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억 경북도 공항&투자본부장
대구경북 행정통합과 통합신공항 조기 개항은 단순한 지역 숙원이 아니라, 글로벌 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한 필수 인프라 재편이다. 글로벌 기업과 해외 투자펀드는 투자할 때 행정 경계가 아니라 세 가지 지표를 본다. 시장의 규모가 충분한지, 산업 밸류체인이 완결되어 있는지, 세계로 바로 실어나를 항공 물류망이 있는지다.
이 잣대로 보면 지금처럼 행정구역이 갈라져 각자도생하는 구조로는 매력적인 투자처가 되기 어렵다. 대구·경북은 1인당 GRDP가 오랜 기간 전국 하위권에 머물러 있고, 최근 10년 연성장률도 1%대에 그친다. 인구 감소와 지방소멸 압력 속에서 체급을 키워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지 못하면, 투자 유치의 출발선에도 서기 어렵다.
지금은 오히려 골든타임이다. 미·중 갈등과 공급망 재편으로 글로벌 제조기업들은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을 본격 가동하고 있다. 반도체·이차전지·바이오 생산기지를 새로 나누는 과정에서, 구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포항의 이차전지, 안동의 바이오 백신 등 대구경북의 첨단 제조 인프라는 바로 지금 필요한 역량이다. 그러나 베트남·인도·인도네시아 등도 파격적인 인센티브로 경쟁에 뛰어들었다. 행정통합과 신공항 개항이 함께 속도를 내지 못하면 이 기회는 남의 성과가 된다.
행정통합의 진정한 가치는 '규모의 경제'다. 대구경북이 통합되면 인구 490만 명, GRDP 179조 원 규모의 거대 단일 시장이 된다. 대구의 대학·R&D·소프트웨어 역량과 경북(포항·구미·안동 등)의 이차전지·반도체·바이오 백신 기반이 결합해, 부품 조달부터 완제품 생산·테스트·연구개발까지 한 곳에서 해결하는 메가 경제권이 만들어진다. 통합 컨트롤타워는 지자체 간 소모적 유치 경쟁을 줄이고, 글로벌 자본이 가장 기피하는 규제 불확실성과 인허가 지연을 최소화한다. 단일 행정 창구에서 과감한 조세 감면과 인센티브를 제시할 수 있을 때, 대구경북은 비로소 세계 주요 메가시티와 대등한 투자 체급을 갖출 수 있다.
하지만 몸집만 키워서는 부족하다. 물류라는 혈관이 막히면 잠재력은 반 토막 난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은 이 메가 경제권을 세계 시장과 24시간 직결하는 핵심 대동맥이다. 바이오 의약품, 이차전지 소재, 고부가가치 IT 부품은 시간과 온도에 민감해 항공 운송 의존도가 높다. 국내 국제 항공 화물의 약 98%가 인천공항을 통해 처리되고 있다. 우리 지역에 투자한 기업이 수출을 위해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인천까지 육상 운송을 해야 한다면, 물류비와 시간 손실은 곧 경쟁력 저하와 납기 리스크로 이어진다. 통합신공항은 중남부권 중추 물류거점으로서 당일 항공 수출망을 열어 이 구조적 한계를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다.
해외 사례도 이를 뒷받침한다. 영국 그레이터 맨체스터는 10개 지자체가 단일 행정기구를 만들고, 맨체스터 공항을 물류·비즈니스 허브로 키워 런던에 쏠리던 미디어·IT·생명과학 투자를 대거 끌어들였다. 그 결과 영국 평균의 두 배 수준 성장률을 기록하며 런던 외 최대 FDI 유치 지역으로 자리 잡았고, 수십조 원대 경제 기여와 대규모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광역 통합이 투자 체급을 바꾸고, 공항이 그 체급을 세계와 연결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대구경북은 지금 글로벌 밸류체인의 허브로 도약할 마지막 골든타임 앞에 서 있다. 공급망 재편이라는 역사적 기회 위에 행정통합과 신공항 개항이라는 두 축이 동시에 맞물릴 때, 대구경북은 글로벌 자본이 먼저 찾아오는 '투자하고 싶은 도시'로 거듭날 것이다.
이남억 경북도 공항&투자본부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