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준혁 기자.
대한민국 근대화의 상징이자 국가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경북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 지방자치 시대가 열린 지 어느덧 30년이 지났지만, 경북 도정은 수도권 일극 체제에 맞설 강력한 동력을 확보하기보다 정치적 논리에 치중해왔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도청의 안동 이전 이후 인구가 밀집하고 산업 역량이 집중된 동남권 지역의 목소리가 도정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거세다.
이제는 경북 도정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그 핵심은 경북 인구의 상당수가 거주하며 국가 기간산업을 이끌어온 동남권의 잠재력을 전면에 배치하는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동남권은 경북 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30년간 단 한 번도 도지사를 배출하지 못했다. 이러한 불균형은 단순히 지역적 자존심의 문제를 넘어, 현장의 요구와 도정의 방향이 서로 맞물리지 못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동안의 도정이 낙후된 지역을 보완하는 '균형 발전'에 주력했다면, 앞으로의 경북은 장점을 극대화해 전체를 견인하는 '전략적 집중'이 필요하다. 동남권이 보유한 신산업 혁신 역량과 글로벌 네트워크는 경북 전체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따라서 실질적인 인구 분포와 산업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동남권 리더십의 등장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구다. 이러한 '동남권 도지사 대망론'을 바탕으로 이제는 어떠한 후보가 자격이 있을지를 제대로 분석하고 따져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 경북에 필요한 리더는 관념적인 행정 이론에 매몰된 인물이 아니라, 경북 동남권 산업 현장의 생리를 꿰뚫고 있는 '실사구시(實事求是)형 리더'다. 오늘날의 환경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급변하고 있다. 위기가 닥쳤을 때 토론과 합의에만 시간을 허비하는 리더십으로는 파고를 넘을 수 없다. 풍부한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 즉각적인 결단을 내리고 행동에 나설 수 있는 노련한 승부사가 필요하다. 즉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경북의 백년대계를 내다볼 줄 아는 풍부한 행정적 경험과 리더십이 뒷받침돼야 한다.
코 앞으로 다가온 지방 선거는 단순히 한 명의 지사를 뽑는 행사가 아니다. 경북의 억눌린 에너지를 분출시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전환점이 돼야 한다. 관념적 균형론에서 벗어나 경제 심장인 동남권의 동력을 도정 전체로 확산시킬 수 있는 리더십의 등장을 기대한다. 웅도 경북의 자부심을 되찾고 미래 먹거리를 창출해 낼 '현장형 지도자'가 전면에 나설 때, 비로소 경북의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이다.
전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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