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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여행-대구 달서구 와룡산 자락길] 어린 편백 수천그루 자라는 곳…숲 속 놀이터엔 아이들 웃음 자란다

2026-01-15 18:27
선원공원 어린이 숲속 놀이터에서 마을 쪽으로 잠시 내려가다 선원출렁다리를 건너면 다시 완연한 숲길로 접어든다. 자락길에는 2개의 출렁다리가 설치되어 있다.

선원공원 어린이 숲속 놀이터에서 마을 쪽으로 잠시 내려가다 선원출렁다리를 건너면 다시 완연한 숲길로 접어든다. 자락길에는 2개의 출렁다리가 설치되어 있다.

힘내세요! 밤톨 같은 소년들이 일렬로 길을 내어주며 의젓하게 인사를 건넨다. 고마워요. 꽃밭에 앉아서 꽃잎을 보네, 허리춤에서 꽃노래가 흘러나오는 장년의 어른은 한 손에 봉지를 쥐고 쓰레기를 주워가며 가파른 길을 천천히 누리신다. 말간 낯빛의 중년아저씨는 내가 프린트해 간 지도에 한참 코를 박고는 곰곰 생각하다 말씀하신다. 헬기장 갔다가 바로 내려가면 선원마을이네. 그렇다. 나는 길을 잘못 든 것이다. 길을 잃은 게 아니라 잘못 든 것이니 얼마나 다행인가.


와룡산 자락길은 산자락을 따라 수평형 산책로로 조성되어 있다.

와룡산 자락길은 산자락을 따라 수평형 산책로로 조성되어 있다.

◆ 와룡산 자락길


와룡산에는 등산로가 많다. 지난해 여름 서구 상리동에서 올랐던 상리봉 등산 경로도 하 많은 길 중 하나다. 와룡산은 그리 높지 않은 마을 뒷산이지만, 무시로 오르내리기에는 심히 가파르다. 그래서 보다 쉽게, 보다 편하게, 보다 자주 이 산에 들 수 있도록 만든 것이 와룡산 자락길이다. 길은 산자락을 따라 수평형 산책로로 조성되어 있다. 서쪽에서 동쪽까지 전체 4.8㎞로 3개의 코스가 이어진다. 1코스는 계명문화대 건너편, 와룡산 서편 끝자락에서 시작해 배실웨딩공원까지 1.3㎞, 2코스는 선원공원까지 1.8㎞, 3코스는 경원고등학교까지 1.7㎞다. 지난 2018년 기본계획을 수립해 2021년 4월 착공, 2023년 4월에 완공됐다. 국토교통부로의 개발제한구역 환경문화 공모사업에 선정돼 국비를 보조받았다고 한다.


기듯 헬기장으로 올라 큰 숨 한번 쉬고 게걸음으로 내려간다. 참으로 가파르다. 까마귀소리 허공을 가른다. 가까운 나무의 딱새는 딱딱 소리를 낸다. 높고 맑은 것은 멧새인가. 지지대에 묶인 어린 편백나무가 많이 보인다. 달서구에서는 2016년부터 구내 곳곳에 관목류 포함 580만여 그루의 나무를 심어왔다. 와룡산에도 편백나무, 고로쇠나무, 밤나무, 감나무, 호두나무, 가중나무, 벚나무 등 다양한 수목을 심었는데, 그 가운데 편백나무는 5천700여 그루라 한다. 그래선지 달서구에서는 와룡산 자락길 보다 와룡산 편백 자락길이라 부르는 것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선원공원 직전, 3코스 갈림길을 지난다. 애초에 2코스가 목표였으니 선원공원에서 배실웨딩공원으로 걸을 요량이다.


선원공원 어린이 숲속 놀이터. 관리실과 남녀 분리형 화장실이 있으며 겨울철 아이들은 오전 9시 반부터 오후 4시까지 뛰어놀 수 있다. 2코스 끝, 3코스 시작점이다.

선원공원 어린이 숲속 놀이터. 관리실과 남녀 분리형 화장실이 있으며 겨울철 아이들은 오전 9시 반부터 오후 4시까지 뛰어놀 수 있다. 2코스 끝, 3코스 시작점이다.

