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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小珍의 미니 에세이] 사막을 건너는 법

2026-02-27 06:00
박기옥 수필가·대구문인협회 부회장

박기옥 수필가·대구문인협회 부회장

연휴 기간 내내 중국 드라마에 빠져 지냈다. '적인걸'이라는 사극이다. 중국 현대물을 보면 오히려 한류를 실감하게 된다. 디테일에서는 한국이 한참 앞서가기 때문이다.


사극은 다르다. 중국 사극은 우선 스케일 면에서 한국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말을 달리기 시작하면 큰 산 하나는 넉넉히 감아 돌고, 병사들의 대열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칼을 뽑으면 크고 긴 칼은 은비늘로 번쩍이고, 활옷을 입은 무사들은 곡예를 하듯 적을 노려 공중을 날아다닌다. 화살은 빛의 속도로 소나기처럼 적장을 향해 쏟아지지만, 용케도 주인공은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잘도 피한다. 그 와중에도 달 밝은 밤 장수는 시를 읊고 거문고를 뜯는다.


적인걸은 측천무후 시절의 명재상이다. 아버지대부터 당태종의 총애를 받는 공신이었으니 대를 이어 당나라를 좌지우지한 셈이다. 때는 무후의 말엽이다. 나라 안은 그럭저럭 평정이 됐으나, 주변국의 외침(外侵)이 끊이지 않았다. 터키, 금, 요나라 등의 서역 국가들이다.


서역과 중국 사이에는 방대한 사막이 펼쳐져 있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풀 한 포기 없는 사막이다. 사막이다 보니 서로의 병력이 고스란히 노출된다. 숨을 곳도 복병도 허락되지 않는다. 회오리처럼 모래를 일으키며 죽을 힘을 다해 말을 달려 돌진할 뿐이다.


전장에서는 무기 밀매상이 나오고 첩자가 등장한다. 무기는 주로 화살이다. 실크로드를 따라 서역으로 밀매된다. 첩자는 역으로 사막을 건너 중국 황실로 숨어든다. 적인걸이 이를 캐내고 파헤치는 과정에 사막이라는 배경이 펼쳐진다.


아, 사막! 나의 온몸은 사막을 향해 활이 되어 시위를 당긴다. 막막하고 참혹하고 치열한 순간들이 일상에 찌든 나의 의식을 두드려 깨운다. 21세기인들 그때와 달라진 게 무엇이 있겠는가. 국가 간의 힘의 논리는 여전하다. 오히려 더욱 정교하여 끔찍할 수도 있겠다. 사람 대신 과학이 앞서고, 몸 대신 무기가 등장하지 않는가.


'적인걸'은 남의 나라 이야기라 꽤 재미가 있다. 그러나 종횡무진 사막을 누비는 전쟁을 보자니, 날카로운 의문 하나가 화살처럼 뇌리 속으로 날아와 박힌다. 사막의 비밀은 과학이 푸나, 철학이 푸나. 우리는 언제, 어떻게 저 사막을 건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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