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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동해안, 다시 뛰는 ‘K-수산물’] 손끝 넘어 과학으로 완성…사계절 글로벌 푸드 노린다

2026-03-04 11:35

위기의 포항 수산업 ‘과메기’서 생존 답을 찾다 (下)
깐깐한 관리와 급속 냉동으로 사계절 음식으로 우뚝
작업 과정은 기계 대체 불가능, 핀셋 고용 지원 절실

과메기문화관 내부에 있는 과메기 홍보 전시물. <전준혁기자>

과메기문화관 내부에 있는 과메기 홍보 전시물. <전준혁기자>

◆ 감각의 시대서 데이터 시대로, 첨단 과학을 입은 과메기


과거 경북 포항 구룡포의 과메기 생산 작업은 매일 아침 불어오는 바닷바람과 덕장 어르신들의 오랜 손끝 감각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경험과 직관의 산물이었다. 위생 시설을 대대적으로 확충하며 10년의 암흑기를 가까스로 벗어난 구룡포 과메기는 이제 한 단계 더 나아가 철저한 '데이터와 과학'의 영역으로 깊숙이 진입했다. 그 놀라운 변화의 최전선에는 구룡포 과메기문화관 2층에 웅장하게 자리 잡은 '수산물품질관리센터'가 있다.


이 센터는 단순히 관광객에게 지역 특산물을 홍보하는 평범한 전시관이 아니다.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국가 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공식 지정 승인을 받은 핵심 과학 기지다. 이곳의 전문 연구원들은 미생물 12종과 27개에 달하는 정밀 검사 항목을 통해 과메기를 비롯한 지역 내 수산물의 품질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깐깐하게 검증한다. 포항시는 독자적인 '수산물 품질인증제'를 도입해 수은 0.5mg/kg 이하, 납과 카드뮴 2.0mg/kg 이하 등 가혹할 정도로 엄격한 중금속 및 세균 기준을 무사히 통과한 제품에만 당당히 품질인증 마크를 부여하고 있다.


생산 공정을 넘어 유통 과정에도 고도의 과학이 촘촘하게 접목됐다. 저온 유통 체계(콜드체인)를 전면 도입해 제품을 상시 10℃ 이하로 신선하게 유지하고, 포장지 겉면에는 유통 중 만에 하나 상온에 노출될 경우 색상이 스스로 변하는 '신선식품 표시시스템(TTI)' 스티커를 부착했다. 또한 최근 수산업을 덮친 '방사능 공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수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감마핵종분석기 등 최첨단 정밀 검사 장비를 전격 구축했다. 내 가족의 식탁에 오르는 수산물의 안전성을 막연한 감성적 주장이 아닌 정확한 과학적 데이터로 입증해 소비자의 불안감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확고한 의지의 표명이다.


수산물품질관리센터가 위치한 구룡포 과메기문화관. <전준혁기자>

수산물품질관리센터가 위치한 구룡포 과메기문화관. <전준혁기자>

◆ 안방으로 파고든 온라인 판로, 사계절 수출 효자로의 도약


완벽한 품질 관리체계의 안착은 곧바로 소비층의 폭발적이고도 광범위한 확장과 판로의 다변화를 불러왔다. 재래시장이나 인근 식당 납품에 주로 의존하던 한정적인 판매망에서 벗어나 대형 할인 마트는 물론, 실시간 방송 판매(라이브 커머스)와 텔레비전 홈쇼핑 등 온라인 쇼핑몰 전방위로 막힘없이 뻗어나가고 있다. 위생적이고 먹기 편하게 손질된 진공 포장 제품은 비대면 소비에 익숙한 젊은 세대의 장바구니에 자연스럽게 담기기 시작했다.


특히 진공 포장 후 영하 40℃ 이하에서 급속 냉동하는 첨단 보관 기술이 현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면서, 과메기는 찬 바람이 부는 겨울철에만 먹는 계절 음식이 아니라 사계절 내내 변함없는 신선한 맛을 즐길 수 있는 상시 식품으로 완벽하게 거듭났다. 이러한 기술적 진보는 바다 건너 해외 수출길까지 활짝 열어젖히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현재 미국 로스앤젤레스 등 교민 사회는 물론이고, 일본과 동남아시아 시장까지 뻗어나가며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어민들의 피땀 어린 혁신과 철저한 품질 관리가 뒷받침된 지역 향토 식품이, 이제는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K-푸드의 새로운 수출 주력 상품으로 당당히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전통적인 과게기 건조 방식. <포항시 제공>

전통적인 과게기 건조 방식. <포항시 제공>

현재 위생적으로 처리하고 있는 실내 건조방식. <포항시 제공>

현재 위생적으로 처리하고 있는 실내 건조방식. <포항시 제공>

◆ 혁신의 발목을 강하게 죄는 인구 절벽, '어촌 인력난'이라는 짙은 딜레마


세계시장을 향한 화려한 비상의 이면에는 수산업 전체 근간을 뿌리째 흔드는 서늘한 위기가 단단히 똬리를 틀고 있다. 바로 어촌 마을의 급격한 고령화와 인구 소멸에 따른 극심한 '인력난'이다.


공장 시설이 아무리 첨단화되고 위생적으로 변모해도 꽁치 머리를 자르고 내장을 파내어 두 쪽으로 포를 뜨는 핵심 할복 공정은 사람의 정교한 손길이 필수적이다. 폭등하는 인건비를 줄이고자 현장에서는 과거 막대한 자금을 들여 외국산 자동화 기계를 선제적으로 도입해 보기도 했다. 하지만 기계가 만들어낸 획일적인 절단면은 숙련된 사람의 수작업이 보여주는 깔끔한 마감을 도저히 따라가지 못해 상품성이 크게 떨어졌고, 결국 비싼 기계들은 생산 라인에서 처참하게 방치되고 말았다.


현재 과메기 생산 현장의 고된 노동 인력 90% 이상은 베트남 등 외국인 노동자가 위태롭게 채우고 있다. 냄새나고 힘든 육체노동을 극도로 기피하는 사회적 분위기 탓에 내국인 구인은 사실상 완전히 씨가 말랐다. 외국인 노동자 역시 정해진 체류 기간에 따른 잦은 이탈과 복잡한 비자 문제로 인해, 생산 현장은 매 시즌 언제 터질지 모르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실정이다.


◆ 구룡포를 살리는 유일한 길, 맞춤형 핀셋 정책이 절실하다


구룡포 지역에서 과메기와 연관된 산업에 직간접적으로 종사하며 생계를 기대고 있는 인구는 자그마치 2천명에 달한다. 과메기 산업이 흔들리면 지역 경제의 심장이 송두리째 멈추게 되는 셈이다.


수산업이 지속 가능한 세계적인 웰빙 식품으로 확고히 자리 잡기 위해선 완벽해진 품질 관리 체계에 걸맞은 '안정적인 인력 수급 대책'이 절대적으로 절실하다. 3~4개월 짧게 집중되는 겨울 과메기 시즌 동안 내국인 노동자를 현장으로 강력하게 유인하고, 지역 내 자본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고 순환될 수 있도록 지자체와 정부 차원의 파격적이고 정교한 고용 지원 정책이 수반돼야한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구룡포 어민들의 눈물겨운 혁신이 반쪽짜리 미완의 성공으로 남지 않으려면, 이제는 제도가 절박한 현장의 외침에 응답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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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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