선원공원 어린이 숲속 놀이터.

선원공원 어린이 숲속 놀이터.

◆ 2코스 선원공원에서


반짝거리고, 예쁘고, 뾰족하고, 부드럽고, 신기하고, 거의 모험적인 놀이터가 나타난다. 선원공원 어린이 숲속 놀이터다. 아주 어린 아이들을 위한 흔들다리, 외나무다리, 구름사다리, 나무터널 통과하기, 짚 라인, 해먹 등이 있고, 조금 큰 아이들을 위한 스텐슬라이드, 네트놀이대, 스카이스테이션 등이 동화 속 어드벤처 세계처럼 펼쳐져 있다. 스텐슬라이드는 약 40m 정도의 원통을 타고 내려오는 미끄럼틀이다. 난이도가 있는 놀이기구이다 보니 안전요원의 통제 하에 헬멧과 미끄럼슈트를 장착하고 타야한다.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아이들에게 인기가 좋다는데 어른은 탈 수 없으니 참으로 다행이다. 한참을 어슬렁댄다. 놀이터의 모든 어른들이 어슬렁댄다. 저마다 무언가를 추억하는 얼굴들이다.


갑자기 저 아래에서부터 한 떼의 아이들이 와르르 몰려온다. 그러자 빨간 조끼와 빨간 모자를 쓴 어른이 또 갑자기 나타나 아이들을 지켜본다. "슬라이드와 짚 라인은 3월이 되면 탈 수 있어요." 아이들은 1초간 실망한다. 그리고는 매달리고, 뛰고, 오르내린다. 어슬렁대던 어른들이 순식간에 멀찍이 사라진다. 아이가 주변을 뛰어다닐 때면 그 무엇도 그의 즐거움에 다가가지 못한다. 아이들이 자신의 즐거움으로 반짝이는 것, 그렇게 자연스럽게 눈을 빛내는 것은 뭉클하다. 우리는 모두 아이였다.


크고 작은 골짜기마다 데크 다리가 놓여 있다. 비가 온 다음날이면 물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한다.

크고 작은 골짜기마다 데크 다리가 놓여 있다. 비가 온 다음날이면 물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한다.

◆ 배실웨딩공원까지


자락길은 마을 쪽으로 잠시 내려가다 선원출렁다리를 건너면서 다시 완연한 숲길로 접어든다. 산책로는 대부분 흙길로 슬렁슬렁 나아간다. 등산로와 만나기도 하고 마을과 연결되는 샛길도 잦다. 가파른 길은 나무 계단이 인도한다. 골짜기에는 데크 다리가 놓여 있다. 가물어 물빛은 보이지 않지만 비가 온 다음날이면 물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한다. 한파라는데 햇볕이 따뜻하다. 아늑한 나뭇가지들은 감동적으로 허공에 뻗어 있고, 줄기 사이로 아파트와 학교가 지척으로 가깝다. 자락길 주변에 15개의 학교가 있다고 한다. 평일 오후에 아이들과 소년들을 산에서 만난 것은 놀라운 일이지만, 앞산을 천둥벌거숭이로 뛰어다녔던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놀랄 일도 아니다. 자락길을 조성할 때 환경보전과 숲속 산책의 안전성과 편의성 그리고 재미에 중점을 두었다고 한다. 그래서 길은 도시와 가깝고, 밝고, 놀이터와 공원이 곳곳에 있으며, 안전 요원이 나타난다. 동네 어른들의 어슬렁도 일종의 파수다.


산책로는 대부분 흙길로 슬렁슬렁 나아간다. 숲 너머 아파트와 학교가 지척으로 가깝다. 성서성당의 십자가 돔 지붕이 이국의 그림 같다.

산책로는 대부분 흙길로 슬렁슬렁 나아간다. 숲 너머 아파트와 학교가 지척으로 가깝다. 성서성당의 십자가 돔 지붕이 이국의 그림 같다.

