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화기자〈사회1팀〉
최근 SNS에서 눈길을 끄는 사례를 접했다. 중국 광저우의 친구 7명이 은퇴 후 함께 살기 위해 돈을 모아 시골에 3층짜리 집을 지었다는 이야기다. 이들은 같은 회사에서 만나 10여년을 함께했다. 함께 살 때 각종 갈등을 줄이기 위해 요리와 농사 등 각자의 역할까지 정해뒀다고 한다. 농담처럼 시작한 이들의 약속은 결국 현실이 됐다.
마음이 맞는 사람을 제때 만나 노후를 외롭지 않게 보낼 수 있는 행운은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 드라마 같은 이 이야기를 접하며 '대안 가족'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혈연이나 혼인으로 맺어진 전통적인 가족은 아니지만 서로를 돌보며 살아가는 공동체. 평소에는 죽음이나 은퇴 이후의 삶을 구체적으로 상상할 일이 많지 않으나, 고령자복지주택 '함께 사는 노년의 집' 시리즈를 취재한 뒤로는 먼 훗날의 모습을 자꾸 그려보게 된다.
고령자복지주택은 각자마다 기구한 사정을 가진 어르신들이 함께 모여 사는 공간이다. 대부분 지자체 지원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흔히 떠올리는 고급 시설 중심의 실버타운과는 결이 다르다. 구조 형태도 다양하다. 같은 건물 안에 개별 호실이 있는 게 특징이다. 거실과 부엌을 함께 공유하면서 다양한 커뮤니티 공간이 따로 마련돼 있다.
최근 서울과 부산의 고령자복지주택을 직접 찾아 어르신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은 입주 전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은 상황에 놓여 있는 경우가 많았다. 입주 후 어르신 모두가 공통적으로 느낀 건 '안정감'이다. 무엇보다 "내가 여기서 이쁨을 많이 받고 있어요"라며 수줍게 웃던 한 어르신의 말이 오래 남는다. 깨끗한 공간에서 생활할 수 있다는 점, 복지 정보를 나눌 이웃이 문만 열면 곁에 있다는 점, 건강 문제 등 위급 상황이 생기면 연락할 관리자가 곁에 있다는 사실이 어르신들에게 큰 힘이 된 것이다.
가족의 또 다른 말인 식구(食口)는 함께 밥을 먹는 사이를 뜻한다. 같은 지붕 아래서 잠을 자고, 때때로 끼니를 함께하는 사람들. 고령자복지주택에서 만난 어르신들에게 이웃은 더 이상 '옆집 사람'이 아니었다. 남은 노년을 함께 할 식구였다.
결혼과 출산이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받아들여지는 시대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4년 30만5천507건이던 혼인 건수는 2024년 22만2천412건으로 10년 새 27% 감소했다. 같은 기간 합계출산율도 1.21명에서 0.75명으로 떨어졌다. 혈연을 전제로 한 전통적 가족 구조는 빠르게 축소되고 있다.
노년의 외로움과 주거, 건강 문제를 더 이상 개인이나 가족의 책임으로만 돌리기 어려운 이유다. 고령자복지주택은 그 대안 중 하나다. 혈연이 아니어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공간. 노년에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삶의 방식은 지금보다 더 넓어질 필요가 있다.
조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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