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행하는 '두바이 쫀득 쿠키'(두쫀쿠). 반으로 갈랐을 때 드러나는 피스타치오 크림과 카다이프의 단면이 인상적이다. <게티이미지뱅크>
'두바이' 열풍이 거세다. 제품명에 두바이가 붙는 순간 소비자의 반응이 달라진다. 최근에는 '두바이 쫀득 쿠키'(이하 '두쫀쿠')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두쫀쿠는 2024년 국내에서 인기를 얻은 두바이 초콜릿을 한국식으로 현지화한 디저트다. 이름은 쿠키지만 피스타치오와 카다이프를 초콜릿 마시멜로로 감싸 식감은 쫀득한 떡에 가깝다. 마시멜로를 녹여 만든 쫀득한 반죽 안에 카다이프(중동식 얇은 면)와 피스타치오 스프레드를 넣어, 겉은 쫀득하고 속은 바삭한 식감이 특징이다. 정작 현지에는 없는 이 디저트는 SNS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며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두바이 초콜릿의 본고장인 UAE 현지 매체들도 "두바이 초콜릿이 한국 스타일로 변형돼 유행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유행하는 두쫀쿠 항아리 밈(meme). 불경기에 두쫀쿠가 자영업자를 먹여 살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작은 찹쌀떡 만한 쿠키 하나의 가격은 평균 6천원~8천원 수준. 일부 매장은 1만원을 넘긴다. 하지만 폭발적인 수요로 이마저 금방 품절된다. 작은 동네 카페도 메뉴판에 두쫀쿠만 있으면 개장 전부터 대기 행렬이 이어진다. 온라인에선 '자영업이라는 깨진 항아리에서 새는 물을 두쫀쿠가 막고 있다'는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퍼지고 있다. 두쫀쿠 성지를 망라한 '두쫀쿠 맵'이 등장하고, 주요 식품기업은 앞다퉈 유사 제품을 출시하며 인기에 올라탔다. 인기에 비해 공급은 부족하다보니 웃돈을 주고 거래하는 경우도 나온다.
인스타그램에 해시태그 '두쫀쿠'를 검색하면 나오는 게시물. 9만4천여개의 게시물이 나왔다. <인스타그램 캡처>
◆찹쌀떡 크기에도 기꺼이 소비…새로운 경험 추구
두쫀쿠는 어떻게 대한민국을 강타했을까. 사실 K-디저트 유행은 처음이 아니다. 2014년 겨울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은 당시 SNS를 통한 초기 확산세에 힘입어 구하기 힘든 과자의 대명사가 됐다. "편의점 물류 차가 들어오기만을 기다렸다"며 너도나도 허니버터칩을 구하기 위해 편의점 원정에 나섰다. 이후 탕후루, 요거트 아이스크림, 성심당 시루, 각종 말차 식품까지 유행은 빠르게 바뀌어 왔다.
다만 두쫀쿠는 시각적으로 특히 유행에 최적화됐다. 반으로 갈랐을 때 드러나는 피스타치오 크림과 카다이프의 단면은 자르는 순간을 SNS에 영상과 사진으로 남기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흥행이 보장된 '두바이'라는 쫀득한 식감이 더해지면서 궁금할 수밖에 없는 이미지를 형성했다. 유명 연예인과 인플루언서들이 줄을 서서 구입하는 모습까지 확산되면서 '경험해야 할 트렌드'가 됐다. 물량이 제한된 상황에 희소성까지 띠어 오히려 구매 욕구를 더 자극한다.
외식·가공식품 물가는 꾸준히 상승하는데 두쫀쿠를 비롯한 소액 프리미엄 소비는 일상화되고 있다. <챗GPT 생성 이미지>
아이러니한 점은 있다. 작은 찹쌀떡 크기를 생각하면 턱없는 가격이다. 외식·가공식품 물가는 꾸준히 상승하는데 두쫀쿠를 비롯한 소액 프리미엄 소비는 일상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립스틱 효과(Lipstick Effect)'라고 분석하고 있다. 경기 불황기에 돈을 최대한 아끼면서도 품위를 유지하려는 태도를 의미한다. 립스틱 등 비교적 소비 규모가 크지 않지만 사치심을 채울 수 있는 서비스나 상품을 찾는다는 심리에서 비롯됐다. 이은희 인하대 명예교수(소비자학과)는 "명품 가방이나 자동차는 못 사지만 저렴한 사치품을 사서 (감정적인) 만족감을 얻는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수만원 하는 외식물가에 비하면 두쫀쿠는 6천~8천원에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데이터 컨설팅 기업 피앰아이(PMI) 관계자는 "두쫀쿠 소비가 '미각 중심의 선택'이라기보다 경험 소비, 인증 소비, 포모 소비(FOMO·유행에 뒤처지는 것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해 발생하는 구매 현상)의 성격이 강하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맛있어서 먹는 디저트'라기보다 '지금 이 시기를 살고 있다는 증표'로 소비되는 상품인 것"이라고 진단했다. 피앰아이가 지난 20일부터 21일까지 전국 19~59세 남녀 2천884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두쫀쿠'를 찾는 이유로 '유행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19.4%)가 가장 많은 응답을 차지했다. '쉽게 구할 수 없는 희소성 때문'도 17.7%로 비교적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나를 위한 작은 사치, 보상 심리'도 14.5%로 주요 이유로 나타났다.