어린 편백나무는 20년, 30년 뒤에 엄청 자라 있겠지. 활엽수들의 숲 군데군데 그루터기만 남은 것은 산불예방을 위한 것이다. 성서성당의 십자가 돔 지붕이 이국의 그림 같다. 산책자들은 마치 그림자처럼 소리 없이 스쳐 지나간다. 배실주차장의 뒷모습이 보인다. 얕은 계곡에 '소유자의 동의를 득하지 못한 구간'이라는 푯말이 서 있다. 자락길 구간 중 7할이 개인 및 문중 땅이었다고 한다. 허씨, 도씨, 김씨 문중과 개인 지주분들이 토지사용을 허락해주어 길을 낼 수 있었지만, 당연히 우여곡절이 있었을 것이다. 숲을 벗어나 도로를 따라 배실 웨딩공원으로 향한다.


2코스의 시작점, 배실웨딩공원은 결혼은 축복이다라는 주제로 2018년에 만들어졌다. 계단식 정원을 중심으로 수로와 연못, 산책길, 테라스 쉼터 등이 조성되어 있다.

2코스의 시작점, 배실웨딩공원은 '결혼은 축복이다'라는 주제로 2018년에 만들어졌다. 계단식 정원을 중심으로 수로와 연못, 산책길, 테라스 쉼터 등이 조성되어 있다.

배실웨딩공원. 공원에서는 야외 결혼식이 가능하며, 달서구에 신청하면 대구 시민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배실웨딩공원. 공원에서는 야외 결혼식이 가능하며, 달서구에 신청하면 대구 시민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2코스의 시작점, 배실웨딩공원은 '결혼은 축복이다'라는 주제로 2018년에 만들어졌다. 와룡산 주능선에서 남서쪽으로 갈라져 나온 능선의 남쪽 산기슭에 자리해 있는데 지형의 경사를 이용한 계단식 정원을 중심으로 정원의 단차를 이용한 수로와 연못, 슬로프 길과 데크 산책길, 테라스 쉼터 등이 조성되어 있다. 공원 상부의 수크령 언덕에는 창 넓은 카페가 자리한다. 건물은 달서구청 소유로 입찰로 선정된 개인 사업자가 영업을 한다. 공원에서는 야외 결혼식이 가능하며, 달서구에 신청하면 대구 시민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특히 꽃이 만개하는 시기에 몹시 아름답고, 조명을 근사하게 설치해 밤 산책을 즐기는 주민들이 많다고 한다. 꽃으로 장식된 새파란 웨딩 카가 햇빛에 반짝거린다. 좋은 생각이 났어 니 생각, 니가 젤 좋아, 나무와 꽃처럼 향기 가득한, 그대라서 참 행복합니다, 꽃보다 고운 내 사랑, 우리 사랑 할래요, 사랑해, 정원 곳곳에 사랑의 속삭임이 이어진다. 다리 뻗고 쉬기 좋은 곳이다. 코스를 역으로 온 것이 도리어 행운이었을지도.


글·사진=류혜숙 전문기자 archigoom@yeongnam.com


>>여행정보


지하철 2호선 성서산업단지역이 있는 성서네거리에서 우회전해 직진하면 정면으로 보이는 산이 와룡산이다. 길 끝에 배실공원 주차장이 있고, 도로 따라 1분만 가면 배실웨딩공원이다. 공원 동편 '나무와 꽃처럼 향기 가득한' 조형문구 옆에 목책을 따라 오르는 통나무 계단이 자락길이다. 군데군데 나무에 자락길 표식이 있으니 잘 찾아야 한다. 배실주차장 입구에 있는 달서구 성서 산불본부(파란색 컨테이너) 바로 왼편으로 들어가면 공원에서 오는 자락길과 만난다. 자락길 2코스를 시작하기에 조금 더 쉽고 입구에 먼지털이 기계도 있다. 지하철을 이용할 경우 성서산업단지역에 내리면 된다. 역에서 배실 주차장까지는 1㎞ 정도, 자전거 대여도 가능하다. 자락길 1코스 기점은 계명문화대 후문 맞은편 GS아리랑주유소(신당동680번지) 옆 목 계단, 3코스 종점은 경원고등학교 정문 오른쪽 육교 계단 옆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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