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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는 곳이 계급’ 됐다면 이는 국가적 병리 현상

2026-03-10 01:24

수도권 초집중은 대한민국의 고질적 현상이 된 지 오래이다. 고착화된 초집중은 이제 경제적 불평등을 넘어 심리적 불평등과 절망감을 만연시킨다. '대한민국에서는 지방에 살면 손해이고, 박탈이 됐다'는 자조이다. '사는 곳이 계급이 됐다'는 의미다. 섬찟하다. 과거 박근혜 정부가 "지방 어디에 살아도 차별 없는 국가"를 내걸었다. 매력적 구호였다. 역대 정부마다 국토 균형발전 정책을 약속했지만, 실천은 미약했다.


수도권 집중은 설명이 필요 없다. 나라 인구의 절반이 서울 경기도에 몰여 있고, 덩달아 정치적 대표성도 수도권 일극(一極)이 돼 간다. 수도권으로 가야 일자리와 부(富)의 지름길을 쟁취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재생산된다. 대기업의 70%, 금융의 60% 이상을 수도권이 장악한다. 지방의 전통도시인 대구는 34년째 1인당 국민총생산이 꼴찌다. 부산 광주도 미세한 통계 차이만 있을 뿐, 대구와 엇비슷하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경제적 격차는 '삶의 질 격차'로 확장되고 있다. 사는 위치, 즉 장소에 따른 '공간의 계급화'이다. 자산 격차가 대표적이다. 서울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지방은 인플레이션에도 못 미치는 자산가격 정체란 불이익을 마주한다. 서울 대형 병원을 찾는 현실도 문제다. 대구만 해도 한때 서울 못지않는 의료의 질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격차가 벌어지면서 중증 질환자들의 경우 서울로 향하는 비율이 늘고 있다.


국토 불균형 성장은 경제적 차원을 넘어섰다. 정부는 이 사안이 나라의 미래 운명과 직결된다는 점을 자각해야 한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불균형의 나라 틀'을 혁신할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 균형발전은 정치적 구호로만 소모되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의 불균형 성장은 국가적 병리 현상이다. 응급 수술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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