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이 지난 13일 2026년도 전기 학위수여식을 통해 293명(박사 59명, 석사 103명, 학사 131명)의 과학기술 인재를 세상에 내놓았다. '핸드 트래킹' 기술로 CES 혁신상을 수상한 스타트업 대표와 세계적 학술지에 논문을 13편이나 게재한 수재도 디지스트의 학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대구경북의 자부심이자, 대한민국의 자랑이다. 대구경북 과학기술 인재들의 눈부신 성과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한편으로 의문이 든다. '과연 이들 가운데 몇 명이나 지역에 남을까'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7~2021년 기준) 대구와 경북권 대학의 과학기술 전공 졸업자 4만4천여명이 지역을 떠났다. 10명 중 7명 이상이 수도권으로 향했다. 디지스트와 같은 최고급 인재 양성 기관을 보유했음에도, 정작 대구경북 성장의 엔진이 되어야 할 인재들이 '기회의 땅'을 찾아 짐을 싼 셈이다. 과학기술 전공자를 포함한 대구경북의 청년 인재 유출은 심각하다. 2025년 한 해 동안 대구와 경북에서 빠져나간 20대 인구는 전국 최고 수준이다. 경북의 20대 순유출 인원은 9천명에 육박한다. 전국 시·도 중 가장 높다. 대구 역시 20대 순유출 인원 6천300명을 기록하며 광역시 가운데 가장 많다. 청년들의 '탈출' 이유는 명확하다.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TK(대구경북) 행정통합은 '인재가 마른 땅에 미래가 없다'는 절박함 속에 나왔다. 통합의 핵심은 '규모의 경제'와 '강력한 자치권'을 통해 자생력을 갖추는 것이다. 통합 특별법에는 인허가 절차 단축, 민간투자 부담금 면제 등 파격적인 지원책이 담겨 있다. 앵커기업을 유치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통합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 통과라는 마지막 관문을 남겨둔 상황에서 TK 정치권이 미래 가치보다 정치적 셈법으로 접근하는 듯한 인상을 줘 안타깝다. 불과 1년여 전 통합에 찬성했던 대구시의회가 '권한 없는 통합은 빈 껍데기'라며 반대로 돌아섰다. 일리 있는 명분이긴 하지만, 순수한 정책적 우려로만 보이지 않는다. 대구시의회의 갑작스런 '변심' 뒤에 대구시장 선거를 염두에 둔 현역 국회의원들의 입김이 서려 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국민의힘이 24일 상정될 예정인 통합 특별법에 대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예고해 더욱 그렇다. 대구시의회의 반대는 필리버스터의 명분을 제공하는 꼴이다. TK 정치권은 정치적 이해관계를 넘어 청년들이 왜 고향을 떠나는지에 대한 물음에 먼저 답해야 한다.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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