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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장 85개 규모 ‘물의 도시’…글로벌 물산업 심장부를 가다

2026-01-26 16:28

<2> 물의 도시

23일 오후 대구 달성군 국가물산업클러스터 실험실에서 연구원들이 수질분석을 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23일 오후 대구 달성군 국가물산업클러스터 실험실에서 연구원들이 수질분석을 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체감온도 영하 10℃를 밑돌던 지난 23일, 대구 도심에서 차량으로 한시간쯤 달려 달성군 구지면에 다다르자 허허벌판에 우뚝 솟은 거대한 건축물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겨울 햇볕에 반짝이는 유리 외벽과 반듯하게 정돈된 진입로, 웅장한 건물동들의 외관은 마치 거대한 '성채(城砦)'를 연상케 했다. 가까워질수록 커지는 건축물의 규모에 서서히 압도될 즈음, 앞마당에 놓인 물방울 형태 조형물이 이곳의 정체를 짐작케 했다. 예상을 한참 뛰어넘은 그 '위용'에 절로 탄성이 나왔다. 글로벌 물산업 혁명의 태동지인 국가물산업클러스터에 대한 취재진의 첫인상은 강렬함이었다.


◆축구장 85개 규모 '물의 도시'


차량에서 내려 건물 앞에 서자 새삼 그 규모가 실감됐다. 로비 천장은 웬만한 공공청사 두 배 높이였다. 반대편 복도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내부 동선도 길었다. 고개를 돌려 클러스터 주위를 살펴보면 연구동과 실증동, 물 분야 기업 사옥들이 바둑판처럼 정돈된 채 끝없이 이어졌다. 단지 가장자리까지 시선을 보내도 경계가 쉽게 잡히지 않을 정도였다.


국가물산업클러스터의 면적은 14만5천㎡(4만4천평)에 달한다. 여기에 인근 물기업 집적단지까지 더하면 무려 60만6천㎡(18만3천평)나 된다. 축구장 85개가 들어갈 수 있는 규모다. 현재 <주>그린텍, <주>문창 등 국가대표 물기업 39개사가 이 일대에 둥지를 틀고 연구개발과 생산을 병행하고 있다. 단일 산업으로 이 정도 밀도의 기업 집적지는 국내에서도 손에 꼽힌다. 달성군 구지면을 '물의 마을'을 넘어 '물의 도시'라 불러도 과하지 않은 이유다.


김승연 국가물산업클러스터사업단 과장은 "클러스터의 본질은 같은 업종의 기업이 모여 하나의 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데 있다"면서 "물 분야로 한정하면 이 정도 규모의 기업 집적지는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다"고 말했다.


23일 오후 대구 달성군 국가물산업클러스터에서 관계자가 재이용실증플랜트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23일 오후 대구 달성군 국가물산업클러스터에서 관계자가 재이용실증플랜트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유치원생부터 기업인까지…'물'로 이어진 사람들


클러스터 로비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홍보전시관이 눈에 들어왔다. 클러스터 입주기업들의 대표 제품은 물론, 물산업의 역사와 순환 과정을 알기 쉽게 알려주는 공간이다. 물산업 관련 글로벌 포럼이나 행사 장소로도 각광받고 있다. 과거 물산업을 상징하는 '물지게'부터 움직이는 물탱크 등 최신 아이템까지 체험형 콘텐츠 위주로 구성돼 지역 유치원생들의 단골 견학 코스다.


이창 국가물산업클러스터 입주기업협의회 사무국장은 "내년에는 클러스터 내 유치원도 문을 연다"며 "물과 환경을 체험할 수 있는 최고의 친환경 교육장소로 입소문을 타면서 벌써부터 학부모들의 문의가 이어질 정도"라고 설명했다.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자 '워터캠퍼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강의실과 연구실, 도서관까지 갖춘 미니 대학 캠퍼스다. 이곳에서는 경북대 물·정보통신 융합공학과 석·박사 과정이 운영된다. 물관리 기술에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을 접목할 융합형 인재를 양성한다. 매년 15명 이상의 석·박사급 전문인력이 이곳에서 배출될 예정이다. 3천억 원 규모의 물산업 인프라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 관련 분야 인재들에게는 그야말로 유수의 명문대가 부럽지 않은 수준이다.


