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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빨간 통’ 도그마, 대구 음식물 쓰레기 행정의 민낯

2026-03-02 14:48

대구 도심의 지하동맥인 하수관이 음식물 쓰레기로 비명을 지르고 있다. 대구지역 한 하수관 준설업체 대표는 "하수구가 막혀 가보면 음식물 쓰레기가 기름때와 엉겨붙어 굳어있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말했다. 음식물 쓰레기가 하수도의 동맥경화을 야기하는 주범이라는 점을 증언한 셈이다. 하수관에 음식물 쓰레기가 쌓인다는 것은 '분리 배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대구의 대학가 원룸촌이나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이 사는 지역에선 음식물 쓰레기를 변기에 내리는 게 일상화됐다고 한다. 일반 쓰레기 봉투에 섞어 버리기도 한다. 분리 배출의 불편함을 견디지 못한 '불법 일탈'을 단순히 시민의식의 부재 탓으로 돌리긴 어렵다. 오히려 변화하는 사회상을 읽지 못한 대구 행정기관의 태만이 시민들을 잠재적 범법자로 내모는 꼴이다.


현재 대구 9개 구·군은 단독·다가구주택 지역에서 음식물쓰레기를 '빨간 통'으로 불리는 전용용기에 배출하도록 한다. 용기 용량은 3·5·20·120ℓ이다. 북구와 달서구는 2ℓ 용기도 취급하고 있다. 10여년째 고수하고 있는 '전용용기 배출제'이다. 대구의 가구 구조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24년 기준 대구의 1인 가구 비중은 35.5%에 달했다. 25.8%였던 10년 전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늘었다. 1인 가구에서 발생하는 하루 음식물 쓰레기는 고작 100~200g 수준이다. 가장 작은 전용용기인 2ℓ를 채우려면 열흘 이상 집 안에 쓰레기를 방치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암묵적으로 열흘 이상 음식물 쓰레기를 집 안에 방치하라는 명령을 내리면서, 이를 어기고 변기에 버리는 시민들을 비난할 자격이 대구의 행정기관에 있는가. 타 지자체의 유연한 대응은 '빨간 통'의 도그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대구의 행정을 더욱 초라하게 한다. 서울 송파구청은 건물마다 통합수거함을 설치했고, 지난해부터 1인 가구를 위한 0.6ℓ짜리 소형 종량제 봉투도 도입했다.


대구의 행정기관은 이제라도 행정의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 대학가 원룸촌과 외국인 노동자 밀집 지역에 '소량 봉투제'를 도입하고, 거점별 통합수거함을 설치하는 등 '수요자 맞춤형'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규제와 단속을 외치기 전에 시민들이 편하게 쓰레기를 버릴 수 있는 환경부터 조성해야 한다. 하수도 준설 등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막기 위해서라도 행정을 혁신해야 한다. 변화하는 시민의 삶을 외면한 채 낡은 규제만을 강요하는 것은 행정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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