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구 태평로 일대 태평78상가아파트 가로주택정비사업이 주민 이주 후 1년 넘게 멈춰 서며 도심 한복판에서 흉물로 방치되고 있다. 저층 아파트와 빈 주차장, 잡초가 무성한 공간이 주변의 고층 주거지와 대비를 이루며 경관 훼손과 안전·치안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 사업은 약 430가구 규모로, 한국토지신탁과 현대건설이 2020년 도급계약을 체결하며 추진됐다. 그러나 2022년 현대건설이 공사비 1205억 원에서 488억 원 증액을 요구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른 8.42% 인상 범위를 크게 넘어선 요구로 협의는 난항을 겪었다.
2023년 이주가 완료됐음에도 현대건설은 철거 공사 착수와 계약보증금 납부를 미루며 공사를 중단했고, 한국토지신탁은 수차례 이행을 촉구했다. 결국 2024년 10월 계약이 해제됐고 소송으로 이어졌다. 최근 서울중앙지법은 현대건설의 고의적 착공 지연을 인정해 132억5500만 원 배상을 판결했다.
이번 판결로 그동안 조합·시행사가 공사비 인상 요구에 끌려다니던 정비사업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는 평가가 나오며, 비슷한 갈등을 겪는 다른 사업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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