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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르포] 새해 첫 달, 대구 로또 명당 가보니…

2026-01-18 17:46

반월당 지하 상가 판매점 50m 대기 줄…주말 맞아 인산인해
복권 판매액 10년 새 2배 증가, ‘기대감’이 키운 로또
확률은 낮아도 발걸음 늘어…불황 체감 확연히 느껴져

17일 오후 대구 중구 반월당 지하 상가의 한 로또 판매점 앞에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강승규 기자

17일 오후 대구 중구 반월당 지하 상가의 한 로또 판매점 앞에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강승규 기자

지난 17일 오후 5시 대구 중구 반월당 지하상가. 주말 저녁 시민들은 잰걸음으로 어딘가를 급하게 향했다. 그 가운데에서도 발걸음이 느려지는 지점이 있었다. 바로 로또 판매점 앞이다. 로또 판매점 입구에서 시작된 대기줄은 기둥을 돌아 복도를 따라 길게 늘어졌다. 끝은 한참 떨어진 에스컬레이터 근처까지 이어졌다. 대략 50m 남짓. 누군가 줄의 끝을 묻자, 앞사람이 말없이 손으로 방향을 가리켰다.


대기하던 시민들은 대부분 말을 아꼈다. 휴대전화 화면을 보거나, 두 손을 외투 주머니에 깊숙이 넣은 채 차례를 기다렸다. 간간이 번호표 출력 소리와 동전이 쓸리는 소리만 들릴 뿐이다. 로또 판매점 내부는 분주했지만, 대기줄은 정지된 화면처럼 보였다.


이 판매점은 1등 당첨번호 10번, 2등 당첨번호 36번이 나온 곳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로또 명당'이다. 매장 유리창엔 해당 회차 안내문이 여러 장 붙어 있었다. 줄을 섰던 시민들은 자연스레 고개를 들어 이를 확인했다. 일부는 휴대전화로 안내문을 찍기도 했다.


판매점 관계자는 "요즘 거의 매일 이 정도 줄이 선다"며 "예전엔 누적 당첨금이 많이 쌓였을 때만 붐볐는데, 경기가 침체되면서 최근들어서는 찾는 손님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했다.


줄을 서는 이들의 모습은 각양각색이었다. 한 중년 부부는 장바구니를 발밑에 내려놓은 채 차례를 기다렸고, 백팩을 멘 직장인은 한 손으로 시계를 확인하며 대기줄이 줄기만 학수고대했다. 모자를 깊게 눌러쓴 한 어르신은 판매점 안을 오래토록 응시했다. 이들에게 로또는 하루 일과의 끝자락에 자연스레 덧붙는 선택지처럼 보였다.


17일 오후 대구 중구 반월당 지하상가. 토요일 오후마다 시민들이 몰리는 로또 판매점 앞에는 최근 1·2등 당첨 소식까지 겹치며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섰다.강승규 기자

17일 오후 대구 중구 반월당 지하상가. 토요일 오후마다 시민들이 몰리는 로또 판매점 앞에는 최근 1·2등 당첨 소식까지 겹치며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섰다.강승규 기자

연초 로또 판매점 앞 문전정시는 통계수치로도 확인된다. 기획예산처 복권위원회의 '복권 및 복권기금 관련 정보공개' 자료를 보면, 상반기 복권 판매액은 2015년 1조7천700억원에서 2020년 2조6천208억원으로 늘었다. 2022년엔 처음으로 3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에는 3조8천183억원까지 불어나며 10년 만에 2배 이상 증가했다. 최근 5년 새 45% 급등한 셈이다.


이같은 증가세에는 불경기 속 서민들의 '기대감'이 녹아있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실시한 '2025 로또 구매 경험 관련 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로또 인지자의 80.6%가 지난해 로또를 구매했다고 답했다. 구매 이유로는 '혹시나 하는 기대감'(58.5%), '인생 역전에 대한 기대감'(44.4%)이 상위에 올랐다.


로또 판매점 입구에서 만난 40대 직장인 A씨는 "당첨을 믿어서라기보다는 안 사면 더 답답할 것 같아서 왔다"며 "요즘은 계획을 세워도 워낙 안 되는 일이 많아 한 번쯤은 기대어 볼 언덕이 필요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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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규

사실 위에 진심을 더합니다. 깊이 있고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기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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