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지역 정치권, 지진 피해 해결 나서
“2심도 공정한 판결 기대”
포항시 지역 정치권 인사들이 24일 국회 소통관에서 포항 촉발지진 항소심 판결 선고 관련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포항시 제공
2017년 포항을 뒤흔든 지열발전 촉발지진의 배상 책임을 가리는 항소심 판결이 임박하면서, 포항 지역사회가 정부의 결단과 재판부의 정의로운 판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강덕 포항시장과 김정재·이상휘 국회의원, 김일만 포항시의회 의장은 24일 오전 국회 소통관 단상에 올랐다. 내달 13일로 예정된 대구고법의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1심에서 인정된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정부가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는 취지의 공동 입장문을 발표하기 위해서다.
◆예견된 인재(人災), "국가 과실은 이미 증명됐다"
이날 회견의 핵심은 포항 지진이 단순 자연재해가 아닌, 정부 관리 감독 소홀에 따른 '인재'라는 점을 재확인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
이강덕 시장은 "정부가 직접 구성했던 조사연구단이 이미 2019년에 지열발전 사업에 의한 '촉발지진'임을 공식화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실제로 감사원 감사 결과에서도 지열발전 기술개발 과정 중 안전관리 대책 부실 등 20건에 달하는 위법·부당 행위가 드러난 바 있다. 국무총리실 산하 진상조사위 역시 지진 위험 분석 및 대응 조치의 미흡함을 공식 지적했다.
포항 지역 정치권은 이러한 객관적 조사 결과들이 1심 판결의 근거가 된 만큼, 2심에서도 '국가 책임 인정'이라는 기조가 유지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50만 시민의 기다림, "일상 파괴된 고통 보상해야"
이번 소송은 포항시 전체 인구의 약 96%인 49만 9,000여 명이 참여하며 역대 최대 규모의 국가 상대 집단소송으로 기록됐다. 앞서 1심 재판부인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두 차례의 큰 지진(2017년 11월 15일 규모 5.4, 2018년 2월 11일 규모 4.6)을 모두 겪은 시민에게 1인당 300만 원, 한 차례 경험 시 20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지진 발생 8년이 흘렀지만, 현장의 상흔은 여전히 시민들의 일상에 남아있다. 지진 당시 흥해읍 아파트에 거주했던 김 모 씨(65)는 "아직도 큰 차가 지나가며 창문이 덜컹거리면 가슴부터 내려앉는다"며 "정부가 잘못을 인정하고 판결대로 이행하는 것이 시민들의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포항 시내 곳곳에는 여전히 지진 피해 복구의 흔적이 남은 건물들과 배상 판결 이행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어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과 시민들의 요구를 대변하고 있다.
◆행정력·사회적 비용 낭비 우려, "일괄 배상 지침이 해법"
정부의 항소로 재판이 길어지면서 소송 비용과 행정력 소모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이 시장은 회견 후 취재진과 만나 "정부와 시민이 법정에서 다투는 '줄소송' 국면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부가 피해 보상 지침이나 관련 법령을 마련해 일괄 처리한다면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정치권은 이번 판결이 단순한 민사상 배상 여부를 넘어선다는 시각이다. 국책사업의 실패로 시민들이 입은 정신적 상처를 국가가 어떻게 매듭지을지에 대한 사회적 기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기자회견단은 "이번 항소심 선고는 국책사업의 부작용으로 고통받아 온 시민들의 눈물을 닦아줄 마지막 기회"라며 재판부의 전향적인 판단을 촉구했다. 내달 13일 대구고등법원에서 열릴 이번 선고 결과에 따라 향후 정부의 배상 방식과 특별법 보완 논의에도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장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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