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대전 교훈 마지노선
물러설 곳 없는 최후 보루
삶 지키는 ‘선(線)’ 세워야
기후위기 마지노선 1.5℃
나만의 ‘절대 방어선’ 긋다
임훈 문화팀 차장
'선을 넘는다'는 말이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특정 규칙을 깨고, 불편하거나 치명적인 영역으로 누군가 또는 무언가가 침범할 때를 일컫는 문장이다. 안타깝게도 우리 주변에서는 '선을 넘는' 사건들을 흔하게 목격할 수 있다. 그중 이러한 상황을 빗대는 가장 유명한 표현이 바로 '마지노선(Maginot Line)'이다.
흔히 '최후의 마지노선'이라고 불리는 이 말은 절대 무너져서는 안 될 방어선이나 최후의 기준선을 의미한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천500원 선을 위협받을 때도 경제적 심리 저지선으로 이 표현이 등장하곤 했다.
마지노선의 유래는 1차세계대전을 경험한 프랑스 전쟁부 장관이었던 앙드레 마지노(André Maginot)의 이름에서 비롯됐다. 1차세계대전에서 수많은 인명의 피해를 본 프랑스는 종전 후 독일과의 국경에 거대한 요새와 방어 진지를 구축했다. 군인들이 이동할 지하통로와 생활 공간은 물론 독일군을 막아낼 포대까지 조성하는 등 당대 최고의 군사적 기술을 집약해 '난공불락'으로 불렸던 이 장벽이 바로 마지노선이다. 독일 역시 프랑스와의 국경에 '지크프리트선'을 구축하며 이웃 국가와 대치했다는 점에서 매우 역사적인 이름이라 하겠다.
역설적이지만, 2차세계대전 발발 당시, 독일군이 마지노선을 정면으로 돌파하는 대신 벨기에와 네덜란드를 우회로로 택해 프랑스로 진격하면서 마지노선은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들였던 마지노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셈이다. 비록 전략적으로는 '실패한 방어선'이라는 오명을 썼지만, 오늘날 전 세계인들에게 '더 이상 물러설 곳 없는 최후의 보루'라는 이미지로 깊이 각인돼 있다.
역사 속 마지노선의 효용론은 차치하더라도, '최후의 방어선'이라는 개념으로 볼 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넘지 말아야 할 마지노선은 분명 존재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시급하다고 보는 것은 기후 위기를 상징하는 '지구 온도 상승 폭 1.5도'다. 인류는 산업혁명 이후 엄청난 양의 화석연료를 태우며 가파른 속도로 문명의 발전을 일궈냈다. 하지만 그 대가로 배출된 탄소는 지구의 온도를 높였고, 이는 이상 기후와 해수면 상승, 특정 동식물의 멸종, 경제적 불평등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그러나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탄소중립의 길은 험난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 이후부터 관련 논의는 잠시 주춤한 형국이다. 국내 기업들의 ESG 경영 열풍은 눈에 띄게 사그라지는 모양새고, 유럽연합(EU)은 2035년까지 내연기관 차량 생산을 중단하겠다는 계획을 사실상 유예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자동차 기업들도 전기차보다 내연기관차 생산에 다시 집중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바야흐로 전 세계가 미국발 관세 정책과 자국 우선주의 앞에서, 환경적 가치보다는 당장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존 논리에 휩싸이는 모양새다.
하지만, 넘지 말아야 할 선은 엄연히 존재한다. 우리가 의도하건 의도치 않건, 그 임계점을 넘어서면 재앙이 닥칠 가능성이 크다.
새해가 밝았다. 저마다 건강, 학업, 연애, 취업, 사업 성공 등 다양한 소망을 품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바람을 현실로 만들려면, 내 삶에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명확히 규정하고 겸손한 자세로 수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우리 모두 각자의 마지노선이 무너지지 않도록 마음의 방벽을 튼튼히 세워야 할 때다.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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