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수출액 연평균 33%, 57% 폭풍 성장
세계 3대 물포럼 ‘국제물주간’ 10년째 개최
낙동강 페놀 유출 딛고 ‘물의 도시’ 서사 완성
1991년 낙동강 페놀 유출 사건을 겪은 대구에서 물산업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30년전 아픔과 역경을 성장의 자양분으로 삼은 '물의 도시' 대구의 저력을 보여준다. 사진은 석양이 내려앉은 대구의 젖줄 금호강 모습. <영남일보 DB>
지난 17일 찾은 대구 달성군 구지면 국가물산업클러스터 내 한 입주 기업 실증화 시설. 거대한 수조 사이로 복잡하게 연결된 배관을 통해 여과된 물이 쏟아진다. 이곳에서 수처리 장비를 점검하던 기술책임자 엄용민씨(45)는 "과거에는 신기술을 개발해도 현장 성능을 증명할 곳이 없어 해외 인증 기관을 전전해야 했다"며 "이제는 단지 내 실증 시설에서 즉각 데이터를 뽑아낼 수 있어 중동이나 동남아 바이어들에게 실시간으로 기술력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35년 전 낙동강 페놀 유출 사고로 위기를 겪었던 대구가 대한민국 물산업의 중추로 탈바꿈했다. 대구 달성군 구지면 국가물산업클러스터 입주 기업들은 국내 물시장의 정체 속에서도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며 가동 5년 만에 누적 매출 5조 원 고지를 넘어섰다.
18일 영남일보 취재와 국가물산업클러스터 자료를 종합하면, 2023년 기준 클러스터 입주 기업의 총매출액은 1조4천385억 원에 달한다. 이는 본격 가동 첫해인 2019년(5천615억 원)과 비교해 139% 폭증한 규모다. 전년(1조3천125억 원)보다도 8.8% 늘어나며 견고한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대구 물산업의 성장 지표는 정체된 전국 평균치를 압도한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전국 물산업 시장의 연평균 매출 성장률이 1.8%에 머무는 동안, 대구 클러스터 입주 기업은 32.7%의 신장률을 보였다. 전국보다 약 18배 빠른 속도로 몸집을 불린 셈이다. 해외 시장 개척 속도는 더 가파르다. 전국 물산업 수출액이 연평균 2.0% 성장할 때 대구 기업들은 56.7%라는 폭발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2019년 206억 원이던 수출액은 지난해 1천66억 원을 기록하며 사상 첫 1천억 원 시대를 열었다.
이러한 성과의 배경에는 2천409억 원의 국비를 투입해 조성한 14만5천㎡ 규모의 '원스톱' 인프라가 자리하고 있다. 연구개발(R&D)부터 실증화, 검인증, 해외 진출까지 전 과정을 단지 내에서 해결하는 시스템이다. 스마트 미터링(지능형 계량) 기술을 수출하는 물 관련 기업 관계자 이수동씨(57)는 "국내 지자체 납품에 그쳤던 영세한 구조를 벗어나 클러스터의 공동 브랜드와 실증 데이터를 들고 해외로 나가면서 수출 비중이 매출의 30%를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국제적 위상도 공고해졌다. 대구는 스톡홀름, 싱가포르와 함께 세계 3대 물포럼으로 꼽히는 '대한민국 국제물주간'의 호스트 도시다. 지난해 행사에는 60개국 1만 2천여 명이 참가해 대구의 물산업 표준을 확인했다. 과거 낙동강 오염의 상처를 딛고 글로벌 물산업 도시로 올라서는 서사를 완성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서성수 국가물산업클러스터 입주기업협의회 회장은 "물은 AI나 로봇처럼 단기간에 비약적으로 크진 않지만 인류가 존재하는 한 지속 우상향하는 산업"이라며 "대구가 가장 잘할 수 있고 이미 국내 1등을 차지한 분야인 만큼 물산업 진흥에 역량을 더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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