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목 시인|
자연사박물관에 가보기로 한다
공룡의 뼈가 보고 싶다는 해영과 손을 맞잡고 걷는다
해영은 나에게 말해
너무나도 거대한 공룡의 머리뼈가 우리의 머리 위에 떠 있는 모습을 올려다보고 싶다고
국적도 이름도 얼굴도 다른
여러 관람객 사이에서
크다 정말 크다
말하고 싶다고 한다
내가 해영과 그곳에 도착해
알고 싶었던 게 있다면
뼈와 뼈 사이 우리의
얼굴을 들이밀 수 있을까 하는 것들
우리는 멸망 속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 우리가 우리 자신의 멸망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그 텅빈 공허를 지탱하는 흰 빛들 속에서 비로소 세상의 백골을 지켜보며 어떤 끝에 다다르면 국적도 이름도 얼굴도 다 소용없다는 것을 마침내 수긍할 수 있을까. 그것이 죽음이 아니라 이별이 아니라 절망이 아니라 진실이라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토록 자연스러운 자연이 죽음이고 이토록 자연스러운 자연이 이별일 때, 모든 절망들을 불러모아 박물관 할로겐 조명 아래 몇 줄 각주를 달아 세워둘 것이다. 그때 그랬다고. 그랬던 그때의 슬픈 이야기들이 새 배터리를 갈아끼운 메가폰에서 각국의 언어로 정갈하게 번역되어 또박또박 흘러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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