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정치권 “물은 생존 문제…복류수 신뢰할 만한 방법”
김성환 장관 “바로 추진 않는다…시민 검증 후 진행”
맹승규 환경공학회장 “복류수 취수 오염물질 30% 저감...대구 지질 특성에 최적”
23일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여린 낙동강 먹는 물 문제 해결을 위한 전략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있다. 정재훈 기자 jjhoon@yeongnam.com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대구 취수원 이전 문제와 관련해 "이중 필터에 해당하는 복류수와 강변여과수로 낙동강물을 공급하는 것을 살펴봤더니, 오히려 안동댐 물보다 수질이 더 좋은 경우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지난 23일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개최한 '낙동강 먹는 물 문제 해결을 위한 전략 토론회'에서 "안동댐보다 훨씬 좋은 물을 가까운 곳에서 먹을 수 있는 전략이 있는데, 그간 제대로 검토를 못 했던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장관은 "바로 강행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올해 안에 '복류수·강변여과수 파일럿 프로젝트'를 통해 시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지 검증한 뒤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낙동강 상류의 석포제련소 문제와 산단 폐수 정화 등 오염원을 원천 제거하는 노력도 병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 장관을 비롯해 국민의힘 김상훈(대구 서구)·유영하(대구 달서구갑)·우재준(대구 북구갑) 등 지역 국회의원들과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 물 관련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해 머리를 맞댔다.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낙동강 먹는 물 문제 해결을 위한 전략 토론회가 열리고 있는 모습.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대구시민들로부터 먹는 물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추진하는 취수원 이전 사업에 대해 지역 국회의원들은 지역민의 '생존권'이자 '트라우마'임을 강조하며, 정부의 새 제안에 대해 기대감을 표했다. 먼저 김상훈 의원은 "1991년 페놀 사태 이후 깨끗한 식수 확보는 1천300만 영남인의 염원"이라며 "그간 구미와 안동으로의 이전안이 뚜렷한 좌표 없이 표류 상태였는데, 최근 환경부가 제시한 복류수 대안은 상당히 신뢰할 만하다고 느꼈다"면서 입법 지원을 약속했다.
다만 유영하 의원은 "맑은 물은 국민의 기본권이지 경제논리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면서 "정부의 새 대안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토론하겠지만, 결론을 정해 놓고 짜맞추기 위한 토론이 되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서울·인천·세종 등 대도시는 오염 위험이 낮은 댐물을 먹는데 왜 대구시민은 오염원 관리가 불안한 강물을 먹어야 되느냐"며 "복류수·강변여과수 대안에 대해 전문가들이 자존심을 걸고 장단점을 분석해 달라"고 당부했다.
우재준 의원도 지역 내 불안감을 언급했다. 우 의원은 "댐 방식에서 다른 방식으로 선회하는 것에 대해 시민의 불안감이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시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산적인 방안이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은 "1991년 페놀사태 이후 시민 86%가 수돗물을 불신하는 트라우마가 있다"며 "정부가 제시한 제3의 안이 시간만 허비하는 안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하고 깨끗한 수질'과 매일 60만t의 수량을 확보할 수 있느냐에 있다"며 "이 조건이 충족되는지 시민과 투명하게 검증 과정을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복류수 강변여과 방식 이미지. 낙동가 먹는 물 문제 해결을 위한 전략 토론회 자료집 캡처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에 나선 전문가들은 정치권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기술적 근거를 제시하는 데 주력했다. 이형섭 기후에너지환경부 물이용정책과장은 그간의 정책 추진 경과를 설명하며 기존 '취수원 이전' 방식의 한계를 명확히 했다. 이 과장은 "1991년 페놀사태 이후 낙동강 수질 개선과 취수원 이전을 위한 노력이 계속됐지만, 구미 해평취수장 공동 이용안과 안동댐 활용안 모두 지역 간 합의 도출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진단했다.
실제 2021년 합의됐던 구미 해평취수장 공동 이용은 구미시와의 이견으로, 2023년 제안된 안동댐 활용안은 상주·의성 등 경유 지역의 반대와 낮은 경제성 문제로 사업 추진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 과장은 "기존 지역 갈등으로 합의 도출이 실패해 수요량을 전량 대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갈등 비용을 최소화하면서도 안전한 원수를 전량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으로, 과학적 하상여과(복류수)와 맞춤형 정수공정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맹승규 대한환경공학회장(세종대 교수)은 "대구는 지질학적 특성상 대규모 '강변여과'가 어렵지만, 하천 바닥 모래층을 이용하는 '복류수' 방식은 적용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이날 토론회 자료집에 따르면, 강변여과수는 하천 인근 자연 대수층(모래·자갈층)에 관정을 설치해 물을 뽑아올리는 방식으로 대수층이 빈약하면 시공이 불가능하다. 반면 복류수 방식은 하천 바닥을 굴착하고 약 2~5m 깊이에 유공관을 매설한 뒤 인공적으로 필터층(모래·자갈)을 채워 취수하는 기술로, 지질학적 제약이 상대적으로 적어 대구에도 적용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맹 회장은 "복류수 시스템은 하천수가 모래와 자갈층을 통과하면서 여과, 흡착, 미생물 분해 작용을 거친다"며 "연구 결과 복류수는 하천수 대비 용존유기탄소(DOC)를 약 30% 저감하는 효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이는 페놀 등 오염사고 발생 시 하천수보다 대응 시간을 확보할 수 있고, 수질 변동성에도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재훈
서울정치팀장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