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블랙홀 맞설 마지노선…달빛철도가 가져올 ‘1시간대 남부거대경제권’
대구·광주 1천800만 시장의 탄생… 달빛철도는 ‘생존의 축’
끊어진 인구 공급망, 달빛철도가 경북·전남의 혈맥 잇는다
2027년 착공 골든타임, 2026년 기본계획 시작이 국가 균형발전의 열쇠
광주시청 전경. 이동현 기자
경남 함양군 대구-광주고속도로 중 동서만남의광장 휴게소에 조성된 동서화합동산 조형물. 이동현 기자
광주송정역 전경. 이동현 기자
광주송정역 전경. 이동현 기자
달빛철도 노선도. <대구시 제공>
지난해 4월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과 강기정 광주시장, 지역 정치인들이 '달빛철도 예타면제 확정 촉구'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대구시 제공>
지난해 9월 17일 영·호남 6개 시·도지사와 달빛철도 경유지역 국회의원들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달빛 철도 건설사업'의 조속한 추진을 요구하고 있다. 영남일보DB
88고속도로 확장 이후 교류 인구 증가 그래프. <대구정책연구원 제공>
대구정책연구원이 제시한 달빛철도 중심 영호남 4대 벨트. <대구정책연구원 제공>
대한민국은 지금 '수도권 공화국'이 불러온 '지방 소멸'의 위기에 처해 있다. 특히 대구와 광주, 영호남을 대표하는 두 거점 도시는 그 위기의 최정점이다.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떠나고 도시를 지탱하던 지역의 인구는 말라간다. 이 흐름을 뒤집을 수 있는 반전 카드는 무엇일까. 대구정책연구원(이하 대정연)은 서대구역과 광주송정역을 잇는, 달구벌과 빛고을을 사이에 놓일 '달빛철도'가 가져올 남부거대경제권이 지방소멸을 막아줄 거대한 방파제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달빛철도는 대구와 광주를 1시간 생활권으로 연결하는 동서횡단철도(198.8㎞)로, 단순한 교통망 확충을 넘어 영호남 지역의 경제 활성화와 문화 교류를 촉진하는 국가 균형 발전 핵심 인프라다. 광주송정을 기점으로 담양-순창-남원-장수-함양-거창-합천-고령을 지나 서대구역을 종점으로 한다.
◆ 인구소멸의 착시 현상
대구 등 지방의 인구가 줄어드는 현상을 두고 흔히 "청년들이 서울로 다 빠져나가서"라고 말한다. 반만 맞은 진단이다. 대정연에 따르면 2024년 대구 청년 인구(19~34세) 비중은 2019년 대비 11% 감소했고, 순유출 인구의 87.5%가 청년인 것은 사실이다. 이들 중 77.4%가 수도권으로 향했다. 직업(51.3%)과 교육이 주된 이유다.
그 이면에 또다른 문제가 있다. 나가는 것뿐만 아니라 들어오는 인구가 줄어드는 것이다. 김수성 대정연 연구위원은 "과거 대구는 서울로 인구가 유출되더라도 경북 인구가 대구로 유입되며 인구를 유지했다. 하지만 경북이 소멸 위기에 처하면서 대구로 유입되던 인구 파이프라인이 끊기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2021년 정부가 발표한 인구감소지역 89곳 가운데 경북 22개 시·군 중 16개가 지정됐다. 대구도 남구·서구·군위군이 포함됐다.
이는 대구만의 위기가 아니다. 광역 거점 도시가 생존하려면 배후 지역의 인구 순환이 필수적이다. 대구와 경북, 광주와 전남이 각자도생해서는 수도권의 흡인력을 당해낼 재간이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인구 방어가 아니라 판을 키우는 전략이다. 대정연은 그 해법이 바로 영호남과 제주를 아우르는 1천800만명 규모의 '남부거대경제권' 구축이라고 설명했다.
◆ 단순한 교통망이 아닌 '경제 기폭제'
남부거대경제권의 핵심 전제는 물리적 연결이다. 달빛철도는 두 도시를 1시간대 생활권으로 단축한다.
단순 여객 수송 수단이 아니다. 김수성 연구위원은 이를 '촉매-반응-환원' 모델로 설명했다. 달빛철도라는 인프라(촉매)가 투입되면, 4대 벨트 및 역세권 개발(반응)이 일어나고, 최종적으로 인구 유입과 경제 활성화(환원)로 이어진다는 논리다.
구체적으로 대정연은 달빛철도 경유지 10개 지자체를 묶는 '4대 벨트' 조성을 제시했다. △AI· 모빌리티 육성 '신산업 벨트' △대구경북신공항 연계 '동서 물류 벨트' △지리산-가야산 '글로컬 문화관광 벨트' △'스마트 역세권 도시 벨트'다. 이 모델이 작동할 경우, 생산 유발 효과는 약 7조2천965억 원, 고용 창출은 3만8천여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연간 1천500만 명의 교류 인구가 소비하는 금액만 1조2천억 원이 넘는다. 철도 하나가 쇠락해가는 남부 내륙 도시에 피를 돌게 하는 강력한 관이 되는 셈이다.
철도 구축으로 여객뿐만 아니라 화물 운송도 용이해진다. 예로 대구산단에서 생산된 질 좋은 차 부품들이 광주의 완성차 공장으로 직배송될 수 있다. 실제로 대구와 광주는 소재·부품·장비 분야에서 협력 사업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 더해 동-서해 항만 연결의 큰 그림을 위한 달빛철도의 연장 목소리도 나왔다. 2021년 이강덕 포항시장은 달빛철도를 동해(포항)와 서해 도시(군산·목포)까지 연장해 연결해야 한반도 동서횡단철도를 완성할 수 있다고 제안한 바 있다.
◆ "빨대 효과 없어" 데이터 증명
일각에서는 교통이 빨라지면 오히려 지역 인구가 대도시나 수도권으로 더 빨리 유출되는 '빨대 효과'를 우려한다. 하지만 데이터는 정반대의 분석을 내놨다.
2015년 대구-광주 고속도로의 4차로 확장 개통 후 교통량 변화를 보니, 7년간 해당 구간은 연평균 약 1천만대나 폭증했다. 길이 넓어지자 사람과 물류가 더 빈번하게 오가고, 우려했던 일방적인 인구 유출은 발생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역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상권이 살아났다.
해외 사례도 이를 뒷받침한다. 일본 호쿠리쿠 신칸센(도쿄~가나자와) 개통 사례가 대표적이다. 신칸센이 연결되면서 낙후되었던 호쿠리쿠 지역에 관광객이 급증하고 기업이 유치됐다. 특히 역세권에 대학 캠퍼스와 기업 연구소를 유치해 청년 인재를 끌어모으는 전략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 2027년 착공, 골든타임 사수
달빛철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 통과로 인해 법적·제도적 장벽은 넘었다. 이제 남은 것은 '속도'다. 아직 기획재정부의 예타면제 확정 절차가 남았다. 2026년 기본계획 수립, 2027년 설계 및 착공이라는 로드맵을 위해서는 정부의 과감한 결단이 시급하다.
달빛철도는 대구와 광주의 민원 사업이 아니다. 수도권 일극 체제로 치닫는 대한민국이 균형 잡힌 두 개의 날개로 날아오르기 위한 국가적 생존 프로젝트다. 동서가 연결되고 남부 내륙의 10개 도시가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일 때, 비로소 지방은 소멸의 공포를 극복하고 자생력을 가질 수 있다.
이동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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