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간 근무해한 구미대에 장학금 2천500만원을 선뜻 기탁한 김기홍 교학부총장..<백종현 기자>
"저의 마지막 소명은 제자들의 꿈과 희망을 지켜주는 든든한 울타리가 되는 것입니다."
강산이 두 번이나 변하고도 남은 27년간 오로지 '현장 맞춤형 인재 양성'이라는 외길을 걸어온 대학 교수가 정든 교정을 떠나면서 아름다운 뒷모습을 남겼다. 주인공은 김기홍 구미대 교학부총장(65)이다.
김 부총장은 정년 퇴임을 며칠 앞둔 지난달 말 대학 발전기금 2천500만 원을 선뜻 내놨다. 평생을 몸담은 대학에 대한 감사의 표시이자, 앞으로 새로운 길을 걸어야 할 제자들에게 불러주는 '응원가'였다. '교육'과 '군(軍)'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로 살아온 그의 교육 철학과 삶을 들어봤다.
◆"대학은 지역의 심장, 멈추지 않는 동력원 돼야"
김 부총장이 낸 장학기금은 단순한 금전적 기탁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는 인터뷰 1시간 동안 '대학의 사회적 역할'과 '꿈을 향해 달려가는 제자 걱정'에 유독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대학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곳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미래를 결정짓는 핵심 동력이면서 인재들의 꿈이 발현되는 요람입니다. 제가 장학금 기탁을 생각한 것은 제자들의 진로 개척에 도움이 될 실험·실습 교육 인프라 확충에 작은 힘이 되고 싶었습니다."
◆대한민국 기술부사관 양성의 주춧돌을 세우다
김 부총장의 27년 교직 생활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실무'와 '군(軍)'이다. 1999년 전임교수로 임용된 이후, 구미대가 '군 협약 명문 대학'으로 우뚝 서는 데 누구보다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가 이끌었던 특수건설기계공학부는 산업체와 군이 동시에 요구하는 고도의 전문 기술 인력을 배출하는 독보적인 체계를 구축했다. 단순히 교과서를 가르치는 수준을 넘어, 육군 제5군수지원사령부, 육군공병학교 등과 긴밀한 산·학·군(産·學·軍) 협력을 이끌어낸 결과물인 셈이다.
"학생들이 군 정비시설을 직접 보고 만지면서 익히는 실무 중심의 교육과정이 아주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현장에 즉시 투입 가능한 기술력을 갖춘 인재 양성이 결국에는 기술부사관이라는 전문직으로 안착하는 통로가 된 것입니다."
그는 2011년부터 현역 부사관들이 복무 중에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전문학사 및 학사 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e-MU(Electronic-Military University) 학위과정 정착에도 헌신했다. 군의 전투력을 높이는 동시에 군인들에게 학문적 성장과 전역 후의 미래를 설계할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대통령 표창은 동료들의 몫, 보람은 제자들의 몫"
김 부총장은 교육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4일 대통령 표창을 받은 영예도 '우리의 공동 성과'로 돌렸다.
"결코 제가 잘해서 받은 상이 아닙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교육 현장을 지켜온 대학 구성원 모두가 만든 결실입니다. 저는 앞에서 조금 더 목소리를 냈을 뿐입니다." 정년을 앞두고 지난 세월을 회상하던 그는 잠시 눈시울을 붉혔다. 가장 큰 보람이 무엇이냐는 느닷없는 질문에는 망설임 없이 '제자들의 성공'을 꼽았다.
"강단에 섰던 지난 27년은 오롯이 제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시간이었습니다. 졸업 후 사회 곳곳에서, 군의 핵심 전력에서 활동하면서 대한민국을 지탱할 인재로 성장하는 제자들의 기쁜 소식을 들을 때가 가장 행복했습니다. 그들이 사회를 밝히는 등불로 성장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저에게는 큰 훈장입니다."
△묵묵히 떠나는 뒷모습, 그리고 남겨진 새로운 약속
그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낙관적인 대학의 미래에 대한 당부를 잊지 않았다. "학령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이라는 극한 위기는 구미대의 장점인 특성화 교육 경쟁력이라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습니다."
김 부총장이 남긴 장학금은 수많은 학생이 꿈과 희망을 이룰 수 있는 '마중물'이나 다름없다. 강단을 떠나는 노(老) 교수가 심은 애정의 뿌리는 풍성한 결실로 다시 피어날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백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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