는 것이 아니라,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고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는 강력한 추진력이다."


동화사 신임 주지 선광 스님이 변화하는 시대, 불교의 역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윤호 기자 yoonhohi@yeongnam.com

동화사 신임 주지 선광 스님이 변화하는 시대, 불교의 역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윤호 기자 yoonhohi@yeongnam.com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힙(Hip)한 불교'가 유행이다.


"종교는 본질적으로 보수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보수적이라는 것은 꽉 막혀 있다는 뜻이 아니라, 변하지 않는 가치를 지킨다는 의미다. 종교는 혁명이 아니다. 최근 젊은 층에서 불교에 관심을 두고 문화적으로 소비하는 현상은 긍정적이지만, 부처님의 근본 가르침이 빠진 유행은 거품처럼 금방 꺼질 수 있다. 단순히 트렌드를 좇아 겉모습만 바꾸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불교의 핵심인 '기도'와 '수행', '자비'라는 본질에 충실하면서, 그 형식을 현대 문명과 유연하게 접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단순히 유행을 쫓기보다 깊이 있는 울림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상 중이며, 내년 1월쯤 구체적인 로드맵을 발표할 계획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 어떤 리더가 필요한가.


"가능하면 부처님의 가르침을 이해하는 불자 후보가 많이 나오면 좋겠지만(웃음), 종교를 떠나 진정으로 대구경북 시도민의 애환을 이해하고 지역 발전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분이 선출되길 바란다. 정치적 이해득실보다는 시민의 삶을 보듬는 진정성 있는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다."


선광 스님은


선광 스님은 1977년 조계사에서 출가했다. 1985년 서울 호압사 주지, 1995년 조계사 총무, 2003년 동화사 호법국장, 2004년 동화사 총무국장, 2008년 안일사 주지 등을 지냈다. 지난달 동화사의 제 31대 주지로 선출됐다. 신임 동화사 주지의 임기는 4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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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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