기업 지원 공간도 빠짐없이 채워졌다. 물융합연구동 1~2층에 위치한 실험분석실에는 173종, 329대에 달하는 물 분야 장비들이 빼곡히 들어찼다. 물산업 분야 기계·장비의 물성을 시험하는 역학시험실도 인상적이었다. 연간 2천200여 건의 시험이 진행되는 이곳에서는 물 장비들의 안전성 테스트가 끊임없이 이뤄졌다. 물관리기술 또는 물관리 제품의 위생안전, 품질 및 성능 등을 확보하기 위한 인·검증 및 그에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는 물기술인증원도 클러스터 안에 있다.


물 관련 인프라가 한 곳에 집약돼 있다 보니 조성 6년 만에 클러스터 임대공간은 대부분 분양 완료됐다. 지난해 말 기준 입주율은 97.9%로 141개 임대시설 중 138곳이 채워졌다. 일자리 창출도 매년 늘어 현재 이곳에서 근무하는 인원만 5천 명을 넘는다. 유치원생부터 대학생, 기업인까지 전 생애주기를 아우르는 하나의 도시가 형성된 셈이다.


23일 오후 대구 달성군 국가물산업클러스터에서 관계자가 정수·재이용 실증화시설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23일 오후 대구 달성군 국가물산업클러스터에서 관계자가 정수·재이용 실증화시설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세계 최초·유일 24시간 시험센터


이날 취재의 백미는 단연 실증플랜트였다. 안전모를 쓰고 플랜트 내부로 들어서자 물이 쏟아지는 소리와 송풍기 굉음이 귀를 울렸다. 웬만한 실내체육관보다 더 큰 규모의 플랜트 안에는 정수·하수·폐수·재이용수 등 각기 다른 성질의 물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물의 처리 기술이나 관련 기자재는 실제 적용할 물의 상황과 유사한 환경에서 실증 시험을 해야 한다. 이곳에서는 실제 현장과 유사한 조건에서 기술을 시험할 수 있도록 하루 5천t 규모의 처리 시설이 가동 중이다. 하루 기준 정수 2천㎥, 하수 1천㎥, 폐수 1천㎥, 재이용수 1천㎥를 공급할 수 있다. 어떤 종류의 물이든 한 공간에서 시험이 가능한 게 최대 장점이다. 특히, 하루 24시간 운영이 멈추지 않는 세계 최초·유일의 거대한 물 실험실이다. 해외 유명 대학 교수들도 이 시설의 존재에 경이로워했다는 후문이다.


플랜트 한편에는 기업의 입맛대로 실험을 할 수 있는 '수요자 설계구역'이 자리하고 있다. 기업들이 직접 설비를 설치해 기술개발과 성능시험을 진행하는 공간이다. 월 40만~50만원 수준의 임대료만 내면 하루 100㎥가량의 실험 용수를 무상으로 제공받을 수 있다. 실험 후 발생하는 폐수까지 자동 회수돼 기업들은 오직 기술 개발에만 집중하면 된다. 총 45실 모두 분양이 완료됐고, 입주 희망 기업들도 줄 서 있다.


물산업 분야 인프라 및 기업의 집적효과를 인정받아 지난해 말 클러스터 실증시설과 집적단지 일대 60만6천㎡는 연구개발특구로 지정됐다. 아이디어만 가지고 물산업클러스터에 입주한 기업이 클러스터 인근 공장부지를 구입하고, 공장을 지어서 생산까지 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한상윤 국가물산업클러스터사업단 물산업실증화처 대리는 "이곳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실증, 기술이전, 사업화, 홍보, 해외진출까지 원스톱으로 해결 가능한 물산업 분야 궁극의 인프라"라며 "물기업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공간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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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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