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가 여성용품 '생리대' 가격 인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국내 생리대 가격이 비싸다"며 지적하자 대형마트, 편의점 등 다양한 업계가 반응하고 있다. <GS리테일 제공>
이재명 대통령의 '물가안정' 발언에 유통업계가 속속 가격 인하에 나서고 있다. 지역 소비자들은 반기는 모습이지만, 전문가들은 국내 유통구조의 고질적인 '과점' 체제를 개선하지 않으면 가격 인하 압박과 재인상이라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의 가격 지적 이후 생리대 할인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1월20일 국무회의에서 국내 생리대 가격을 지적하며 "아주 기본적인, 필요한, 품질을 갖춘 생리대를 싸게 만들어서 무상 공급하는 것을 연구해볼 생각"이라고 언급했다. 그 이후 대형마트, 편의점, 생리대 제조업체 등은 '반값 생리대' '1천원 생리대' 등을 출시했다.
이에 이 대통령이 지적한 다른 생활용품 가격들도 곧 내릴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고가 교복을 '등골 브레이커'라고 꼬집었고, 밀가루·설탕값 인하에 따른 빵 등의 가격 인하를 지목했다. 실제 제빵업계는 단팥빵·소보루빵 등의 가격 인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잇따른 생활용품 가격 할인 소식에 지역 소비자들도 한숨 돌렸다는 긍정적 반응이 나온다. 생리대 경우 제품 성격상 선택재가 아닌 필수 소비재로, 지역 소비자들에게도 가격 체감도가 높은 편이어서 더 큰 공감을 샀다. 대구시에 따르면, 작년 기준 저소득 여성청소년 생리용품 지원 수혜 인원은 1만1천800명으로 파악됐다. 2022년 1만161명, 2023년 1만1천253명, 2024년 1만1천773명 등 매년 생리대를 지원받는 인원은 늘고 있다.
직장인 최모(여·53·대구 북구)씨는 "딸만 둘인데, 매달 생리대 값으로만 상당한 지출이 발생한다. 몸에 닿는 물품이라 너무 저렴하면 품질이 좋지 않을까 우려되지만, 적절한 품질에 가격만 낮춘 제품이라면 환영한다"면서 "최근 물가가 올라 장보기가 겁났는데, 교복·빵 등 실생활에서 사용할 제품이 속속 할인되니 숨통이 트일 것 같다"고 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국내 특유의 '과점시장' 해소가 급선무라고 지적한다. 일례로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설탕 가격 담합 혐의로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 등에 총 4천83억원 규모 과징금을 부과했다. 국내에서 규모 있는 제빵업체들이 담합을 하니 소비자 가격 인상에도 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이은희 인하대 교수(소비자학과)는 "우리나라 유통구조를 살펴보면 자유시장에 의해 자율적으로 가격이 책정되는 게 아니라 과점 형태가 많아 가격이 높게 책정된 경우도 있다. 대통령의 강력한 주문을 거부할 경우 다른 방식의 괴롭힘도 걱정되고, 혹여 독점하고 있던 이 시장이 강제적으로 완전히 개방되면 어쩌나 하는 우려 탓에 가격을 낮췄을 수 있다"며 "당장은 대통령의 발언으로 효과가 있겠지만 장기적으론 이번 가격 인하로 손해 본 기업들이 어떠한 방식으로든 손해를 메꾸려 할 수도 있다. 결국 '과점' 시장을 해소하지 않으면 유통구조의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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