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60309024339192

영남일보TV

  • [단독인터뷰] 한동훈 “윤석열 노선과 절연해야… 보수 재건 정면승부”
  • [르포] ‘보수 바로미터’ 서문시장 들끓었다…한동훈 등장에 대규모 인파

[박지형의 스포츠와 인문학] 결국은 협력이 최선

2026-03-10 06:00
박지형 문화평론가

박지형 문화평론가

얼마 전 끝난 밀라노 동계올림픽에서 J사의 독점 중계가 논란이 됐다. J사가 중계권을 획득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중계권료를 올려 국부가 유출되었을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보편적인 시청권을 침해했다는 지적이 잇달았다. 사실 이 논란은 IOC나 FIFA가 지나치게 영리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그래서 우리도 2000년대 초반부터 방송국들이 '코리아 풀'이라는 컨소시엄을 만들어 단일대오로 입찰을 해오는 등 나름 대응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과거 S사가 이 공동협상체를 탈퇴하고 밴쿠버 동계올림픽과 남아공 월드컵을 독점 중계하려 하면서 최초로 균열이 일어났다. 그러나 그때는 협상을 통해 중계권 재판매가 성사되면서 큰 파장 없이 지나갔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결국 타 방송국들이 중계권 구입을 거부하면서 J사부터가 엄청난 적자를 본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고, 올림픽을 놓친 방송사들, 시청권에 제한을 받은 국민들, 주목을 덜 받게 된 선수들 모두 조금씩은 피해를 보게 된 것이다.


1980년대 초, 정치학자 '로버트 액설로드'는 게임 이론 '죄수의 딜레마'의 전략을 연구하기 위해 시뮬레이션 대회를 개최하게 된다. 대회에 참가한 각 주체들은 반복되는 딜레마적 상황에서 상대를 향한 '협력', '배신' 두 가지 중 하나를 골라야 했다. 2번 연속 치러진 이 대회에서 연속으로 우승한 것은 토론토 대학의 '팃포탯(Tit for tat)' 전략이었다. 이 전략의 골자는 간단하다. '처음에는 협력을 하고 그 다음부터는 상대가 내게 했던 것을 그대로 돌려준다'가 그것. 그러니까 '상대가 배신하면 나도 다음에 배신하고, 상대가 협력하면 나도 다음에 협력한다', 이 단순한 전략이 온갖 책략, 협잡, 꼼수가 난무하는 복마전에서 정정당당하게 2회 연속 우승에 도달했던 것이었다.


이 전략을 IOC에게 중계권을 사야하는 여러 방송국들 중 하나에 빙의해서 펼쳐보자면 다음과 같다. 우선은 코리아 풀에 적극 협력한다. 그러나 한 방송국이 컨소시엄을 탈퇴하여 독점 계약을 맺는 배신을 하면, 그때는 반드시 배신(중계권 재구매 거부 내지는 단독 입찰)으로 보복해 준다. 만약 상대들이 계속 협력하면, 당연히 계속 협력한다.


2010년 S사가 최초로 독점 중계를 시도했을 때, 다른 방송국들은 그것을 배신으로 갚아주지 않고 그냥 좋게 좋게 협력을 해버렸다. 도저히 김연아와 박지성의 경기를 놓칠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지만, 어쨌든 이것은 후환을 남기고 말았다. 이번 동계올림픽은 그런 측면에서 타 방송국들이 전략적으로 잘 대응을 한 사례일 지도 모른다. 비록 피해는 생겼지만, 앞으로도 인류가 멸망하지 않는 한 올림픽, 월드컵은 계속 될 것이고, 언젠가는 협력이 최선이라는 게임의 법칙을 모든 방송국들이 깨닫게 될 것이니 말이다.


그건 그렇고 방송국들에게 부탁 하나만 꼭 드리고 싶다. 여러 경기가 동시간대에 진행이 되면, 제발 방송국들끼리 사전협의를 해서 경기를 분담해서 중계해주시길 빈다. 아무리 쇼트트랙 시청률이 높다고 해도 누군가는 동시간대 진행되는 컬링을 보는 것이 더 소중할 수 있는데, 다들 우르르 몰려가서 똑같은 영상만 송출하고 있으면 전파 낭비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돌아가면서 술래를 맡으면 시청률도 어차피 수렴할 것인데, 그 정도의 협력도 안 되서야 어찌 보편적 시청권 운운할 수 있겠나.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부동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