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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덕률의 세상읽기] 3월의 달라진 대학 풍경, 대책 세워야

2026-03-10 06:00
홍덕률 전 대구대 총장

홍덕률 전 대구대 총장

3월이다. 언 땅이 녹고 산천초목도 푸릇푸릇 새 옷으로 갈아입는다. 늘 다니는 산책길의 매화향이 반갑다. 기지개 펴는 생명마다 표정도 밝다. 우리 삶도 그렇다. 누구나 새로운 활력과 의욕으로 충만해지는 때다. 특별히 3월이 신나는 이들이 있다. 학생들이다. 학교마다 3월이 설렘과 희망인 이유도 활기 넘치는 학생들 때문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대학의 3월이 전 같지 않다. 학생의 어깨를 짓누르는 걱정들 때문이다. 당장 책값, 점심값부터 부담인데 아르바이트 구하기도 쉽지 않다. 더 큰 고민은 졸업 후다. 앞날이 밝을 수만 있다면 지금 힘든 건 견딜 수 있지만 그렇지가 않다. 밤잠 줄여가며 학점 관리하고 스펙을 쌓은들 과연 쓸데가 있을지 알 수 없다. AI가 졸업 후의 일자리를 얼마나 빼앗아갈지도 가늠이 안된다. 힘들게 대학까지 왔지만 '과연 대학은 나의 미래를 보장해줄 수 있는지', 근심이 한가득이다.


#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


2010년 3월10일이었으니, 벌써 16년 전의 일이다. 필자가 대구대학교 총장에 취임한 지 4개월쯤 지난 때였다. 대학의 역할위기에 대한 고민으로 마음이 무겁고 대학개혁의 책임감으로 분주했던 때이기도 했다. 그날 뉴스 하나에 받은 충격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 고려대 경영학과 3학년 김 아무개 학생의 공개 선언이었다. 그가 말한 자퇴 이유는 더 마음이 아팠다. '진리도 정의도 우정도 사라진 대학 실상을 마주하고 '대학은 무엇인가'를 번민했다.' 그의 답은 '큰 배움(大學)도 큰 물음도 없는 대학', '자격증 장사 브로커가 된 대학'이었고 그의 선택은 자퇴였다. 나의 첫 느낌은 '올 것이 왔다'였다. 그의 대학 거부 선언문은 부인할 수 없는 대학의 '불편한 진실'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경제는 이미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었고 학생들은 줄어든 일자리를 놓고 스펙 경쟁에 내몰리던 때였다. 일자리는 대부분 비정규직이었고, '88만원 세대'란 말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진리와 정의 수호'의 자부심은 자취를 감추고 대신 '헬조선의 3포세대'란 자조가 휩쓸기 시작한 때이기도 했다. 대학생들의 불안과 고뇌를 어떻게 덜어줘야 할지 고민했다. 물론 교육 당국도 대학생의 고민을 외면하지 않았다. 대학생 주거 문제를 덜어주겠다며 공공기숙사 제도를 도입했고 국가장학금 제도도 마련했다. 대학생 취∙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산학협력 사업도 확충했다. 등록금 동결 정책이 시작된 것도 2009년 3월이었다.


하지만 캠퍼스에 드리워진 우울과 불안을 걷어내기엔 역부족이었다. 대학의 혁신은 더디기만 했고 정부 대책도 대증요법들로만 채워졌기 때문이다. 좋은 일자리 잡아서 결혼하고 내 집 마련하고 자녀에게 괜찮은 교육을 받게 해주고 싶지만 사실상 불가능한 바람이라고 비관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얼마 지나지 않아 혼인율과 출생률은 급격하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충분히 이해 가능한 좌절이고 분노였다. 그러나 기성세대 가운데는 다른 의견이 더 많았다. 청년의 게으름과 나약함이 문제라고 했다. 과잉보호 받고 자란 결과라고 나무라기도 했다. 남들보다 더 노력하면 꿈을 이룰 것이라며 더 뛰라고도 했다. 청년들은 그런 기성세대에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기성세대는 청년의 미래 몫까지 약탈해 가는 기득권일 뿐이라며 적대감을 표하기까지 했다. 아예 모든 인간관계를 끊고 은둔해 버리는 청년, '차라리 전쟁이나 나라'식의 자포자기와 패륜과 폭언을 일삼는 청년도 등장했다.


12·3 내란 이후엔 '윤석열이 옳았다'며 극우 주장에 동조하는 움직임이 뚜렷해졌다. 오프라인으로 뛰쳐나오고 조직화까지 진행됐다. 서북청년단을 재건하겠다는 대학생들, 윤석열 체포를 몸으로 막겠다며 국회 기자회견장에 선 '백골단' 학생들, 그리고 서부지법 폭동에 가담한 대학생들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해 12월에는 윤석열 탄핵반대 운동을 이끌던 학생이 한 거점 국립대학교의 2026년도 총학생회장에 당선되기도 했다.


문제는 지금 이 시간에도 수많은 '대학생 윤석열'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과 '윤어게인' 선동가 전한길을 보고 배운다. 트럼프와 마가(MAGA)에게서 배우고 일본군 위안부가 매춘부였다고 주장하는 극우 인사들에게서도 배운다. 심지어 전두환에게서도 배우고 독일의 신나치에게서도 배우고 있다. 그것이 그들에게는 글로벌이고 애국이다. 그리고 제1야당의 장동혁 대표로부터는 지지와 격려를 받는다.


# 심각한 상황, 심각하게 바라봐야


결코 가볍게 지나칠 일이 아니다. 최근엔 20대 대학생을 넘어 10대 청소년의 극우화가 더 심각하다는 뉴스도 보도되고 있다. 인터넷의 극우 콘텐츠는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 이미 주류 문화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대학생, 나아가 중고등학생 극우화의 심각성을 우리 사회가 바로 보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성장하면서 잠시 빠지는 일탈쯤으로 가볍게 여겨선 안된다.


먼저 정치적∙경제적 이익을 위해 허위 정보와 조작을 버무려 극우 콘텐츠를 생산∙유통하는 이들에 대한 엄벌이 필요하다. 헌법재판소와 형사재판부에 의해 내란이라고 판명났음에도 여전히 목청을 높이고 있는 '윤어게인' 선동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 아울러 대학이 극우와 반지성주의의 마당으로 타락하지 않도록 교수와 대학 당국이 대학 내 공론장을 바로 세워가야 할 것이다. 16년 전 김 아무개 학생을 절망하게 했던 '진리와 정의가 사라진 대학의 실상'에 대해 뼈아프게 성찰하고, '지성과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로서의 대학의 역할을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할 것이다.


보다 본질적이고 구조적인 과제에 대해서도 사회가 힘을 쏟아야 한다. 대학생 세대의 극우화를 부추기는 사회경제적 토양을 혁신해 내는 것이다. 극우를 연구하는 세계 학자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가장 중요한 개혁 과제는 단연 '양극화 해소'다. 경제성장과 민주주의가 청년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데 별 의미가 없다고 느낀다면 그들의 좌절과 분노, 극우화는 막을 수 없을 것이다. 대학생들이 미래를 다시 희망으로 읽게 되도록 사회개혁 과제들에 힘을 모아야 한다. 그래서 내년 3월의 대학캠퍼스 풍경은 활력 충만한 대학생들로 한층 밝게 빛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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