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도로에서 바라본 구미국가산단의 야경은 대한민국 경제를 뒷받침하는 불굴의 서사시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수출탑의 불빛은 역경을 이겨낸 소도시 국가산단을 상징하는 끈질긴 생명력이기 때문이다. 2026년 봄은 반도체 특화단지, 방산 혁신 클러스터와 같은 '미래 동력'의 새 도약이 기다린다. 구미의 변화에서 더욱 고무적인 대목은 도시의 '체질 개선'이다. 예전에는 효율·생산성을 강조하던 차가운 '회색빛 공업도시'였다면, 현재의 구미는 금오산과 낙동강의 감성이 어우러진 '유기체적 도시'로 탈바꿈 중이다. 정부의 '2026~2027 문화관광예비축제'로 선정된 라면축제의 경우, 제조 기반의 하드웨어에 문화 콘텐츠라는 소프트웨어를 입힌 사례다. '잠시 머무는 일터'에서 '즐기고 싶은 공간'으로 변신에 기초를 다진 것이다.
희망이 숨 쉬는 구미의 장밋빛 흐름이 지속가능한 '만개(滿開)'를 위해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국책사업 유치가 지역경제의 모세혈관까지 도달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머물 수 있는 온갖 정주 여건이 필요하다. 수도권 블랙홀 현상이 가속화되는 현실에서 청년이 구미를 선택하게 만드는 거대한 힘을 만들려면 수준 높은 삶의 보장과 문화적 갈증을 해소할 '라이프 스타일의 질'도 필요하다.
올해는 구미가 뿌린 혁신의 씨앗이 실질적인 일자리와 투자라는 열매로 맺어져야 하는 중대한 시점이다. 공장 가동 소리는 활기찬 배경 음악이 되고, 청년들의 웃음소리는 문화의 선율이 되는 '두 개의 심장'은 구미의 유일한 생존 전략이다. 춘삼월 벚꽃 시즌을 시작으로 금오천을 수놓을 분홍빛 물결이 구미경제와 문화 부활을 알리는 축포가 되기를 기원한다. 백종현 중부지역본부장
백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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