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콘텐츠 재정비…2박3일 기본 여행 일정
서비스 마인드 제고, 지역 경제활성화로 연계
은색 섬으로 변한 울릉도 전경. 홍준기 기자
'가기 힘든 섬', '물가가 너무 비싼 곳'이라는 말이 따라붙던 울릉도가 다시 관광 활성화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관광객 수에만 집착하지 않고 '머무는 여행'을 통해 방문자에게 만족감을 선사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도록 체질 개선에 나섰다.
3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북 울릉군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관광 정책의 기준점을 '유입'이 아닌 '체류'에 두기 시작했다. 울릉을 찾는 관광객들이 더 오래 머물게 하는 구조로 정책 설계를 바꾼 것이다. 군청 내부에서도 "관광객 숫자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하루라도 더 붙잡을 수 있는 섬을 만들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한다.
이같은 정책 변화에 관광객 수도 상승세로 돌아섰다. 울릉군에 따르면 2026년 2월까지 관광객수는 1만1천786명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 보다 2천965명(30%) 늘었다.
특히 이번 반등은 급한 불을 끄는 처방이 아닌 관광 정책의 틀을 바꾼 점에서 의미가 크다. 울릉군은 잘 알려진 명소만 빠르게 둘러보는 관광코스 대신 섬의 자연과 역사·문화를 몸으로 체험하는 코스를 전면에 내세웠다. 분화구 평원인 나리분지를 중심으로 한 트레킹, 해안 절벽을 따라 이어지는 걷기 코스, 계절별 생태 해설 프로그램 등이 대표적이다.
개별 여행객 사이에서도 울릉관광은 '2박 3일이 기본 일정'으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단체 관광버스에 의지해 주요 지점을 훑고 떠나는 방식에서 벗어나 숙소를 거점으로 섬 전체를 천천히 돌아보는 느린 관광쪽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울릉도 숙박업계 한 관계자는 "체류 시간이 늘면서 소비 패턴도 달라졌다. 카페·체험 업종 매출이 눈에 띄게 회복됐다"고 전했다.
지난해 울릉도 관광 위축의 또 다른 원인은 가격 문제였다. 일부 업소의 과도한 요금이 온라인을 통해 확산되며 '바가지 섬' 이미지가 고착됐다. 이후 군과 관련 업계는 정례 간담회를 이어가며 가격표시 개선, 메뉴 단순화, 서비스 응대 교육 등을 병행해 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상인은 "관광수가 꺾이니 우리도 버틸 수 없다는 걸 실감했다"며 "스스로 바꾸지 않으면 답이 없다는 공감대가 생겼다"고 털어놨다. 친절 캠페인과 환경 정비 활동에 주민 참여가 늘어난 배경에도 이런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이번 관광객 수 회복이 우연한 효과가 아니라, 내부의 자성과 구조 조정이 맞물린 결과란 점에서 고무적이다.
물론 한계는 여전하다. 기상 변수는 구조적으로 피하기 어렵고, 물류비 부담 역시 섬 관광의 숙명이다.
바람이 거세지면 육지와 섬을 오가는 배가 멈춰서고, 배가 서면 관광객의 여행 일정도 흐트러진다. 과거에는 결항 정보 전달이 늦어지면서 현장 혼란과 불신이 증폭되는 일이 잦았다. 하지만 현재는 선사와 실시간 소통 체계를 촘촘히 하고, 안내 문구와 공지 방식도 손봤다. 이종규 주한투어 대표는 "예전에는 항구에 가서야 결항 소식을 듣는 경우도 있었지만 지금은 사전 안내가 빨라졌다"며 "기상은 어쩔 수 없어도, 대응은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소비자 인식도 호의적으로 완전히 돌아선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현장의 체감 경기는 분명 달라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겨울 비수기에도 주말 숙박 예약률이 회복세를 보이고, 온라인 후기의 분위기도 한층 부드러워졌다는 것이다. 벼랑 끝에서 관광 정책 방향을 바꾼 울릉도가 섬 관광의 새로운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1월 울릉도 나리분지에서 열린 '울루랄라 설국모험 설산하이킹' 참가자들이 친 텐트들이 설경과 어우러져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홍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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