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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학교·공항까지…버스정류장 이름으로 본 ‘대구’

2025-12-13 23:16

구군별 생활권과 이동 방식 차이
정류장 이름에 담긴 대구의 모습

대구시 전경. 영남일보 DB

대구시 전경. 영남일보 DB

대구 버스정류장에는 다른 도시에서는 보기 드문 명칭 체계가 있다. 정류장 이름에 '건너'라는 표현을 붙여 도로 양방향을 구분하는 방식이다. 서울이나 부산에서는 도로 양쪽 정류장이 같은 이름을 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대구는 정류장 이름 자체에 방향 정보를 담고 있다. '대구시청앞'과 '대구시청건너'와 같이 도로 양쪽을 명칭으로 구분하는 식이다. 이런 작은 차이는 이용자들에게 정확한 방향 판단을 가능하게 한다. 정류장이 단순한 대기 공간을 넘어, 대구의 이동 구조를 설명하는 안내판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 '건너' 명칭을 출발점으로 대구 전역의 버스정류장 이름을 데이터처럼 분석했다. AI를 활용해 정류소명을 유형별로 분류하고, 어떤 이름이 반복되는지와 정류소명이 맡는 역할을 살폈다.


◆ 도심·관광·환승이 기준이 된 중구


대구시 중구 약령시 버스정류장에서 시민들이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영남일보 DB

대구시 중구 약령시 버스정류장에서 시민들이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영남일보 DB

중구의 정류소명은 도심과 관광, 행정시설, 교통 이용과 환승이 많은 지점을 기준으로 한다. '동성로', '반월당역', '대구역앞', '경북대병원앞'이 대표적이다. 생활 지명보다는 누구나 바로 이해할 수 있는 시설과 랜드마크가 이름으로 쓰인다. '어디에 사는가'보다는 '어디로 오는가'를 설명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상주 인구보다 유동 인구와 방문객이 많은 도심의 성격이 정류소명에 그대로 반영돼 있다.


◆ 동네 이름으로 길을 읽는 주거 중심 지역


대구시 수성구 전경. 영남일보 DB

대구시 수성구 전경. 영남일보 DB

서구로 가면 분위기는 달라진다. '○○아파트 앞·건너', '○○초등학교 앞·건너', '○○시장', '○○동행정복지센터'처럼 생활 단위가 정류소명으로 사용된다. 여기에 '평리네거리', '상리동종점'처럼 노선이 갈라지거나 끝나는 지점도 눈에 띈다. 서구가 주거지이면서 동시에 외곽과 도심을 잇는 교통의 중심축이라는 점이 이름에서 읽힌다. 서구에서 '앞·건너'는 단순한 위치 안내가 아니다. 아파트나 학교 앞 정류장을 도로 양쪽으로 구분해, 출퇴근이나 등하교 때 어느 쪽 정류장을 이용해야 하는지를 바로 알 수 있게 한다.


남구의 정류소명은 비교적 오래된 생활 지명이 유지되는 모습이 두드러진다. '대명시장', '대명초등학교', '봉덕동행정복지센터'처럼 학교와 시장, 동네 이름이 그대로 정류소명으로 사용된다. 특정 시설이나 개발 명칭보다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불러온 지명이 주로 쓰인다. 대규모 개발이나 신도시 조성이 다른 지역에 비해 더뎠던 만큼, 생활권의 변화도 크지 않았다. 정류소명 역시 외부 접근이나 환승보다는 지역 내부 이동을 알리는 기준점으로 활용된다. 이동 반경이 짧은 지역의 특성이 이름에 그대로 드러난다.


달서구는 대구에서 대규모 주거지가 가장 밀집한 지역이다. 정류소명에서도 이 특징이 고스란히 나타난다. '○○아파트', '○○아파트앞', '○○아파트건너'처럼 아파트 단지명이 정류소명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월성주공앞·건너', '성서우방타운앞·건너'처럼 '앞·건너' 구분도 가장 많다. 같은 단지라도 어느 쪽 도로에 있는지를 정확하게 알려준다. 출퇴근이나 등하교처럼 같은 단지를 반복적으로 오가는 이동이 많다 보니 도로 양쪽 정류장이 명확히 나뉜다. 그 결과 달서구에서는 정류소명 자체가 이동 방향을 구분하는 기능을 한다.


수성구는 학군과 대표 지명이 반복된다. '범어네거리', '수성못', '범어중학교', '경신고등학교'처럼 지역을 상징하는 지명과 학교 이름이 정류소명에 자주 등장한다. 이동 방향이나 접근성을 설명하기보다, 어떤 동네인지 바로 떠올릴 수 있는 기준점이 된다. 같은 지명이라도 동구에서 관문이나 환승 거점을 설명하는 데 쓰인다면, 수성구에서는 주거 환경과 지역 이미지를 드러내는 역할이 크다. 정류소명이 이동 안내보다는 생활권의 성격을 설명하는 기능을 한다.


◆ 방향과 도착이 먼저 드러나는 이동 중심 지역


대구 동대구복합환승센터 버스정류장에서 시민들이 버스에 승차하고 있다.  영남일보 DB

대구 동대구복합환승센터 버스정류장에서 시민들이 버스에 승차하고 있다. 영남일보 DB

북구는 지역을 대표하는 경북대를 중심으로 정류소명이 형성된 것이 특징이다. '경북대정문', '경북대북문'처럼 대학의 출입구가 그대로 정류소명이 된다. 여기에 '복현오거리', '침산네거리' 같은 교차로 명칭도 자주 등장한다. 경북대를 중심으로 상권과 주거지가 형성되고, 도시가 이 축을 따라 확산돼 왔다는 점이 정류소명에 반영돼 있다. 북구에서 학교 이름은 동네의 이미지를 설명하기보다는 이동 목적지를 분명히 알려주는 기준점에 가깝다.


동구의 정류소명은 접근과 이동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구국제공항', '동대구역', '동대구역복합환승센터'처럼 생활 지명보다 교통 거점이 정류소명으로 쓰인다. '혁신도시입구', '○○단지입구' 같은 표현도 자주 등장한다. 특정 동네를 설명하기보다, 어디로 들어가고 어디에 도착하는지를 먼저 알려주는 방식이다. 대구국제공항과 KTX 동대구역이 위치한 데다 혁신도시와 산업단지가 조성되면서, 동구에서는 정류소명이 생활권보다는 이동 경로와 진입 위치를 분명히 하는 역할을 한다.


대구 외곽에 위치한 달성군과 군위군의 정류소명은 앞선 구·군과는 성격이 다르다. 달성군은 '○○읍행정복지센터', '○○공단', '○○종점'처럼 행정·산업·노선의 끝을 나타내는 이름이 많다. 도시 확장으로 조성된 산업단지와 기존 읍·면 생활권이 겹쳐 있는 구조가 정류소명에 그대로 반영돼 있다. 군위군은 '○○리', '마을회관', '면사무소', '종점' 등 최소 생활 단위를 중심으로 한 이름이 대부분이다. 이 지역에서 정류소는 대체로 지나치는 곳이 아니라, 노선의 끝이거나 내려야 할 지점을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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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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