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 위한 주거공급 팔 걷은 지자체
무장애 설계·입주자 프로그램 등 운영
대구도 일자리·주거 결합한 '이룸채'눈길
전문가 "대구도 맞춤형 단계적 로드맵 세울 때"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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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를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고령자가 함께 거주하며 돌봄과 일상을 공유하는 공동체형 주거 모델인 '고령자복지주택'이 잇따라 도입·운영되고 있다. 고령자복지주택이 노인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고독사 방지 및 돌봄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대안 중 하나로 주목받으면서다. 영남일보에서 총 3차례에 걸쳐 대구를 포함한 서울·부산 등 기초지자체별 고령자복지주택 현황과 현장 운영 사례를 짚어보고, 대구가 참고할 만한 노인 주거 정책 방향을 모색해 본다.

2024년 기준 특별·광역시 가구 수 비율. KOSIS

2024년 기준 특별·광역시 65세 이상 기초생활수급자. KOSIS
◆고령 1인 가구 증가 속 고독사 위험도 ↑
고령자복지주택 도입·운영의 주된 목적은 노인 1인 가구 증가로 인한 다양한 사회구조적 문제 해결에 있다. 노인들이 함께 소통하는 생활 밀착형 공동체 공간 조성으로 사회안전망 구축을 이뤄내기 위한 주거복지 대응 정책인 셈이다.
23일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에 확인 결과, 2024년 기준 전국 전체 가구 수(2천229만4천419가구)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 1인 가구(228만8천807가구)가 10.3%를 차지했다. 이는 2020년(7.9%)보다 2.4%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특별·광역시별로 보면 부산이 12.7%로 가장 높고 대구가 11.3%로 뒤를 이었다. 이어 광주 9.5%, 인천·대전 각 8.8%, 울산 8.7%, 서울 8.6% 등의 순이었다. 특히, 대구의 경우 노인 1인 가구가 2020년 8만3천459가구에서 2024년 11만7천487가구로 4년 새 41% 증가했다.
노인 1인 가구 증가는 전국적인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고독사 위험성과도 궤를 같이했다. 전국 60세 이상 고독사 사망자 수는 2020년 1천551명, 2021년 1천632명, 2022년 1천749명, 2023년 1천854명, 2024년 2천명으로 해마다 증가했다.
고령층이 겪는 경제적 부담 역시 상당한 편이다. 통상 노인들의 사회적 활동이 제한적이다 보니, 기본적인 생활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빈도가 높을 수밖에 없어서다. KOSIS에 따르면, 전국 65세 이상 기초생활수급자는 2020년 72만3천514명에서 2024년 110만458명으로 4년 새 52%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2024년 기준 서울이 19만5천728명, 부산 11만2천344명, 인천 6만9천737명, 대구 6만3천361명, 광주 3만1천820명, 대전 2만9천294명, 울산 1만8천838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는 노인 인구 기초생활수급자가 2020년 4만2천438명에서 2024년 6만3천361명으로 49% 늘었다.
박은희 대구정책연구원 사회문화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노인들의 사회·경제적 고립에 따라 파생되는 문제 중 가장 큰 사안이 주거 문제"라며 "소득이 낮은 고령층일수록 열악한 주거환경에 머무르기 쉬운 만큼, 공공이 고령자 맞춤형 주거를 공급하면 장기적으로 의료·돌봄 부담을 줄이는 예방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고령자가 커뮤니티를 형성하며 생활할 수 있는 공동체형 주거 모델은 고립 예방과 일상 돌봄 측면에서 정책적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
◆고령자 함께 사는 주거모델 확산 흐름
부산 부산진구 초읍동에 위치한 고령자복지주택 '도란도란하우스' 내부 모습. 입주민은 개별 방이 있고, 거실과 부엌 등은 공동으로 이용하는 구조다. 도란도란하우스 제공
서울 도봉구 고령자복지주택 '해심당' 입주 어르신들이 함께 모여 그림 그리기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조윤화 기자
노인들의 생활 취약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에 기초지자체들이 지역 실정에 맞춰 고안해 낸 방안이 바로 노인 공동체 확립이다. 모든 노인 돌봄 서비스를 한 곳에서 해결하기 위해 노인 공동체형 주거 모델 도입에 행정력을 집중한 것이다.
부산 진구청은 지역 최초 노인 공유주택 '도란도란하우스'를 2021년 개소했다. 지상 4층 규모의 안창마을 커뮤니티센터 가운데 건물 3·4층을 활용한 이 시설은 어르신들이 함께 거주하며 서로 돌보는 형태로, 최장 20년까지 머물 수 있다.
서울 도봉구청이 운영 중인 고령자 전용 주택 '해심당'은 2021년 문을 열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도봉구청이 협업해 조성한 지상 4층 규모 임대주택이다. 현재 만 65세 이상 어르신 25명이 거주하고 있다. 실내는 문턱을 없애고 휠체어 이동을 고려해 화장실을 넓히는 등 무장애(Barrier Free) 설계를 적용했다.
대구 남구청은 어르신 '일자리+주거' 통합 모델인 지상 4층 규모 '이룸채'를 오는 3월 개소한다. 건물 1층에서 근무하고 윗 층으로 퇴근하는 구조다. 1층에는 노인일자리 사업장(시니어 베이커리&카페)이, 2·3층엔 어르신 대상 입주형 주거공간 4실(원룸)이 마련됐다. 4층은 공용공간으로 활용된다.
전문가들은 노인의 삶의 질 향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주거환경'을 꼽으며, 노인들이 함께 생활하며 나타날 수 있는 긍정적 요소에 주목했다.
강상훈 대구보건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고령자복지주택을 한 번에 대규모로 공급하기보다 소규모 시범사업을 통해 지역 맞춤형 모델을 정착시키는 방식이 현실적이다"며 "통합돌봄의 핵심은 어르신이 살던 지역에서 계속 거주하며 의료·요양 서비스를 받도록 하는 데 있다. 고령자복지주택 역시 단순 주거 공급을 넘어 통합돌봄 체계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축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용 계명대 교수(도시계획학과)는 "고령자복지주택의 핵심 효과는 입주자 간 상호 돌봄, 이른바 '노노케어' 기능에 있다. 농촌 마을 어르신들이 경로당에서 서로의 안부를 챙기며 자연스럽게 돌봄이 이뤄지는 것과 같은 원리"라며 "비슷한 연령대가 함께 거주할 경우 상시적인 돌봄이 작동해 고독사 예방 등 사회적 편익이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조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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