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구청·LH 협업해 2021년 문 열어
지상 4층 건물에 25명 어르신 함께 거주
"옆집에 얘기 나눌 수 있는 친구 있어 행복"
서울 도봉구에 위치한 고령자 전용 주택 '해심당' 전경. 해심당 제공
"해심당에 와 보니 완전 천국입니다. 늙은 나이에 말벗이 돼줄 친구들이 생겨 너무 좋습니다."
최근 영남일보 취재진이 서울 도봉구 방학동에 있는 고령자 복지주택 '해심당'에 거주하는 어르신들을 만났다.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행복' 이란 말을 자주 입에 올렸다. '바다 같은 마음과 따뜻한 햇살이 있는 집'이란 뜻을 품은 해심당. 이곳 어르신들의 전반적인 삶의 만족도는 매우 높아 보였다. 고령자복지주택 안에서 노인들이 서로 버팀목이 돼주는 신뢰 관계가 형성된 것이 인상 깊었다. 무엇이 어르신들을 이곳으로 오게 했는지, 또 이곳에 정착한 이들의 속내는 어떤지, 대구에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복지 요소는 무엇인지가 궁금했다.
◆문턱 없고, 복도엔 손잡이··· 어르신 맞춤 설계
9일 오전 서울 도봉구 어르신복지주택 해심당에서 입주 어르신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다. 조윤화 기자
서울 도봉구 어르신복지주택 '해심당' 원룸(전용면적 32㎡) 내부 모습. 조윤화 기자
지난 9일 직접 찾아간 해심당은 고령자들의 공동 거주 조건을 전제로 설계된 복지 공간이다. 2021년 개소한 이 건물 규모는 지하 1층~지상 4층. 지하 1층은 커뮤니티 공간, 지상 1~4층은 주거시설(총 21호실)이 마련돼 있다. 입주자들 평균 나이는 80세 정도. 현재는 어르신 25명이 거주하고 있다.
도봉구청과 LH 간 협업을 통해 마련된 해심당의 가장 큰 특징은 이동에 불편을 주는 문턱이 없다는 점이었다. 고령자복지주택인 만큼 휠체어가 들어올 것을 감안, 화장실을 넓게 만들었다. 모든 방에 베란다를 설치, 채광과 환기를 확보했다. 건물 내부 계단과 복도엔 어르신이 잡고 이동할 수 있도록 안전 손잡이가 설치된 게 눈길을 끌었다.
해심당은 노인공동체 안에서 이뤄지는 돌봄 형성에 특화돼 있다. 어르신들이 함께 살다 보니 각종 복지 혜택 정보를 자연스레 공유했다. 노인이 노인을 케어하는 선순환 시스템이 구비돼 있다.
특히, 홀로 살 때는 아파도 병원 가기를 미루거나 활동 반경이 좁아질 우려가 있지만, 이곳에선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자연스레 건강 상태를 살필 수 있었다.
의외로 해심당은 무료 시설이 아니다. 임대료는 원룸 기준(전용면적 32㎡) 보증금 800만원, 월세 40만원 정도. 지방 기준으로 보면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다. 서울 도봉구 주변 시세로는 약 45% 수준이었다. 입주자 중 차상위계층은 월 34만원의 주거급여를 지원받아 실제 부담액은 약 7만원이다.
이곳에 5년째 거주한다는 이현민(여·77) 할머니는 "현재 해심당에서 '총무'를 맡고 있다. 체조나 그림 교실 등 프로그램이 열리는 날이면 입주민들에게 연락을 돌려 참여를 독려한다. 자잘한 민원이 생기면 곧바로 직접 해결하는 편"이라며 "크게 할 일은 없지만, 이웃 안부를 묻고 몸이 불편한 이들의 약을 대신 사다 주기도 한다. 전화 한 통이면 내려와 같이 커피 한 잔 할 수 있는 이웃이 있다는 게 내겐 큰 기쁨"이라고 했다.
이계호(76) 할아버지도 "노인들이 함께 살다 보니 다양한 복지 혜택 정보를 많이 공유한다. 인근 푸드마켓 신청 날짜나 노인 일자리 정보를 서로 알려준다"며 "최근 다른 이웃과 골목에서 쓰레기까지 줍고 왔다. 마음이 건강해지다 보니, 지역을 위한 선행까지 자연스레 이어진 것 같다"고 흡족해 했다.