헌혈 비수기를 맞아 지난 23일 부산 헌혈의 집 서면센터에 전혈·혈소판 헌혈자에게 증정될 '두쫀쿠(두바이쫀득쿠키)'가 놓여 있다. 부산혈액원은 이날 하루 동안 헌혈의 집 13곳에서 방문객에게 '두쫀쿠'를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열었다. 연합뉴스
◆디저트 트렌드 지속 어려워…창업은 신중해야
두쫀쿠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자 디저트와 상관없는 국밥집, 냉면집, 초밥집 등에서도 두쫀쿠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일부 매장은 식사 메뉴 주문 시에만 두쫀쿠를 구매할 수 있도록 제한하거나 세트 구성으로 판매하고 있다. 헌혈을 하면 두쫀쿠를 준다는 이벤트 소식에 헌혈의집에 청년들이 '오픈런'을 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품절이 반복되자 직접 만들어 먹는 모습 또한 포착된다.
기업들도 두쫀쿠 열풍을 이어가기 위해 유사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두쫀쿠의 핵심인 카다이프와 피스타치오 스프레드는 살리되, 겉면을 마시멜로 대신 다른 재료로 감싸 제조 편의를 살린 경우가 많다. 편의점 CU의 '두바이 쫀득 찹쌀떡' '두바이 쫀득 마카롱' 등이 대표적이다. 세븐일레븐도 지난 18일 '두바이식 카다이프 뚱카롱'을 출시했다. 디저트 시장을 휩쓸었던 '뚱카롱'(뚱뚱한 마카롱)에 두쫀쿠 콘셉트를 입혔다.
CU가 출시한 두쫀쿠 유사 제품들. '두바이 쫀득 찹쌀떡'(카다이프 초코 쫀득 찹쌀떡) 등. <BGF리테일 제공>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주요 플랫폼 기업들도 두쫀쿠 마니아들을 노린 서비스를 연이어 내놨다. 네이버는 자사 예약 서비스 내 솜씨당을 통해 '두쫀쿠 원데이 클래스' 상품들을 선보였다. 네이버 지도에선 다른 사용자들이 저장한 두쫀쿠 관련 장소 명단을 확인할 수 있는 '두존쿠 권위자들의 저장리스트 모음.zip'이란 콘텐츠를 별도로 노출하고 있다.
다만 이런 인기가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디저트 트렌드는 구조적으로 장기 지속이 어렵다는 게 몇 차례 증명된 바 있다. 국내 디저트 시장에서는 대만 카스테라, 흑당 버블티 등처럼 SNS를 계기로 급속히 확산했다가 단기간에 사라진 사례가 반복됐다. 이 때문에 특정 디저트 유행은 '반짝 인기' 이벤트에 가깝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앞서 유행한 탕후루의 프랜차이즈들도 유행이 사그라들자마자 줄줄이 폐업했다. 최근 인기를 끈 요거트 아이스크림(요아정)도 비슷했다.
지난 21일 한 대형마트 견과류 코너에 피스타치오 품절 안내문이 놓여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두쫀쿠'(두바이 쫀득 쿠키)의 주재료인 피스타치오는 원자재 가격 상승과 수급 불안정으로 최근 가격이 급등했다. 연합뉴스
원재료값의 폭등도 무시할 수 없다. 두쫀쿠의 주재료인 피스타치오는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는 상품인데, 품귀 현상으로 수입량은 줄고 원가 부담은 늘었다. 지난 22일 정일영 의원실이 관세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피스타치오 수입 단가는 지난해 1월 1천500만원(t당)에서 이달 약 2천800만원으로 1년 새 84% 치솟았다. 이마트에 따르면 두쫀쿠 유행이 시작된 지난달 1일부터 지난 22일까지 마시멜로와 코코아파우더 매출도 각각 228.9%, 124.1% 늘었다. 원재료값의 폭등은 대기업·프랜차이즈보다 소상공인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자영업자들도 너도나도 두쫀쿠 열풍에 탑승하는 가운데 우려되는 점으로 꼽힌다.
'두쫀쿠' 주재료인 피스타치오가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1㎏당 10만원의 높은 시세에 거래되고 있다. <번개장터 앱 캡처>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디저트 아이템의 경우 창업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은희 교수는 "주재료인 피스타치오의 가격이 올라 두쫀쿠의 가격도 높아질 가능성이 크기에 소비자가 수용 가능할지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자영업) 매출의 효자는 '재방문'과 '재구매'"라며 "반짝 유행에 편승해 가게 방문을 늘리는 것도 좋지만, 어디까지나 재구매나 재방문을 가져오는 요인은 본인 가게 제품의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조현희
문화부 조현희 기자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