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잎들깨 본산 대구, 변화한 재배 환경에 품질로 승부
생산비 상승과 가격 불안정 그늘
지난 12일 대구 수성구 성동 잎들깨 비닐하우스에서 농민들이 잎들깨를 따고 있다. 김현목 기자
지난 12일 대구 수성구 성동 잎들깨 비닐하우스에서 농민들이 빠른 손놀림으로 잎들깨를 수확하고 있는 모습. 김현목 기자
비닐하우스에서 자라고 있는 잎들깨. 김현목 기자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대구는 한때 동구 반야월 지역을 중심으로 전국 잎들깨의 '본산지'로 불렸다. 기후변화 및 도시팽창으로 주산지의 위상은 예전만은 못하지만, 현재 비닐하우스 안에선 여전히 '전국 최고 품질'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농사일을 이어가는 이들이 적잖다.
◆ 잎들깨 주산지를 떠받치는 비닐하우스
지난 12일 대구 수성구 성동(고산동 주변)의 한 잎들깨 비닐하우스. 살을 에는 듯한 칼바람이 온몸에 스며드는 날씨 속에서도 이곳은 달랐다. 비닐하우스 문을 여는 순간 따뜻한 공기를 마주할 수 있었다. 안경엔 습기가 가득 찼다. 비닐을 통과한 햇빛 아래 초록빛 잎들깨가 끝없이 펼쳐졌다.
하우스 중앙 통로를 따라 농민 3명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잎을 땄다. 낮은 의자에 앉거나 무릎을 꿇은 채 허리를 깊게 숙이고 작업을 했다. 고된 작업이지만 손놀림은 빠르고 정확했다. 한 손으로 줄기를 살짝 들어올린 뒤 다른 손으로 알맞게 자란 잎만 골라 땄다. 너무 어린 잎이나 큰 잎은 그대로 남겼다. 자로 잰 듯한 수작업엔 군더더기가 없었다. 수확한 잎은 상처가 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상자에 담겨졌다.
비닐하우스 천장엔 보온시설과 자동개폐장치가 설치됐다.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해 잎들깨가 날씨 변화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수확된 잎들깨는 하우스 한쪽에서 재선별된다. 크기와 모양, 색깔에 따라 분류하는 작업도 전부 손으로 이뤄줬다.
이 농가는 3천305㎡ 규모의 시설하우스 6개동을 운영했다. 현재 3개동에서 잎들깨를 재배하고 있다. 나머지는 계절에 따라 다른 작목을 준비한다. 잎들깨 수확은 통상 5월 말까지 이어진다. 여름철엔 재배를 쉬고 토양 회복에 주력한다. 휴지기 동안 토양을 갈고 유기질 비료를 넣은 뒤, 비닐하우스를 밀폐해 열·균처리를 한다. 파종은 대부분 직파 방식이다. 줄기와 생육 상태가 더 안정적이어서다.
8월 말 파종이 끝나면 다시 수확의 계절이 시작된다. 겨울철에는 전기·석유 온풍기와 수막 보온을 병행한다. 기온이 크게 떨어질 경우, 밤에는 양초까지 동원해 미세한 온도 차이를 조절한다. 비용 부담이 크지만 품질을 포기할 수 없어서다. 이 같은 정밀한 과정이 있기에 대구산 잎들깨는 아직도 향과 조직감에 있어 호평받고 있다.
◆ 기술은 정교해졌지만 농가의 시름은 깊어져
대구 반야월은 잎들깨 재배 기술이 처음으로 자리 잡은 곳이다. 이곳에서 축적된 재배 노하우는 전국으로 확산됐다. 기후와 환경 변화로 재배 면적은 줄었지만, 자동 개폐 시스템과 환경 제어 기술, 토양 관리 방식은 더 정교해졌다.
물론 농가 운영에 어려움은 있다. 대구는 겨울철 강수량이 적어 수막 보온에 필요한 물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 온풍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전기요금만 한 달에 40만~80만원에 이른다.
평균 기온 상승도 부담이다. 농민들은 최근 체감 기온이 3℃ 이상 오른 것으로 본다. 낮과 밤의 기온차가 줄면서 웃자람이 심해지고, 잎이 얇아지거나 병해도 잦아졌다.
가격 구조도 불안정하다. 잎들깨 2㎏ 한 박스의 손익분기점은 최소 1만6천원이지만, 시세가 나쁠 때는 6천~8천원까지 곤두박질친다. 생산량이 늘수록 가격이 하락하는 구조 탓에 풍년이 반갑지만은 않다고 한다.
중국과 베트남에서 들어오는 값싼 수입산 염장잎 들깨가 많이 거슬린다는 농민들이 적잖다. 장아찌나 김치용으로 유통되는 염장잎 들깨가 여름철 가격 하락을 부추긴다.
10년 넘게 잎들깨를 재배해 온 이수영(61)씨는 "예전엔 3.3㎡당 20만원씩 벌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2㎏ 한 박스에 1만6천원만 돼도 겨우 유지하는 수준"이라며 "시설 현대화에 들어갈 비용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현재 대구엔 155개 농가가 잎들깨를 재배 중이다. 재배 면적은 18.75㏊다. 금호강변을 따라 형성된 비옥한 토양에서 자란 대구산 잎들깨는 특유의 향과 품질로 여전히 전국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김현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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