해심당에 거주하는 어르신들이 5층 옥상정원에서 함께 음식을 만들어 나눠 먹고 있다. 이현민 어르신 제공
해심당 입주 어르신들이 체조 프로그램에 함께 참여하고 있다. 이현민 어르신 제공
◆해심당으로 향한 발걸음
이곳에 모인 어르신들 사연은 다양하다. 가족들의 돌봄 부담을 줄이고자 스스로 찾아오는가 하면, 기초생활수급자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다가 입주한 이들도 더러 있다.
김용경(83) 어르신은 2022년 9월 입주했다. 앞서 그는 아들의 갑작스러운 사업 실패로 반지하 방을 한동안 전전했다. 그러던 중 점심을 먹으로 간 식당에서 우연히 해심당 이야기를 듣게 됐다. 이후 하던 일을 모두 제쳐두고 곧바로 서류를 준비해 해심당을 찾아갔단다. 그는 "해심당에 첫 방문했던 때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 건물이 깨끗하고 마치 천국 같았다. 입주 신청서를 냈고, 두 달 반 만에 입주하게 됐다"며 "입주 후 생활이 안정됐다. 건물 내부 곳곳을 입주민들이 직접 가꾼 공간이라 더 애착이 간다"고 했다.
이금손(여·86) 어르신의 삶도 기구하긴 마찬가지. 아들 하나와 딸 하나를 뒀지만, 아들은 연락이 끊긴 지 오래다. 인천에 거주한 딸이 같이 살자고 했지만, 형편이 어려운 딸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이후 기초생활수급자로 생활한 지도 수년째. 그러던 중 동행정복지센터에서 우연히 '해심당'을 소개받아 입주했다. 선뜻 먼저 다가와 준 이웃들 덕분에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이곳에 들어온 것이 참 큰 복으로 느껴진다. 딸도 이곳을 둘러보더니 한결 마음이 놓인다"고 귀띔했다. 노인들을 위해 설계된 건물이라서 몸이 불편하더라도 편하게 오갈 수 있고, 주변 이웃들이 많은 관심을 보내 줘 한결 마음이 놓였다는 것이다.
◆"지역사회 통합돌봄 가능케 하는 핵심 인프라"
이진숙 대구대 교수(사회복지학과).
대구가 해심당 같은 고령자복지주택 도입·운영을 활성화하려면 어떤 요소를 고려해야 할까. 대구대 이진숙 교수(사회복지학과)는 몇 가지 핵심 조건을 짚어냈다.
이 교수가 제시한 주요 전제는 무장애(barrier free) 공간 및 공유 공간 구축, 상호 돌봄과 사회적 연결을 위한 공동체 활동 운영이다. 이 교수는 "고령자복지주택은 단순히 저소득 노인을 위해 임대료를 낮춘 주거 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문턱 제거, 넓은 화장실 확보 등 고령자 신체 특성을 반영한 무장애 설계가 중요하다"며 "해심당 사례에서 보듯 옥상정원이나 프로그램실 등 주민 간 일상적 상호작용을 유도하는 공유 공간은 거주자 간 상호 돌봄이 자연스레 작동하는 기반이 필수다. 대구가 공을 들여야 할 부분은 바로 노인을 안정적으로 케어할 수 있는 기반"이라고 했다.
대구 실정에 맞춘 건강·복지 수요 통합(one-stop) 서비스 지원 필요성도 거론됐다. 그는 "거주 노인들이 필요할 때 건강과 복지 서비스를 자택에서 제공받을 수 있는 원스톱 통합돌봄 체계가 필요하다"며 "해심당에 더 필요한 사안이 있다면 일단 주거단지 내 다양한 보건복지시설이 함께 들어와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대구에도 공공·지자체·민간이 협업하는 운영 모델 구축이 중요하다는 의미"라고 했다.
해심당 사례와 별개로 대구 인구 구조적 특성에 따른 고령자복지주택 운영 체계가 정립돼야 한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이 교수는 "대구는 이미 고령화율이 전국 평균을 상회하고, 도심 공동화와 농촌 지역의 고령 단독가구 증가가 동시에 진행되는 구조다. 사회적 고립과 고독사 위험을 구조적으로 확대시키는 환경"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돌봄 공백과 관계 단절이 가장 큰 위험 요소다. 고령자복지주택은 사회적 고립 예방, 건강 악화 조기 발견, 일상적 사회활동 유지,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동시에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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